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조망으로 봉쇄된 강북제일교회 혼란 속으로

  • 입력 2014.05.07 16:44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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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성도들로 보이지 않는 커다란 몸집의 사내들이 교회에 밀고 들어가 기물을 파손하고 성도들을 끌어냈다.
 
바닥에는 깨진 유리 파편들이 즐비했고, 사내들은 점퍼에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가린 채 심지어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성도들을 위협했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소용없었다.
 
이 동영상은 지난 4월27일과 28일 강북제일교회에서 벌어진 조인서 목사측과 황형택 목사측의 충돌 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수년간 분쟁을 겪으며 상처가 난자한 강북제일교회가 조인서 목사가 위임목사로 청빙된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아 다시금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강북제일교회는 지난 3월23일 공동의회를 통해 조인서 목사를 청빙하기로 결의하고 4월6일 공식 부임한 후 4월21일 예장통합 평양노회 정기노회에서 청빙청원 절차가 승인돼 청빙이 완료됐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엄숙한 부활절을 지내던 지난 4월20일 오후 일련의 사내들이 교회를 강제 점거하고 기물파손과 성도들에 대한 폭행이 이뤄지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조 목사측은 교회 내부에 남아있던 성도들을 보호하기 위해 경호 인력을 투입해 수일간 대치상황을 지속했으나, 조 목사는 돌연 ‘최소한의 경호 인력마저 철수시킨다’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관할 경찰서장에게 성도 보호에 관한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25일 저녁 불상사는 다시 일어났고, 결국 27일 주일에 황 목사측은 본당에서, 조 목사측은 중예배당에서 각기 예배를 드리고 필요한 교회 공간을 각각 분할해 사용하는 것으로 임시 타협을 이뤘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28일 새벽에도 발생했다. 조 목사측은 “황 목사측의 용역들이 미리 준비한 장비들을 이용해 순식간에 중예배당의 모든 유리들을 깨고 들어와 폭력으로 성도들을 짓밟고, 소화기를 분사하며, 채증하던 성도들의 카메라와 휴대폰을 빼앗고, 모든 성도들을 교회 밖으로 내쫓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강북제일교회는 출입구를 포함해 외부로 통하는 모든 공간이 철조망으로 둘려쳐져 있으며 쇠파이프로 출입문을 용접하는 등 일체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수십 명의 성도들이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일부는 입원치료까지 받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이같이 심각해지자 예장통합총회 김동엽 총회장은 지난 3일 ‘강북제일교회 사태해결을 위한 총회장 목회서신’을 발표하고 “서로에 대한 미움과 정죄와 저주의 돌들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최선을 다해 여러분의 상처 치유와 화해의 여정에 동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 총회장은 먼저 “어떤 폭력도 신앙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으며, 교회공동체를 바르게 세우는 일과 폭력은 결단코 병립할 수 없다”며 “모든 폭력적 행동을 중단하고 교회 건물 안에 남아있는 폭력의 도구와 상징물들을 즉각적으로 철거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했다.
 
또 “강북제일교회 양측 대표들은 하나님의 종으로서, 양측이 평화적으로 예배당을 공유하고 성도들이 예배와 기도에 전념하는 일을 통해 치유와 화해의 과정에 동참할 수 있도록 상호인정하고 배려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강북제일교회 지도자들과 성도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중심에 모시고, 믿음으로 치유와 화해의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함께 나갈 것을 약속하시길 바란다”며 “이 신앙의 목표와 약속의 터 위에서 원만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공동기도회와 원탁의 대화를 즉시 시작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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