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채찍에 종아리를 걷다니

  • 입력 2018.03.23 11:00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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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의 배임증재(背任增財) 및 교비횡령 등의 혐의로 촉발된 총신대학교(총장 김영우)의 학내 분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는 것 같아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가없다. 명색이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명문기독교 사학으로 꼽히는 총신대의 이번 분규를 보면서 크게 아쉬워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유를 불문하고 기독교 사학(私學)은기독교 사학답게 하나님이 금 그어주신 질서 안에서 지혜롭게 해결하여야 할 터인데 왜 그러지를 못하느냐 하는 점이다. 스스로 풀지 못할 문제라고 판단하여 교육부가 칼을 빼들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받아야 할 기독교 명문 사학이 세상의 권력 앞에 무릎을 꿇은, 하나님 앞에서 보기에도 민망한 모습을 연출하고 만 것이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김 총장은 지난2006년 가을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장에게 자신을 부총회장으로 밀어달라는 청탁과 함께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라는 점에서 재학생들은 그를 총장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순수해야 할 학문의 전당인 대학의 총장으로서 분명 바람직하지 않은 행적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더 더욱 하나님나라의 질서와 조직에 매관매직의 세상적병폐가 스며들었다는 것은 비단 많은 곳에서 횡행하는 관습이라 해도 용납해서는 안 될 일이다. 김 총장의 이런 일련의 부정직함을 들어 자진 사퇴를 바라는 학생들과 교수협의회 측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총장 측의 대립이 결국 교육부가 팔을 걷어붙이도록 만든 것 같다.

마침 종려주일과 고난주간을 앞두고 벌어진 학내 분규사태는 용역을 동원해서 물리적으로 해결해보겠다는 학교 측과 모든 합법적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기필코 총장직과 재단 이사직에서 물러나도록 하겠다는 학생 및 교수협의회 측의 대치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더욱 마음을 졸이게 하고 있다. 어두운 세상을 밝게 비추는 등불이 되어야하고 썩어져 가는 세상을 정화시킬 소금이 되어야 할 기독교의 명문 사학이 이런 모습으로 세상 사람들의 입에 밟혀서야 될 일이냐 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를 예의 주시한다. 주님은 우리에게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다”고 가르치셨다. 세상이 다 아는 기독교 사학이 스스로 화평을 실천하지 못하고 세상의 채찍 앞에 종아리를 내놓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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