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과세 시행 코앞, 김동연 기재부 장관 교계 방문

  • 입력 2017.09.14 16:55
  • 기자명 임경래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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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지난 14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엄기호 목사, 이하 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이하 한교연)를 잇따라 방문해 2018년 시행 예정인 종교인과세에 대한 교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김 장관의 방문은 먼저 한기총에서 이뤄졌다. 엄기호 대표회장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방문하신 목적은 종교인과세 때문인 줄 안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됨에도 정부와 종교간 충분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음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오늘의 대화가 협의와 협력으로 가는 좋은 방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종교인과세는 우리 한국교회 뿐만 아니라 한국 종교 전체의 공동과제다. 탄핵정국 이후 새로운 정부를 맞았는데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과세에 참으로 혼란스럽고 난감한 입장에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김동연 장관은 먼저 “한국교회가 한국사회 발전과 갈등 해소와 화합을 위해 기여했던 수많은 업적과 도움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과거에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한국교회가 사회 발전을 위해 보다 큰 역할을 해주시길 기대한다”고 인사했다.

이어 “말씀 주신 것처럼 정부에서 종교인과세에 고민이 많다. 오늘 찾아온 것은 대표회장님과 증경회장님을 비롯해 한국교회 지도자분들의 말씀을 듣기 위한 것”이라며 “설득을 하고자 함이 아니다. 백지 상태에서 말씀을 들으러 왔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 말씀해 주시면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의견을 듣고 수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편하게 주시고자 하는 말씀을 해주시면 사전에 어떤 정해진 생각으로 형식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듣겠다”고 했다.

엄 대표회장은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절박한 현실을 감안하지도 않고, 여론과 시행 날짜에 매여 수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하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과세당국 입장에서 강행한다면 심각한 조세 저항과 마찰과 정교 갈등만 낳을게 뻔하다”고 우려를 전했다.

이날 한기총측은 과세당국이 과세 대상 종교단체의 종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각 종교별로 그 특수성을 연구하여 다양한 소득 원천과 비용 인정범위, 징수방법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상세한 과세기준을 협의하고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종교인과 종교단체에 대한 악의적이고 불편부당한 세무조사는 절대 안 된다며 세무공무원이 개별교회와 종교단체를 조사하는 일이 없도록 관계 법령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나아가 근로소득자들에게 인정되는 근로장려세제와 자녀장려세제가 저소득 종교인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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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 장관은 한교연을 방문했다. 정서영 대표회장은 “언론 보도를 보면 마치 목사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것으로 몰고 가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기독교 목사들도 세금을 낼 생각을 하고 있다. 다만 세금도 내고, 종교의 자유도 침해받는 식의 이중 고통을 겪으면 안 되지 않는가. 그런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염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회장은 또한 “일부 언론에서는 교회가 깨끗하면 세무사찰을 겁낼 필요 없지 않냐면서 기독교에 대해 부정이 많은 집단인 것처럼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데 교회가 부정이 많아서 걱정하는 게 아니다. 교회 재정은 목사 개인이 관리하지 않고 재정위원회가 한다. 그런데 세무 당국이 교회를 사찰하게 되어 신앙을 침해받게 되는 것을 염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장관은 “두 가지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 한 가지는 기독교계가 세금을 내지 않으려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분명히 알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는 종교인 과세로 인해 종교 활동을 침해하는 것을 절대로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미 많은 목회자들이 세금을 자진납부 하고 계신다. 또 교회가 한국사회의 갈등 해소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안다”며 “종교인 과세로 인해 이런 부분에 공권력을 행사하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교계가 우려하는 세무사찰에 대해서도 “추호도 그럴 의도가 없다는 걸 분명히 말씀 드린다”고 선을 그으며 “종교인 과세는 아주 제한된 범위에서 시행할 것이며, 의도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최대한 종교계의 의견을 들어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끝으로 정 대표회장은 “앞으로 종교인 과세에 대한 어떤 안을 만들면 그걸 가지고 종교계와 실무적 논의를 할 수 있는 자리를 꼭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고 김 장관은 “정부가 어떤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반드시 종교계와 상의하고 의견을 듣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한기총 한교연 한장총 등 교계 주요 연합기관과 교단들이 꾸린 TF팀에서 종교인 과세 2년 유예를 요청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것은 국회가 결정할 문제이므로 국회가 결정하면 결정한대로 시행할 것”이라며 “정부는 내년 1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데 있어서 처음 시행하는 법인만큼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동연 장관은 두 연합기관을 방문한 뒤 가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도 “2년 유예 문제는 법을 손대는 문제다. 국회에서 관련 논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저희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과세를 차질 없이 준비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최근 ‘개신교 세부과세기준 시안’을 한 교계단체에 보내 의견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목회자의 생활비와 사례비, 상여금, 공과금, 휴가비, 도서비, 연구비 등 통상 정기적 급여 형식으로 받는 비용에 대해 과세항목으로 판단했고, 목회활동비와 선교비, 접대비, 판공비, 통신비 등 매월 지급되면 그것 또한 과세대상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의견수렴 이후 추가적으로 실무협의가 필요한 경우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과세 시행까지 3개월여 앞둔 가운데, 세부적인 과세기준에 대한 원만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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