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원로들 전광훈 목사에 “복음을 왜곡하고 혹세무민하는 비극”

  • 입력 2019.06.19 11:00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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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당화’ ‘이념집단화’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본회퍼 인용은 신학적 궤변…적반하장의 도를 한참 넘어”

“현실 정치인이 되려거든 목사직 내려놓고 개인으로 하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시국선언과 대통령 하야 촉구 기자회견 등 당선 이후 한기총의 이름으로 행해온 일련의 활동들이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한국교회 전체의 위기를 초래하자 한국기독교의 원로들이 나섰다.

교단과 교파를 초월한 한국교회 원로들은 지난 18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크게 염려하고, 크게 통회한다’고 밝혔다.

특히 “선지자인양 나서서 ‘정치적 이단 사설’을 주장하고 선전 선동함으로써 복음을 왜곡하고 혹세무민하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기독교회를 정치화하는 세속주의적인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원로들은 “이념과 신앙을 뒤섞는 행태는 반성경적, 반복음적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기독교 복음의 진리를 왜곡한 거짓 메시아들이 무수히 등장하여 ‘이단 사교’를 만들어 혹세무민하고, 많은 이들을 부당한 희생과 몰락의 길로 내몰았다”고 통회하면서 “최근에 이와 모양은 다르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복음을 왜곡하고 혹세무민하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 선지자인양 나서서 ‘정치적 이단 사설’을 주장하고 선전 선동하는 행태가 그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소위 한기총 대표회장(전광훈 목사)의 최근의 정치 야욕적 망발은 한국기독교회를 오로지 수치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더구나 하나님의 이름을 빌려 낡은 극단적 적대 이데올로기를 내세우고, 기독교회와 교회연합기구를 구태의연한 이데올로기의 도구로 추락시키고 있다”며 “이는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는 십계명을 위반한 반성경적, 반복음적 폭거이고 신앙적 타락”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복음은 그리고 복음의 구현체인 교회는 ‘세상에 몸담고 사나, 세상에 속한 것은 아닌 것’(요18:36~38)임을 알아야 한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화신으로 세상의 역사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도록 보냄 받은 공동체로 살아간다. 이것이 바로 온 세상을 구원하는 복음의 공공성이고, 복음의 화신인 기독교회의 공공성이며, 또한 그것이 바로 기독교회의 신앙적 정체성”이라면서 “기독교회를 ‘정치화’ ‘정치정당화’ ‘이념집단화’ ‘기업화’하는 등의 세속주의적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원로들은 특히 전광훈 목사의 ‘본 훼퍼’ 발언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숨기지 않으며 ‘망발’이요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원로들은 “나치의 정치이데올로기에 맞선 본회퍼를 욕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전광훈 목사의 본회퍼 인용은 신학적 괴변일 뿐이다. 우리가 보기에 일면 나치의 행태와 유사한 주장을 펴는 장본인이 스스로 본회퍼의 순교를 따른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 흔한 적반하장의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라며 “사실의 오도요, 정치적 망발이요, 신학적 궤변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원로들은 “교회와 교회기구를 정치화 내지 정치집단화의 발판으로 삼는 전광훈 목사의 행태는 교회의 신앙적 공공성을 왜곡하는 것이고,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실 정치인이 되려거나 정치정당인으로 활동하고 싶으면, 정직하게 세속정치의 욕망을 밝히고, 본인의 목사직도 내려놓고, 교회 연합기구를 탈퇴하고서, 한 개인으로서 소신대로 정치행위를 하기 바란다”며 “자신의 욕망에 교회를 끌어들이지 말기 바란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원로들은 “종교의 정치화와 마찬가지로, 정치의 종교화 내지 종교집단화도 불가하다. 정치세력들이 종교를 정치의 도구로 사용하는 일은 경계되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원로들은 “기독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빛에서, 하나님의 뜻과 공의의 빛에서 현실 정치를 비판도 하고 격려도 할 수 있다. 이것을 우리는 ‘예언자적 사명’이라고 한다. 이것이 참된 기독교회의 정치 참여요, 정치 비판이다. 이처럼 정치와 종교는 분리하되, 역설적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바람직한 관계 정립을 소망했다.

한편 이날 원로 기자회견에는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명예회장)와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 백장흠 목사(기성 전 총회장), 손봉호 장로(서울대 명예교수), 신경하 감독(기감 전 감독회장), 민영진 목사(대한성서공회 전 총무), 박경조 주교(대한성공회 전 의장) 등 9명이 참석했으며, 총 31명의 원로들이 이날 발표된 호소문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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