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한국교회 대통합, 빛바랜 종교개혁 500주년

  • 입력 2017.12.06 18:58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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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장회의는 ‘한교총’으로 한교연은 ‘한기연’으로 사분오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하나의 연합기구 절실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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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연합기구 대 통합을 이루며 한국교회의 하나 됨을 도모하겠다던 교계가 또 다시 사분오열됐다.

한국교회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며 ‘빅텐트’를 치고 하나의 목소리를 내겠다던 교단장회의는 ‘한국교회총연합회(이하 한교총)’라는 이름으로 1회 정기총회를 개최하며 보수 교계 제3의 연합기구가 되어버렸다.

지난 7월 교단장회의와의 통합에 뜻을 모았던 한국교회연합(현 한기연) 역시 통합추진 과정에서 교단장회의 측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통합을 전면 파기했다. 양측의 의견이 충돌한 부분은 ‘정관’이었고, 끝내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통합은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한교연은 창립총회 당시 있었던 ‘법인명을 한기연으로 변경한다’는 결의를 그대로 고수해 11월29일 제6-3차 실행위원회와 임시총회에서 ‘한기연’으로 법인명을 변경했다.

두 기관이 하나 되어 사용하려 했던 ‘한기연’이라는 명칭은 한교연이 차지해버리고, 한기연이라는 이름을 쓰기 어렵게 된 교단장회의 측은 결국 ‘한교총’이라는 명칭으로 출범을 강행했다.

기관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명칭’을 변경하는 중대한 일임에도 양 기관은 너무도 쉽게 사안을 다루고,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회비를 내며 참여하고 있는 회원이자 총대로서 의사를 표현할 수 있었던 정기총회 자리에서 총대들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동의’와 ‘재청’, 박수갈채로 일갈했다.

5일 오후 열린 한교총 정기총회 회의장은 한국교회가 드디어 하나 됐다는 기쁨과 축제의 장으로 진행됐다. 축하찬양 공연에 이어 한용길 사장(CBS), 김관상 사장(CTS), 최삼규 사장(국민일보), 유원식 회장(한국기아대책본부)의 축사와 서기행 목사(예장합동 증경총회장), 김순권 목사(예장통합 증경총회장)의 격려사가 이어졌다.

축사와 격려사 속에는 “한국교회 90%이상의 주요교단이 연합됐다”, “큰 교단과 작은 교단이 어우러져 좋은 하모니를 들려줄 것을 기대한다”, “한교총이 정부와 교계의 소통창구로서 역할을 감당할 것을 기대한다”는 등의 축하와 칭찬의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교총 측은 한국교회 주요교단으로 꼽히는 ‘장·감·성·순·침’(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순복음(기하성), 침례교)이 처음으로 하나의 연합기관 안에 들어왔다는 사실 만으로 감격스러워 하는 듯하다. “대사회적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종교인과세 문제 하나만 보더라도 하나의 소통창구를 통해 정부에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불교, 천주교에 비해 한국교회는 한기총·한교연·한장총 등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교회 종교인과세 TF팀, 한교총 뿐만 아니라 진보 성향의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 소통 창구가 여러 곳인데다 저마다 피력하는 의견에도 상당한 온도차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어느 단체가 과연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단체이고,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을까. 한교총은 정기총회 개최를 앞뒀던 지난 11월1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총회 초청장을 보내면서 “한국기독교연합(현 한교총)은 대한민국 내에 있는 기독교 교단들의 연합 단체로서, 현재 국내 기독교인 95% 이상이 소속한 주요 교단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을 자처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기연은 ‘한국교회 앞에 드리는 글’에서 이 같은 한교총의 주장을 반박하며 “대 교단의 교단장들이 주님의 겸양을 본받지는 못할망정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자만과 우월감에 사로잡혀 저급한 갑질로 한국교회와 작은 교단들에 씻을 수 없는 분열의 상처를 주고 있음을 회개하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한기연은 이 글에서 (합의 당시) 한교연과 교단장회의의 통합 결렬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에서 한교총의 잘못을 소상히 밝히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글의 말미에서는 “조속한 시일 내에 한국교회 대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첨언했다.

“우리는 앞으로 한국교회 통합을 위해 어떤 가시밭길이라도 해쳐나갈 것입니다. 한기총의 현 지도부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앞으로 더욱 진지한 자세로 통합 추진 작업에 임해 조속한 시일 내에 한국교회 앞에 반드시 대통합의 선물을 안겨주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한기연의 ‘한국교회 앞에 드리는 글’ 일부 발췌)

한교총-한교연의 통합이 결렬된 이 때, 한기연의 호언장담처럼 한국교회 대통합은 과연 이뤄질까? 한국교회에는 여전히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하나의 연합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연합기구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기득권은 내려놓지 않은 채 말로만 ‘대통합’을 외치고 있다.

한교총-한기연 각각 개최한 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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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교총 총회에는 예장합동 통합 대신 고신 합신,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예수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순복음, 기독교한국침례회 등의 교단 총회장과 대의원들이 참석했다.

총회는 1부 예배와 2부 축하 순서에 이어 3부 회의로 진행됐으며, 직전 공동대표회장이었던 이성희 목사가 의장으로 나서 회의를 주재했다. 이성희 목사는 정관채택에 앞서 제1장 총칙 제1조 ‘명칭’을 사단법인 한국기독교연합에서 한국교회총연합회로 변경하여 채택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총대들은 명칭변경을 수락하고 일사천리로 정관을 채택했다. 새로이 선출된 임원은 △공동대표회장 이영훈 목사(기하성 여의도 총회장) 전계헌 목사(예장 합동 총회장) 전명구 감독(기감 감독회장) 최기학 목사(예장 통합 총회장) △상임회장 유충국 목사(예장 대신 총회장) 정서영 목사(예장 합동개혁 총회장) 안희묵 목사(기침 총회장) 신상범 목사(기성 총회장) 김상석 목사(예장 고신 총회장) 정동균 목사(기하성 서대문 총회장) △총무(비상임) 변창배 목사(예장 통합 사무총장) 이경욱 목사(예장 대신 총무) 등이다.

한교총은 앞으로 종교인 과세와 동성애 문제 등에 대응하기로 했으며,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봉사단(전도단)을 운영 및 지원하기로 했다. 사무실은 한국기독교회관에 마련됐으며, 법인화도 추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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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연은 7회 총회를 개최하고, 신임 대표회장에 이동석 목사(예성 증경총회장)를, 상임회장에 권태진 목사(예장 합신 증경총회장)를 선출했다. 단독 입후보한 두 후보는 별도의 투표 없이 총대들의 기립박수로 추대됐다.

총회에 앞서 드려진 예배에서 설교한 직전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는 “한교총이 설립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 대교단이 되면 한국교회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해도 되는가”라며 개탄했다.

이동석 목사는 취임인사를 통해 “한교연의 명칭변경은 이름 한 글자를 바꾼 정도의 변화가 아니라 지난 6회기까지의 공과를 되돌아보면서 하나님과 한국교회 앞에 새로운 각오와 자세로 연합운동에 매진하겠다는 다짐”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이어 “본회 소속 39개 교단 10개 단체들과 함께 한기연이 한국교회를 명실상부 대표하는 가장 건전하고 모범적인 교회연합기관으로 성장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권태진 목사도 “신임 대표회장님과 새로 조직되는 임원들과 함께 한국교회가 하나되는 데 더욱 힘을 기울여 나아가겠다”고 인사했다.

한기연은 이날 사무총장 대행 최귀수 목사는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임하고, 회비를 내지 않은 회원교단들에 대해 정관에 따라 처리키로 결의했다. 한편 한기연은 2018년 1월5일, 신년하례 예배와 대표회장 및 상임회장, 사무총장 취임식을 거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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