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전 종교개혁은 교회의 거룩함과 세속의 분단을 깨뜨렸으나 오늘날 한국교회는 이 두 가지를 다시 분리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10월19일 신촌성결교회에서 열린 제37회 신촌포럼(대표 이정익 목사)에 강사로 나선 이말테 박사(루터대학교 교수)는 ‘종교개혁 50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주제로 종교개혁을 재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박사는 종교개혁의 특징 중 하나로 거룩함과 세속의 ‘분단의 극복’을 지목했다.
그는 “루터는 성직자들의 성직과 일반인들의 직업을 똑같이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명으로 봤다. 농사일과 집안을 청소하는 일, 성직을 모두 거룩한 일로 칭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날 한국 개신교회는 다시 교권주의에 빠져 거룩함과 세상을 구약시대와 같이 계속 분리한다. 설교와 성찬을 집례하는 목회자는 거룩하고 특별히 여기고, 사회 곳곳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리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 개신교회가 앞으로 평소의 윤리적 삶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하고 교권주의를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만인제사장설을 기초로 하고 있다. 모든 신자는 하나님 앞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할 수 있고, 하나님에 관한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칠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하나님 앞에서 특수한 직위나 권위를 지닌 특별한 성직자나 집단은 있을 수 없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500년 전의 사회는 교권의 횡포가 극에 달하던 시기였다. 이 박사는 “종교개혁은 루터가 했던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원했기 때문에 이뤄진 것이다. 루터가 95개 논제로 결정적인 불씨를 던졌을 뿐”이라며 “루터가 그 종교개혁을 시작했고 지속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줬다는 주장까지 할 수 있겠으나 수많은 신자들의 교회에 대한 불만족은 물론 교황청과 주교들의 권력을 통한 압박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력, 독립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면 불씨는 폭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종교개혁은 교회의 문제점이라기보다는 교회의 세속화와 본질의 상실을 비판함으로 시작됐다”며 “비록 교회로부터 시작되긴 했지만 교회만의 개혁이 아닌 사회와 문화, 정치, 경제 등 전 사회적인 개혁이었다”고 영향력을 전했다.
또한 모든 교인이 만인사제로서 성서를 공부하고 가르치고 해석할 수 있게 되어 적극적 교류와 소통이 활발해진 ‘소통의 혁명’이라고도 평가했다.
종교개혁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서도 고찰한 이 박사는 △철학사적인 중요성 △성서 강조와 교육 발전 △회중의 예배 참여와 음악의 발전 △성상파괴 금지와 예술 △개인의 존엄성 회복과 민주주의 △종교개혁자들의 경제적 영향 등을 가져왔음을 전했다.
이 박사는 “종교개혁자들은 사상사적 영향을 비롯해 사회·문화·정치·경제 등 폭넓은 분야에서 영향을 미쳤다”며 “종교개혁은 이처럼 온 세계의 모습에 영향을 줬고,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그 영향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이 박사는 “한국교회가 16세기 천주교회와 매우 비슷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한국교회의 제2의 종교개혁은 놀라울 만큼 500년 전의 종교개혁과 비슷해야 한다”고 직언하며 “한국 개신교회는 큰일 났다. 급하게 개혁해야 한다. 개혁할 때 16세기 종교개혁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포럼에 앞서 개회사를 전한 이정익 목사는 “오늘도 500년 전 상황과 너무 흡사하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종교적·영적으로 본질에서 너무 이탈한 한국교회를 돌아보면, 오늘날 제2의 종교개혁 필요성을 절감한다”며 “그래서 종교개혁이 일어났던 시대적·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대안으로 현실 세계에 던지는 의미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는 “‘종교개혁은 완전했는가. 종교개혁을 또 개혁할 부분은 없을까?’하는 의문들을 늘 갖고 있었다. 향후 500년을 내다보면서 가야 할 길을 확인하고, 아니다 싶으면 유턴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