6. 교회건축과 상징
건축은 시간을 초월하여 공개적으로 존재하며 그 형태와 공간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대중적이며 강력한 시각언어이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권력자들은 자신의 권력과 치적을 기념하기 위해 수많은 기념비적 건축물들을 지었고, 세계의 수많은 종교들도 각각 그들의 신앙과 권세를 표현하기 위해 위대한 건축물들을 지었다. 현대 도시 속에 밀집하여 다양한 목적으로 지어지는 수많은 건축물들도 그 소유주의 철학과 사용자나 기능의 특성, 심지어는 그 민족의 특성이나 지역성, 장소성 등을 표현한다. 한때, 서양에서는 그 용도에 따라, 관공서의 건물은 그리스나 로마의 고전양식을 취하고, 은행건물은 르네상스의 양식을 취하는 등, 건축의 역사적 양식들을 이용하여 그 건물의 기능과 추구하는 목적 그리고 자기 정체성 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었으며, 교회건축도 마찬가지여서 18세기 건축 복고주의 시대 이후 20세기 후반까지도 중세의 고딕양식과 첨탑이 기독교 교회를 상징하는 대표적 건축양식으로 인식되어왔다.
현대의 교회건축을 포함한 다양한 건물들 또한 그 건축주나 건축가에 의해 또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의식적이든 또는 무의적이든, 무언가를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회건축은 그 공동체 회원들과 지역사회 그리고 세상에 대해 무엇을 말해야 할까? 교회건축의 외부형태는 기본적으로는 기독교 교회임을 나타내야 하지만, 개 교회의 특성과 지향하는 바를 나타낼 수도 있다.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하여 교회가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 보이는 것은 중요하다. 교회건축의 형태와 공간은 그리스도 공동체로서의 하나님 백성들의 문화 즉, 그들의 의지와 생각과 태도 그리고 신앙적 삶과 정서를 세상에 보여주는 훌륭한 도구이며, 교회가 그 본질과 목적을 세상에 드러내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돌로 지은 대칭적인 형태의 교회건축은 교회의 권위와 안정성을 나타내고, 뾰족한 첨탑은 하늘을 향한 열망을 나타내며, 창이 거의 없이 육중한 매스로 이루어진 교회건축은 교회의 폐쇄성, 또는 배타성을 나타낸다.
어두컴컴하고 멀리 빛이 보이는 내부공간은 신비와 소망을 나타내고, 밝고 따뜻한 색깔의 내부공간은 친근한 느낌을 주며, 투명한 유리를 통해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건물은 개방적인 느낌을 준다. 예배공간의 구성과 배열은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의 의미를 나타내는 중요한 상징이다. 예배실 안에서 예배 중심(강단)의 위치와 회중석의 관계, 설교단, 성찬상, 세례반 등의 위치와 모양, 그리고 찬양대의 위치와 방향 등은 예배에서매우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제대(성찬상)를 동측 벽에 붙여 놓고 사제가 회중을 등 뒤로하고 드렸던 중세 교회의 미사는 예배의 희생제사적 의미를 강조한 것이었고, 성찬상을 회중 앞으로 옮겨 사제가 회중을 대면하여 거행했던 종교개혁자들의 개혁 예배는 예배의 교제적 의미를 강조한 것이었다. 그것은 곧 예배신학의 문제였다. 이처럼 교회건축에서상징과 의미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상징과 이미지는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오해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