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해상 참사를 보면서 과연 세월호 이후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따져보니 딱 한 가지 달라진 것이 보인다. 그 달라진 것은 단지 ‘종이’ 하나에 불과한 것 같다. 즉, 매뉴얼만 달라졌다. 굳이 하나 더 덧붙인다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서로 오고갔을 뿐이다. 가장 중요한 매뉴얼에 의한 현장에서의 적용이 이번에도 여전히 우왕좌왕이라는 점이 심히 유감스럽다. 이번에도 현장에서는 이전과 전혀 달라 진 것 없는 옛 모습 그대로를 바라보아야 하는 국민들의 마음 심히 아프다. 문제는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사람이 먼저’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일선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이 전혀 모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점이다.
사고 신고가 접수되고 난 다음 그 사이의 경위야 어떠하든 불과 1.6km 떨어진, 막말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관할 파출소에서 현장에 접근하는데 무려16분이나 소요 되었다는 점은 어떤 이유로든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다. 경위야 어떻든 정부 책임이라며 대통령이 머리 숙여 사과하기 이전에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정부는 근자에 세월호 사고 특별조사위원회의 존속기간을 2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있다. 원인이나 그간의 경위를 조사하는 것도 필요는 하겠으나 조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지나간 사고의 조사보다 지금의 상황이 아니냐 하는 것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세월호 이후 더 똑똑해지고 야무진 사고 대책과 수습현장을 보는 것임을 기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