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의 삶' 속에 피어난 희망, "아이엠 호프맨!"

  • 입력 2017.11.08 16:41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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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900달러의 세계 최빈국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최대의 빈민가에 ‘언동마을’이 있다.

아이들조차 쓰레기를 뒤져 고물을 줍고, 시장에 나가 야채를 팔고 그도 아니면 술집을 전전해야만 오늘 하루를 연명할 수 있는 곳. 이 아이들의 세상에는 책도, 장난감도, 공부도, 학교도 없다. 꿈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이름도 낯선 한국이란 곳에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더 이상 아무도 돌보지 않는 버려진 땅 위에, 이 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학교’를 세웠다.

희망학교의 한국인 교장 임만호 선교사와 캄보디아 빈민촌 아이들은 서로에게 다시없을 진정한 인생의 학교를 만나게 된다.

제작기간만 8년. 철저히 관찰자의 입장에서 희망학교의 이야기를 기록해나간 이는 감독 나현태 집사다. 다큐멘터리 제작 PD로만 20년 이상 종사한 나 집사는 희망학교를 통해 ‘순종의 삶’ 속에 피어난 희망을 발견했다고 고백한다.

‘아이엠 호프맨(I Am Hopeman)’은 매일 아침 희망학교 아이들과 임만호 선교사가 외치는 구호다. 절망의 한 가운데에서 너무나도 아이러니한 외침이지만, 이들이 힘껏 외치며 나아갔을 때 그 외침은 실제가 되어 8년 세월 끝에 수많은 열매를 맺었다.

언동마을은 도심의 재개발 사업에 밀려 주민들이 강제 이주된, 꿈과 희망이 없는 곳이다. 그 곳에 들어선 희망학교를 세운 한국인 임만호 선교사(서울광염교회 파송). 임 선교사는 경북 울진의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나 진즉 진학의 어려움을 겪어봤다. 공부가 하고 싶어서, 하나님 일을 하고 싶어서 “하나님! 저를 학교에 보내주시면, 나중에 꼭 저처럼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서 하나님 일을 하겠습니다!” 다짐했단다.

임 선교사는 글을 모른 채 아동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고자 초등학교를 설립했다. 아동노동의 현장으로 내몰렸던 아이들은 전액무료로 공부할 수 있는 희망학교로 몰려들었고, 하루를 연명하기 위해 쓰레기를 줍던 고사리 같은 손에 연필과 공책이 들렸다.

그러나 초등학교 6학년생들을 졸업시키고 나니 현실은 쳇바퀴 돌 듯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이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중학교 진학을 포기한 것. 임만호 선교사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다 못해 2008년 신축 중학교까지 짓게 됐다. 그리고 이 무렵 그에게 파킨슨병이 찾아왔다.

임 선교사 본인은 눈치 채지 못했지만 그를 만난 모든 사람들이 걱정할 만큼 그의 반신은 마비되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검진을 위해 귀국하는 것보다 중학교 신축을 마무리 하는 쪽을 택했다.

그렇게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며 절망 속 아이들을 희망의 길로 인도하는 사이, 뜻밖의 고난이 한 번 더 찾아왔다. 2012년 사랑하는 장남 임요한 군을 교통사고로 잃게 된 것.

임 선교사 부부가 하나님의 소명을 따라 캄보디아에 왔을 때 요한 군의 나이가 5세였다. 어린 나이였지만 부모의 소명을 자신의 소명이라 여기며 ‘순종의 아들’로 건강하게 성장한, 보기만 해도 아까운 아들 요한 군은 그렇게 17세의 나이에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꿈과 희망을 나누고자 했던 곳이 시련과 절망의 땅이 되었지만, 너무나도 사랑했던 아들을 가슴에 묻는 슬픔을 겪어야 했지만 그는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까지 지내올 수 있었던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했다.

“육신의 질병을 가졌다고 해서, 아들을 먼저 이 땅에서 보냈다고 해서, 이 때까지 받아온 그 분의 은혜에 대해서 내가 뭐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하나님은 지금까지 시골 산 속 깊은 곳에서 꿈도 없고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산골 가난한 농부의 아들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찾아주는 축복의 통로로 사용해주셨어요. 그저 감사할 따름이지요.”

주어진 소명 안에서 감사하며 살아가는 순종의 삶. 임만호 선교사는 지금도 그 길을 걷고 있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마음이 아플 때도 그저 감사함으로, ‘희망’을 보며 걷는다.

임 선교사가 심은 ‘희망의 씨앗’ 쏙레타는 넝마주이 일을 하다가 현재는 희망학교를 통해 꿈을 품고 교대에 진학해 희망학교 교사가 됐다. 지난해 치러진 제1회 고등학교 졸업식에서는 17명의 졸업생이 배출됐으며, 그 중 12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나현태 감독은 “의도적이거나 인위적인 연출은 철저히 지양하고, 그저 기록자의 정신으로 담담히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를 통해 캄보디아의 아이들만이 아닌 우리 자신 또한 각자의 삶 속에서 호프맨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아이엠호프맨’은 오는 16일 서울 서대문구 필름포럼과 노원 롯데시네마에서 정식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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