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 입력 2019.10.17 16:43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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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목사 (아름다운교회)
[프로필]
▣ 순복음 신학교 교수
▣ 前 일기연, 42대 고양시기독교연합회장
▣ 사랑이 있는 마을 담임
▣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
 

교황 이노센트 3세와 중세 스콜라 신학의 대가 토마스아퀴나스가 교황청의 발코니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마침 유럽 각 교회로부터 속속 도착하는 헌금주머니들을 보며 교황이 기분이 좋아 껄껄 웃으며 말했습니다. “보시오, 선생. 베드로 사도께서 은과 금은 내게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은 하나님의 은혜로 교회에 금은보화가 넘쳐나고 있질 않소?” 그러자 토마스 아퀴나스가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그 대신 교회는 성전미문에서 구걸하던 앉은뱅이 걸인을 일으켜 세우는 나사렛 예수의 이름과 권능은 잃어버렸습니다.”이 세상에는 은과 금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은과 금은 베드로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들이 얼마든지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줄 수 없는 것이 베드로에게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그런데 자본주의에 물들어 세속화된 현대 교회는 영원한 생명을 주는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잘 살고, 더 성공하고, 더 형통할 수 있는지 말하며 예수를 믿으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헛된 희망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으라고 하셨지 더 잘 살고, 더 성공하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바울은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에 동참하는 삶을 살며, 고난의 흔적을 자랑하며 우리가 세상에서 어떻게 그리스도인으로 살 것인지 본을 보여주었습니다. 오늘날 돈과 권력의 힘은 대단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와 영적인 일은 돈이나 권력이나 사람의 지혜나 재능으로 이루는 것이 아닙니다. 시골 촌구석 나사렛동네의 예수는 은과 금으로 일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교회가 돈과 권력을 축복으로 알고, 돈과 세상 권력의 유혹에 빠져, 세상의 재물로 하나님의 나라를 사려고 한다면 그 교회는 이름만 교회일 뿐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권능으로부터 철저히 단절되어있는 생명 없는, 예수 이름을 빙자하여 자기 성취와 욕심을 채우려는 집단에 불과합니다. 지금 우리 시대는 모든 것이 돈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돈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어버렸습니다. 21세기의 우상은 돈입니다. 교회는 세상의 가치를 무시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마귀는 우리를 부유하게 하고, 풍족하게 하고, 돈을 많이 벌게 해서 세상의 돈과 물질과 사랑에 빠지게 함으로 하나님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우리 마음을 더럽히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전략에 말려들어 물질을 많이 소유하고, 부자가 되는 것이 복을 받는 것이라고 말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교회에는 은과 금이 쌓여 있어서는 안 됩니다. 교회에는 은과 금이 없어야 합니다. 그것들을 쌓아놓고 무엇을 하겠단 말입니까? 은과 금이 풍성해서 더 이상 예수님의 권능을 필요로 하지 않고, 하늘의 신령한 은사를 구하려하지 않는다면 은과 금의 풍성함은 복이 아니라 저주일 뿐입니다. 교회는 왜 이 땅에 존재할까요? 세상 사람들이 이기심과 욕심으로 죽음과 함께 허공으로 날아갈 것을 더 움켜쥐기 위해 살아갈 때 베풀고 흩어줌으로써 넘치도록 풍성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저 높은, 그러나 마지막 날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릴 출세, 성공, 부와 권력의 바벨탑을 향하여 달음박질칠 때 낮고 천한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녹여 가신 예수님의 삶을 재현해 내기 위해서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남을 짓밟고 올라서는 허망한 꿈을 위해 싸우고 있을 때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는 공동체를 구현해 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천국의 모형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교회는 더 이상 은과 금을 가지고 뭔가를 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세상이 갖지 못한 것으로, 세상이 가질 수없는 것으로 사람들에게로 나아가야 합니다. 돈이 없어서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 돈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나사렛 예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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