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만연한 설교 표절, 그 총체적 난제

  • 입력 2014.09.04 13:01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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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언어설교연구원(대표 박필 목사)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90%의 목사들이 표절 설교를 한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2007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교역자 43%가 타인의 설교를 그대로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2001년 조사에서도 다른 사람의 설교를 거의 참고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22%인 반면 참고한다는 응답자는 72%로 나타났다.

오늘날 목회자들의 설교 표절은 한국교회에서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다수가 같은 행위를 함으로써 양심의 가책이나 부끄러움조차 상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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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끼는 설교 어디에서 능력이 나오나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김경원 목사)가 지난 2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설교 표절, 왜 심각한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제27차 열린대화마당을 개최했다.

기조발제자로 나선 정주채 목사(향상교회 은퇴)는 “설교는 계시된 말씀을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 해석하고 교훈하고 적용하여 ‘양으로 하여금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지극히 거룩하고 중요한 사역인데, 이 사역이 불성실과 거짓으로 행하여진다면 교회의 쇠잔함은 물론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뜻은 어떻게 이루어지겠는가”라고 개탄하고 “남의 설교를 베끼거나 도용해서 하는 설교에 성령께서 어떻게 함께 하시며, 어디에서 확신과 능력이 나오겠는가”라고 심각성을 진단했다.

정 목사는 목회자들이 표절을 하는 이유에 대해 △설교 횟수가 너무 많아서 △게으름 △정직하지 못한 성품 △설교자로서의 기본 자격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 목사는 “한국교회의 경우 목사들이 공식적으로 해야 하는 설교만 해도 한 주간에 10회 이상이다. 작은교회들은 담임목사 한 사람이 이 설교들을 다 맡아서 해야 한다”면서 “항상 열심히 준비해도 역부족일 경우가 많을 것이다. 너무 무거운 짐임엔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또 “설교자가 말씀묵상과 기도생활에 게으른 것”이라며 “부지런히 일하는 목사라 하더라도 말씀준비와 전파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다른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빼앗겨 말씀사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그 목사도 성실한 목사라고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설교 표절 문제는 좀 더 원천적으로 말하면 신학교육의 문제요 신학교 난립의 문제”라며 “설교자로서의 소양과 자격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목사가 되어 과중한 설교사역을 하게 되니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표절도 하고 도용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부실한 신학훈련의 현실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목사는 “설교 표절은 단순히 저작권에 대한 침해나 윤리적인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의 범죄행위이고 설교자 자신을 영적으로 황폐하게 만들며 교회를 황폐하게 만든다”면서 “한국교회는 게으르고 악한 목사들 때문에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결국 이런 사역자들은 외식하는 자로 정죄되어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설교 작성 실제적 교육 절실해

이어서 ‘설교 표절,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발제한 한진환 목사(서울서문교회)는 개선을 위한 제안을 통해 설교 작성에 관한 전반적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목사는 “한국 신학교들의 설교에 대한 교육은 빈약한 경우가 많다”며 “본문 선택에서부터 주석과 아웃라인 작성, 그리고 전개의 전 과정을 스텝 별로 세밀하게 가르치는 실제적 교육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목협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설문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목회자들은 일주일 동안 평균 7.5회 설교하며, 설교 준비 시간은 평균 4시간 4분으로 나타났다”면서 “설교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의 절대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목사들이 표절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것은 불을 보득 뻔한 일”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따라서 “과중한 설교사역을 개선하기 위해 목사 자신과 교회 당국의 공동적인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목사는 대외적인 활동이나 목회 외적인 일에 시간을 뺏기지 않도록 절제하는 동시에 목사가 교회 행정에 대한 전반적인 관여나 심방, 각종 모임 주도 같은 일에 너무 낳은 에너지를 소진하지 않도록 교회측에서도 세심한 배려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목사는 설교를 표절하는 동기 중에는 “많은 경우에 유명 목사의 탁월한 설교를 도용함으로 자신의 역량을 과시하려는 불순한 동기가 작용하기도 한다”고 지적하고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한 열매가 곧 파멸의 열매였듯이 그러한 욕망은 망하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교단 교파별 연장교육기관 설립돼야

안진섭 목사(새누리2교회)는 목회자들에 대한 연장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각 교단별로 목회자들의 연장교육을 위한 기관을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안 목사는 “의사들은 전문의가 되기 위해 6년간 교육받고도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다시 밟는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설교자들은 신학대학원에서 설교학 과목 한 두 과정만 배운 채 평생 설교사역을 수행한다”면서 “이런 현실에서 탁월한 설교자가 배출되는 것이 오히려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제라도 각 교단별로 혹은 교단과 교파를 초월하여 목회훈련과 설교훈련을 받을 수 있는 연장교육기관을 설립하여 실제적 차원에서 목회자들을 도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회장 김경원 목사는 “목회의 꽃은 설교다. 설교 표절은 다른 사람의 꽃밭에서 꽃을 꺾어오는 것”이라며 “설교는 고민하고 연구하고 번민하는 가운데 영혼의 고백이 나와야 하는데 쉽게 남의 것을 베껴서 자신의 것인 양 행세하는 것은 큰 윤리적 문제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결단해서 윤리성 회복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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