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연세대 이사회에서 기독교 완전 배제 위기

  • 입력 2018.10.17 09:09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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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들에 의해 설립되어 130여년의 역사를 지나며 대한민국 사학을 대표하는 대학으로 손꼽히는 연세대학교가 사실상 기독교와의 연을 끊어버리려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한국교회에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한국의 근대사에 있어 기독교의 역할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선교사들로부터 시작된 교육, 봉사, 구제 등의 활동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초석이 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연세대학교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우호적인 감정도 그 맥을 같이한다. 선교사들이 세운 교육기관으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립대학으로 우뚝 선 까닭에 일부 목회자들은 자녀들을 연세대학교에 보내고 싶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히기도 할 정도다.

이처럼 기독교 정신에 뿌리를 두고 설립되어 발전해온 연세대학교가 2011년 10월27일 법인이사회(당시 이사장 방우영)에서 정관에서 기독교 파송 이사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학교의 창립 정신과 정체성을 부정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여기에는 배후에 외부의 영향력이 개입되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고, 사태를 우려한 교단들이 연합해 ‘연세대 사유화 저지를 위한 기독교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법정소송까지 진행했지만 사유화는 끝내 막지 못했다.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한국기독교장로회에 소속된 사외이사의 임기만료가 다가와 연세대학교 이사회에서 기독교가 완전히 배제되는 상황이 목전에 이르게 됐다.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김충섭 목사, 총무 이재천 목사)는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 ‘연세대 이사회 구성에 대한 기장 입장문’을 발표하고 “연세대학교는 창립의 정신을 회복하라”고 촉구했다.

기장은 “연세대학교와 창립자와의 관계는 정관에 따른 이사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가 학교 창립 교단들에게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형식으로 명맥을 유지해 왔지만, 2018년 10월28일자로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면 그마저도 어렵게 된다”고 우려를 전했다.

이어 “사태가 이렇게 되기까지 기독교계의 안일한 대처와 이사 파송 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목한 기장은 “학교가 창립정신을 준수하며 공의에 따라서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힘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한 몇몇 이사들의 행태로 인하여 이사회의 신뢰성이 약화되자 일부 세력이 약진하여 사유화를 이루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그럼에도 기장은 “가치관의 급변으로 혼돈을 겪는 시대이지만 대학의 설립이념은 존중되어야 한다. 학원 경영에 있어서 관권과 자본의 지배력이 점차 증대되고 있는 시기에, 연세대학교 이사회는 기독교계를 배제함으로써 자신의 설립이념을 망각하려는 파행적 결정을 하고 말았다”며 “자신의 존재성을 부정하는 대학이 어떻게 학문의 역사성을 전승하고 발전시키겠는지 우려치 않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모름지기 교육은 그 주체와 대상이 모두 사람이다. 사람다운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을 키우기 마련이다. 대학은 사람을 키우는 곳이다.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본분을 부정하는 학교가 어떻게 사람다운 사람을 키워 내겠는가”라며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연세대학교의 훼손된 정체성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함과 더불어 이러한 사태가 초래하게 된 책임을 통감한다. 연세대학교는 창립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사회가 재구성 되어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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