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소통과 나눔의 공동체, 소나무 커뮤니티

  • 입력 2018.03.20 18:04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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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철 목사
 

북·중 접경지역 훈춘에서 조선족과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선교활동을 펼쳐온 이인철 목사가 최근 한국으로 돌아와 소나무 커뮤니티를 만들고 도심 속 소통과 나눔의 공동체를 시작했다.

교회 운영이나 신앙훈련이 주먹구구식으로 되고 있던 훈춘 지역의 조선족교회들을 체계적으로 훈련시키고, 목회자를 재교육하는 데 힘써온 이 목사는 최근 들어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다.

가장 큰 어려움은 중국 정부가 중국 내 기독교인들을 향한 규제의 손을 더욱 널리 뻗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 정부에 등록된 교회와 가정교회들이 다양한 형태로 탄압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1500여개의 십자가가 철거당하고, 교회가 허물어지고 있으며, 헌금 압수와 목회자들의 체포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런 가운데 그가 귀국하기 전까지 협력하며 선교활동을 펼치던 곳은 조선족 여전도사가 담임하고 있는 훈춘의 농아인교회였다. 설립한 지 20년이 됐지만 아직 체계적인 제자훈련을 경험해보지 못한 교회에서 그는 1대 다수 제자훈련에 착수했고, 담임전도사의 수화 통역을 통해 하나님을 깊이 경험한 농아인들은 참된 기독교인의 삶과 교회 섬김의 도를 깨달아 자발적으로 전도까지 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 목사는 아무도 관심 갖는 이 없고, 돕는 이 없는 농아인교회를 위해 설립 20주년 행사와 제1회 농아인선교대회까지 협력하여 섬긴 뒤 귀국했다.

중국 정부의 삼엄한 탄압 속에 귀국한 이 목사는 한국에서의 주요한 후원까지 끊기게 되자 하나님의 음성에 겸허히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 때 그의 마음속에 울림을 전한 하나님의 말씀은 마태복음 9잘36절.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시니 이는 그들이 목자 없는 양과 같이 고생하며 기진함이라”였다.

이인철 목사는 “훈춘에도, 서울에도, 예수님 당시에도 모두의 관심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늘 있었다. 그리고 예수님은 목자 없는 양과 같이 고생하며 기진한 그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그들에게 친히 손을 내미셨다”며 자신이 소나무 커뮤니티를 통해 하고자 하는 소박하고도 원론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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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일 예배에서 특별찬양을 하는 소나무 커뮤니티 지체들
 

소나무 커뮤니티는 현재 주일에 영업하지 않는 방배동의 한 카페 공간을 빌려 주일에만 예배와 성경공부를 진행하고 있다. 아담한 공간은 이 목사 내외와 20여 명 청년들이 둘러앉으면 꽉 차곤 한다고. 그러나 이 목사는 더 큰 공간을 빌릴 계획도, 교회 공동체의 체계를 구축할 생각도 하고 있지 않다.

“교회가 커질수록 사람의 일은 늘어만 가고, 오히려 하나님의 일을 해내기 어려워지는 것을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교회가 세상을 향해 나아가 빛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몸집을 키우고 ‘교회를 위한 교회’가 되어버리곤 합니다. 형태를 갖춤으로써 소요되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소나무 공동체를 만나는 ‘한 사람’이 예수님을 깊이 만나고 구원받는 데 집중하고자 합니다.”

가시적인 형태도 없고, 규모도 미약한 공동체이지만, 소나무 커뮤니티는 △창조주 하나님만이 참되고 유일한 신이심을 믿는다 △십자가 사랑을 실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따른다 △삶의 모든 영역을 주관하시는 성령의 임재와 통치를 믿는다 △성경전체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삶의 근거로 삼는다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의 권위를 믿는다 △예수 그리스도 외에는 구원이 없음을 믿는다는 등의 분명한 신앙고백 위에 서 있다.

평일엔 각자의 일상생활에 분주한 소나무 공동체 지체들은 주일에 모여 성경공부와 교제, 깊이 있는 예배를 통해 하나님 보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모이는 인원 대다수가 청년들이다보니 세상 속에서 혼란을 겪는 청년들에게 하나님 자녀로서의 정체성을 심어주는 것이 이 목사의 주된 사역 중 하나다.

그는 “한국교회에는 아직 헌신할 준비가 안 된 청년들이 많다. 그런데 많은 경우 타의에 의해 시간과 물질, 재능을 드리는 헌신을 강요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구원의 감격을 경험하면 헌금, 봉사 등 하나님과 교회를 위한 자발적 섬김이 가능해진다. 중요한 건 한 사람이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깨닫고 하나님 나라 가치를 따라 살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인철 목사는 소나무 커뮤니티를 통해 내딛게 될 다음 걸음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이 공동체가 국내에서 모이면 교회지만, 어디고 떠나면 복음을 전파하는 선교적 사역을 감당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그러기 위해 교회가 운영되는데 소요되는 물질과 시간, 재능 헌신은 되도록 지양하고 세상 속에서 복음의 능력을 발휘하는 크리스천의 모습을 나타낼 수 있도록 지체들을 세워나가려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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