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교회의 위기, 이미 현실이다.

  • 입력 2017.11.01 16:21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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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국교회의 부흥의 원동력은 작은교회에 있었다. 교회가 세워지면 성도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이후 시대에도 작은교회의 성도들이 중대형교회로 옮겨가면서 사실상 성도 300명 이상의 중형교회가 되면 사역에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 공공연한 공식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이 공식이 깨지기 시작했다. 도시와 주거형태의 변화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해 중형교회들에도 위기의식이 확산됐고, 이제는 위기가 현실이 됐다.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 교수)는 거룩한빛광성교회의 후원으로 출석교인 300~1000명 규모의 중형교회 25개를 대상으로 지난 2~9월까지 조사를 실시했다. 수도권에 위치한 교회, 현역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중형교회의 현실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서울시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는 목회사회학연구소 주최로 ‘2017 한국교회 심층연구 세미나’가 ‘한국교회 마지노선 중형교회’를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중형교회의 현실과 미래’를 주제로 발제한 조성돈 교수는 “보통 안정권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300명 이상의 교회들은 안전한가. 많은 중형교회들이 무너지고 있었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개신교는 인구대비 19.7%, 968만 명으로 가장 많은 신도 수를 가지고 있는 종교로 꼽혔지만 현실은 많은 교회들이 무너지고 교단들은 교인 수의 감소를 보고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작은교회 돕기를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이처럼 작은교회에만 주목하고 있는 사이에 많은 중형교회들마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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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교회들이 위기에 직면한 것은 약 10년 전부터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중형교회들은 대부분 70~80년대의 황금기를 지나면서 크게 성장한 것이 특징이다. 주로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해왔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전통적인 지역의 쇠퇴는 인구의 변동과 구도심의 공동화를 가져왔고, 결국 기존의 교인들이 교회를 다닐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서 위기는 현실화됐다.

인터뷰를 통해 밝혀진 사례에 의하면 3000여명의 학생들이 다니던 초등학교가 700명으로 줄어든 데다 그중 400여명은 중국교포인 상황으로 변모하면서 젊은 부부들이 지역을 떠났다.

100년이 넘은 강남의 한 교회는 도시 개발에 적응하지 못한 땅 주인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됐고, 주일에 교회는 나오지만 다른 프로그램이나 지역사회와의 연결은 거의 불가능하다.

조 교수는 “한참 부흥할 때 지어놓은 건물이 문제다. 교인은 급격하게 줄었는데 교회당은 너무 크다”며 “이자와 관리비가 엄청난 상황에 성도는 1/10로 줄어 너무 큰 부담을 안게 된다”고 현실을 지목했다.

1세대 목회자의 은퇴와 청빙, 그 과정에서의 분란도 중형교회의 위기를 초래한 주요한 요인 중의 하나로 지목됐다.

무엇보다도 위험한 점은 중형교회의 위기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켜 교계 전체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모든 중형교회는 저마다 차이는 있으나 작은교회와 농어촌교회, 선교지와 교계 단체들을 후원하고 있는데, 이런 지원들이 무너지면 한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는 타격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조 교수는 △지역과 함께하는 교회 △합리적 교회운영 △리더십 훈련 △청장년층에 맞는 콘텐츠 개발 △분란조정기구 필요 △주중사역 개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조 교수는 “주민센터와 협의해 구제를 하고, 주중에 빈 공간을 지역과 공유하며, 자원봉사센터를 운영해 청소년들이 북적이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조금만 넓게 생각하면 자기 교회도 살고, 지역도 살기 좋게 되고, 주변 교회들도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말했다.

또 “30대 이하 세대들은 이해가 되지 않고, 동의가 되지 않는 교회의 체계에 대해서 참여를 거부한다. 합리적이지 않다면 동의도 참여도 없는 것”이라며 “요즘 세대를 참여세대라고 하는데 왜 교회에는 젊은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교회의 합리적 운영은 빨리 이뤄져야 할 과제다. 특히 변화에 익숙하지 않은 중형교회에는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조 교수는 “교인이 1/5, 1/10로 줄어들고 교회는 무너지는데 교회 내의 헤게모니와 남은 재산에 대한 생각만 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도대체 교회가 무엇인가 하는 회의가 들 정도”라며 “작은교회가 무너지는 것은 전선의 후퇴였지만 중형교회가 무너지면 생태계 자체가 무너지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우리는 여기서 주의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외에도 이날 세미나에서는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가 ‘중형교회들의 제도화의 딜레마 극복기’, 장진원 목사(목회사회학연구소 기획실장)가 ‘중형교회들의 소리들과 이야기’,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가 ‘중형교회를 지킬 수 있는가’를 주제로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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