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건축의 이해 (33)

  • 입력 2017.10.19 16:38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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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춘 교수
[프로필]
◈ 정주건축연구소

- 친밀성과 개방성, 입구성, 접근성, 환대성

그동안 우리의 교회들은 교회당을 세상과 구별된 거룩한 장소로서 생각하여 그 경계를 명확히 구별했고 교회 행사가 없는 평일에는 항상 문을 닫아두었다. 선택받은 백성으로서 세상에 대해 가진 우월감은 교회건축의 모습을 독선적이고 권위적이며, 세상을 향하기보다는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게 만드는 하나의 원인이었다. 이러한 교회의 폐쇄성과 독선은 오늘날 세상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어, 지역 주민들로 하여금 이웃에 교회당이 건축되는 것을 한사코 막고 방해하는 한 요인이 되었다. 그렇다고 최근에 나타나는 현상처럼 교회건축을 교회 같지 않게 세속화해야한다는 주장은 기독교와 교회의 본질을 훼손하는 또 다른 심각한 신학적 문제를 제기한다. 그렇다면, 교회가 그 섬김과 나눔 그리고 선교의 사역을 위해지역주민들과 보다 긍정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교회건축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교회가 이러한 지역주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고,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그들을 섬기며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그 교회건축이 친밀성과 개방성을 가지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된다. 먼저, 교회건축의 모습은 그 크기와 스케일, 형태구성, 재료의 색깔과 질감, 지역 환경과의 조화 그리고 심미성등에 따라 지역주민들에게 편안하고 친근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주변 건물들보다 지나치게 크거나 높아서 위압적인 형태, 대칭적이고 고전적인 형상을 이루어 권위적인 형태, 지나치게 강력한 힘을 느끼게 하는 기념비적인 형태, 검은 색깔과 거친 질감의 재료를 사용하여 어두워 보이는 건물들은 지역주민들에게 거부감을 주어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한다. 또 창이 없는 거대한 벽면으로 이루어진 건물은 그 벽면 자체가 주는 부담감 외에도 그 내부가 외부세계로부터 단절된 세계라는 메시지와 함께 폐쇄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오히려 교회의 가로를 향한 면에 넓게 뚫린 창이나 문 같은 개구부 또는 발코니나 테라스 등이 있어 안과 밖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마주 보고 소통할 수 있다면, 그것은 사적인 교회의 내부공간이 공적인 지역의 가로공간과 통합되어짐을 의미하며 따라서 지역주민들이 그 교회에 대해 더욱 친근하게 느끼고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게다가 도로와 교회건물 사이에 적절한 크기의 잘 가꾸어진 공지가 있고, 담장 같은 물리적 경계가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면, 사람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교회의 영역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교회건축의 친밀성과 개방성은교회와 지역사회가 관계를 맺는 하나의 출발점이다. 나아가 교회의 입구는 도로 또는 접근로에서 즉시 눈에 띠는 곳에 설치해야 하고 건물의 정면에서 두드러지게 디자인되어 쉽게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교회의 입구는 접근하기 쉽고, 환영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내부가 들여다보이게 하여 호기심을 유발함으로써, 지역주민들이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디자인 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입구의 모습은 마치 ‘당신을 환영합니다.’ 라고 말하는 하나의 사인이 될 수 있다. 건물의 정면이 대칭적이고 그 중앙에 높은 기둥들과 함께 돌출된 입구나 입구 앞에 높은 계단을 설치하는 것은 매우 권위적이어서 함부로 들어가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비대칭적이라도 균형을 유지하며 가로에서 동일한 레벨로 포켓처럼 약간 들어가 있는 입구는 그 앞을 통행하는 사람들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심리적 효과가 있고, 인간적인 스케일과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채 및 질감을 가진 입구의 형상은 사람들로 하여금 문을 열고 쉽게 들어갈 수 있게 해준다. 정면 디자인과 조화로우면서도 식별성을 가진 아름다운 입구는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준다. 또 교회의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서 처음 만나는 홀 또는 로비는 교인은 물론 외부인에 대한 교회의 태도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따라서 그곳을 지역주민들이 쉽게 들어와 환대받는 분위기 속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머무를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은 교회건축의 공공성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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