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성경이다

  • 입력 2017.10.26 16:53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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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국 목사.jpg
 고병국 목사 (한소망교회)  
[프로필]
▣ 협성대학교 신학과 졸업
▣ 감리교신학대학교 선교대학원 졸업
▣ 서울남연회 강동지방 감리사 역임
▣ 온맘 닷컴 “목회칼럼” 연재
▣ 한소망교회 담임목사 

감리교단의 행정조직은 개 교회, 지방회, 연회, 총회이다. 지방회는 수십 개 교회로 조직되었다. 전국에 210여개 지방회가 있다. 지방회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보통은 일 년에 연합으로 부흥회를 한 두 차례 한다. 내가 속해 있는 지방회는 봄, 가을에 연합 부흥회를 갖는다. 그러면 작은 규모의 교회가 개 교회에서 부흥회를 할 수 없을 때, 연합 부흥회 기간열심히 참석해 은혜를 받기도 한다. 이번 가을에도 모 목사님을 모시고 은혜롭게 부흥회를 잘마쳤다. 연합 부흥회 마지막 날 강사 목사님이 집필한 책이라며 목회자들에게 한권씩 선물로 주어서 읽었다. 그 내용은‘후배들과 나누고 싶은 목회 이야기’이다. 저자인 강사 목사님은 한 교회에서 개척을 한 후 37년 동안 시무하고 있다. 당신의 40년간의 경험을, 교회를 개척하고 지금까지 목양일념으로 달려온 이야기들을 후배들에게 진솔하게 풀어 주는 내용이다. 그 내용들은 모두 가장 근본이 되고 처음부터 끝까지 붙들고 나가야 하는 것들이다.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적어도 백번 넘게 읽으라’는 조언이 나온다.

사실 목회를 하지만 이 질문에는 자유롭지 못하다. 때로는 성경도 읽지만 성경 외 다른 책을 더 읽으려 했고, 성경을 손에 들고 씨름하기보다는 선호하는 분야의 책을 더 손에 들고 씨름할 때도 많았다. 그래서 설교할 때 성경이야기가 명확하지 않아 진땀을 흘릴 때도 있었다. 목사에게 성경은 전공서적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어찌하다보니 성경보다는 다른 무엇, 성경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성경은 설교본문 정하기 위해서 읽는 것쯤으로 되었다면 틀림없이 개선해야 된다. 첫 목회를 나갔을 때, 대 선배목사님이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성경보다 다른 무엇을 더 읽으려는 유혹을 이기기위해서 힘쓰고 있다고 하셨던 말씀을 이제 목회연한이 제법 되어서야 그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감리교신학교 정경옥 교수(1903~1945)가 인기 있고 잘나가던 교수자리를 박차고 갑자기 고향으로 낙향했던 이유를 보자. “신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지 5, 6년 동안에 나는 무엇을 하였는가.

봄이 되면 봄 과정을, 가을이 되면 가을과정을, 그리고 겨울이 되면 겨울과정을 해마다 같은 노트에 같은 방법으로 기계를 틀어놓은 것 같은 강의를 반복하는 동안에 해마다 말은 자라나 생명은 죽어서 스스로 독서도 하지 않고 연구도 끊이고 생활에 반성이 없으며 창작력이 진하였다. 날마다 사는 것이 외부에 있어서 광대(廣大)하고 내면에 있어서 외축(畏縮)하는 생활이었다. 나의 영은 나날이 황폐의 여정을 밟고 있었다. 기도를 하여도 마음속에 솟아 나오는 기도가 아니었고 노래를 불러도 혼이 들어있는 노래가 아니었다. 이것이 끊임없이 괴로웠다. 누가 무어라고 말하는 이는 없으나 나로서는 쓴 잔을 마시는 것 같이 괴로웠다. 내 몸 이세상에 알려지고 칭찬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더욱 괴로웠던 것이다.” 그런 그가 낙향해서 붙잡고 씨름한 것은 ‘단순함과 성경읽기’였다고 한다. 그러자 영적위기에서 벗어나 다시 강단에 섰다.어느새 세월이 흘러 목회도 십여 년 남았다.

두 달 전 불현듯 좀 더 성경을 깊이 있게 연구해서 교우들에게 전달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주일 오전예배는 제목설교로, 주일 오후예배, 수요예배, 금요기도회는 성경 한권씩 정해서 강해자료를 만들어 교우들에게 나누어 주고 함께 연구한다. 그러던 차에 ‘후배들에게 주는 목회이야기’는 다시금 나를 돌아보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장자』 외편의 글이 생각났다.“장자(莊子)가 어느 날 밤나무 숲을 거닐다가 커다란 까치한 마리가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장자가 본 까치의 날개의 크기는 무려 7척이나 되고 눈동자의 크기도 한 치나 되었다. 까치는 장자의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가 밤나무 숲에 앉았다. 장자는 그 위세에 놀라 혼잣말로 내뱉었다. ‘저건 무슨 새인가? 저렇게 큰 날개를 가지고도 높이 날지 못하고, 큰 눈을 가지고도 사람을 보지 못 하는구나’. 장자는 재빨리 바지를 걷어 올리고 까치를 향해 활을 들어올렸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한 마리 매미가 나무 그늘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사마귀가 나뭇잎에 몸을 숨긴 채 매미를 노리고 있었다. 또한 매미를 노리고 있던 사마귀를 커다란 까치가 노려보고 있었다. 장자는 이를 보고 깨달은바가 있어 화살을 내려놓았다. ‘세상의 만물은 서로 해치고, 또 서로 이해에 얽혀 있구나’. 장자가 탄식하며 돌아섰을 때 갑자기 밤나무 밭주인이 나타났다.

그는 장자를 쫓아오며 밤을 훔쳐 간 도둑이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기분이 상한 장자는 석 달 동안이나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장자의 얼굴이 어두워 보이자 제자가 걱정스러운 듯 스승에게 물었다. ‘요즘 왜 그렇게 안색이 안 좋으십니까?’ 장자가 대답했다. ‘나는 밖에 정신을 뺏겨 내 자신을 잊고 있었다. 나는 밤나무 숲에서 놀다가 내 자신을 잊었고, 그 까치는 사마귀를 노리다가 자신을 잊었고, 사마귀는 매미를 노리다가 그 자신을 잊었다. 나역시 화살로 까치를 겨누다가 내 자신을 잊고 도둑 취급까지 받았으니 어찌 슬프지 않겠느냐”. 성경 말고 내 정신을 빼앗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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