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측 “자살에 대한 정죄는 신중을 기해야”

  • 입력 2014.11.10 16:40
  • 기자명 임경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가 지난 99회 총회에서 정책문서로 채택한 ‘자살에 대한 목회지침서’가 12월 출판을 앞두고 있다.

통합총회는 지난 98회 총회에서 사회적 문제 중 하나인 자살문제에 대한 목회지침서의 제작 및 배포를 헌의했고, 총회사회봉사부의 사회문제위원회에서 생명신학협의회와 협력해 자살방지를 위한 목회지침서를 제작했다.

이는 소책자로 제작되어 65개 노회에 배포될 예정이며, 제99회기 사회문제위원회에 ‘자살에 대한 목회 지침 소위원회’ 존속을 허락받아 세분화된 매뉴얼을 개발해 100회기에 보완해 출판한다는 방침이다.

‘자살에 대한 목회지침서’에서 통합총회는 자살은 분명히 죄라고 규정하는 동시에 정죄보다는 생명에 대한 긍휼의 정의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침서는 “자신의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는 생명에 대한 하나님의 고유한 권리를 부정하고 하나님의 형상을 파괴하는 죄악의 행위”라고 명시했다.

또 “오직 하나님만이 사람의 삶과 죽음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살은 하나님, 자신, 그리고 이웃을 향한 죄이다. 자살은 생명의 권리에 대한 하나님의 의지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죄악의 행위”라고 분명히 했다.

하지만 지침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용인할 수는 없지만 정죄보다는 생명에 대한 긍휼의 정의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침서는 “자살을 야기하는 암울한 사회경제적 조건을 등한시한 채 자살자들을 단순히 정신질환이나 악령에 사로잡혀 있는 것으로 정죄하는 입장은 성경이 증언하고 예수께서 선포하시고 실천하신 생명복음의 긍휼의 정의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성경이 증언하는 생명의 복음과 신학의 생명존중 사상들에 비추어 볼 때 스스로 생명을 끊는 행위를 정죄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행위의 동기를 도저히 알 수 없는 경우들도 있다는 것이다.

통합총회는 긍휼의 정의에 기대어 자살자들에 대한 애도는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지침서는 “한 때 교회가 취한 자살자들의 시신과 유족들에 대한 엄격하고 가혹한 입장은 성삼위 하나님의 긍휼의 정의를 무시한 채 생명의 복음을 지나치게 경직되게 해석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자살을 용인하거나 정당화하지 않으면서 사람의 생각과 판단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하나님의 긍휼의 정의에 기대어 생명 상실을 함께 애도하고 비탄에 빠진 이웃들을 회개와 용서를 통해 화해와 치유로 인도하는 공동체 회복의 예식은 생명복음의 근본정신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총회는 “어둠과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21세기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생명상실과 파괴의 아픔에 참여하면서 하나님나라 생명공동체로서의 교회의 사도적인 정체성과 소명 및 책임을 다시 일깨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는 그 당사자에게만 해당하는 개인의 신앙과 책임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공동선의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개인에 대한 형식적인 규범적 판단과 정죄를 넘어 생명의 복음에 비추어 생명 상실을 예방하고 생명을 살리는 하나님나라의 치유와 화해 사역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는 신학적으로는 죄의 문제이지만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 병리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침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불신앙의 행위로 직시하면서도 영원히 저주 받을 범죄로 단정해서는 안될 것이다. 여러 복합적인 계기에서 한 순간의 그릇된 판단과 결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로 인해 지옥에 간다고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신비에 속한 문제들에 대해 지나치게 인간의 제한적인 지식에 기대어 판단하고 정죄하려고 하면서 공동체의 일치를 깨뜨리는 분쟁과 분란을 조성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교회공동체에서 자살을 예방하지 위해서는 생명문화 확산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목했다.

지침서는 “자신이 죽어야 할 이유를 수없이 갖고 있겠지만 동시에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를 하나라도 찾게 된다면 그것을 의지해 살 수 있다”며 “전 교인을 대상으로 하는 설교나 교육에서 생명을 주제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자살 유가족들에 대해서 “이들은 슬픔, 죄책감, 분노, 포기 등의 감정으로 하나님의 위로와 공동체의 돌봄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지만 자살에 대해 교회는 관대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고 이로 인해 이들은 교회를 등지고 신앙마저 놓는 경우들이 많다”고 지적하고 “특히 장례의 과정에서 논쟁보다는 교회가 이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함께 해 주는 공동체의 사역을 감당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