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인생

  • 입력 2018.03.08 11:27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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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국 목사 (한소망교회)  
[프로필]
▣ 협성대학교 신학과 졸업
▣ 감리교신학대학교 선교대학원 졸업
▣ 서울남연회 강동지방 감리사 역임
▣ 온맘 닷컴 “목회칼럼” 연재
▣ 한소망교회 담임목사

중국의 근대 문학가이자 사상가인 ‘루쉰’(1881~1936)은 지주의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할아버지의 투옥과 아버지의 병사 등 잇따른 불행으로 어려서부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그는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1909년 귀국하여 고향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후 ‘루쉰’은 정열적인 집필활동을 통해 중국근대문학을 확립하였는데, 특히 그의 대표작 『아큐전쟁』은 세계적 수준의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랫동안 대학에서 교수로 지냈지만 그의 집에는 침대와 광주리 그리고 낡은 옷 궤짝과 책상밖에 없었다. 당시 ‘루쉰’은 우익들과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에 주위에는 늘 신변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언제라도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이부자리를 챙기고 광주리와 옷 궤짝을 들고 밖으로 나서기만 하면 언제든지 나그네가 될 수 있었다. ‘루쉰’은 언제나 투쟁의 길에서 물러서지 않았으며, 안일한 생활을 꿈꾼 적이 없었다.

또한 그는 자신이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는1936년에 쓴 편지에서 이렇게 적었다. “만약 나처럼 하찮은 일생을 가지고도 전기를 쓸 수 있다면 중국에는 4억 권이나 되는 전기가 쏟아져 나오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도서관은 미어터지게 될 것입니다.”임종이 가까웠을 때 ‘루쉰’은 유언장을 대신하여 짤막한 메모를 남겼다. 첫째, 장례를 치를 때 옛 친구 외에는 절대로 조의금을 받지 말라. 둘째, 빨리 묻어버리고 끝내기 바란다. 셋째, 추도식은 절대로 하지 말라. 넷째, 나를 잊어버리고 너희들 일에나 전념해라. 다섯째, 남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과는 가까이 하지 말고 복수에 얽매이지 않으며 인내를 주장하는 사람과 가까이 하라.사람은 누구나 하나님이 부여하신 수(壽)를 다하다가 이 세상을 떠난다. 그 수(壽)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천수를 누리듯 장수를 하지만 어떤 이는 단명을 하곤 한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떠나게 되어 있다. 그런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떻게 살다가야 하는가? 깨끗하게 살다가야 하지 않을까? 깨끗하게 살다간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지저분하고 치사하게 살다간 사람도 있다. 깨끗하게 살다간 사람들은 한 결 같이 인생은 공수래공수거라고 하는 이치를 아는 사람이다.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날 때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간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무엇을 남기고 떠나야 하는가? 어떤 사람은 이 세상에 살 때는 커다란 발자국을 남기고 살다가 떠날 때는 깨끗하게 산 사람이 있다. 그런가하면 어떤 사람은 이 세상에 살 때 보통으로 평범하게 살다가 떠날 때는 지저분하게 살다 떠나는 사람이 있다. 고기 중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고기가 있다. 이름은 공어이다. 속이 보이는 것을 투명하다고 한다. 투명성은 특히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요구되는 것 중 으뜸이다.

나라에서 가끔 떠들썩하는 것은 투명성문제이다. 대선자금의 불투명, 공인의 공금사용에 대한 불투명, 어느 특정인의 외화보유의 불투명성 등 사회의 좋지 못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요즘은 뉴스를 보기가 두렵다.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 등장하는 소식이 ‘아니 저럴 수가?’ 눈과 귀를 의심하듯 믿기지 않는 일들이 일어난다. 마치 들불처럼 말이다. 이제는 어디까지 가야 멈추는 것인가? 생각마저 든다. 특히 ‘미투’(#MeToo)운동이다. 잘 나가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수치와 부끄러운 모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생각이 되는 것은 ‘깨끗한 인생’이라는 단어이다. 얼마나 유명하고 대단한 업적을 남기는 것인가도 중요하겠지만, 얼마나 깨끗한 삶인가? 이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들 주변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보았다. ‘대단한 사람 같은데, 깨끗하지 못한 사람이었구나.’ 아마 미국에서 시작되었던 ‘미투’운동이 아니었더라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의 중심에 있는 유명한 사람들의 민낯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의 속살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의 속살, 민낯을 보게 되니 그동안의 존경심, 애정 등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어 씁쓸하다 못해 배신감마저 든다. 심지어 분노가 일어난다.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지금 우리사회에는 믿고 따라갈 인물이 없다고 한다. 흠모하고 존경할 사람이 없다. 우리가 믿고 존경할 만한 사람은 무엇보다 깨끗한 인생을 산사람일 것이다. 깨끗한 인생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평생을 고결하고 깨끗하게 산다고 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러나 그런 깨끗한 인생을 살다간 사람이 우리 주변에 많이 나타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기를 힘써야 한다. 이 사람이 예수의 향기를 발하는 사람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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