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마른 사람

  • 입력 2014.11.13 22:04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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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중 목사 (한국독립교회 선교단체연합회 목회국장)
[프로필]◈ 

예수님 당시 회당은 유대인들의 예배처소입니다. 많은 랍비들이 율법의 말씀들을 가르치며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기도가 있고, 교제가 있는 곳입니다. 예수님은 산이나, 바닷가, 우물가에서 말씀을 가르치기도 하셨고 베다니의 나사로의 집에 심방도 하셨지만 회당에서의 사역을 중요하게 여기셨습니다.

 

그 날도 안식일이기에 회당에서는 예배가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이 회당에 들어가셨습니다. 예수님이안식일의 주인이시기에 생명의 말씀을 선포하시려는 것입니다.‘한쪽 손이 마른 사람(마12:10)‘도 회당에 나왔습니다. 그 사람의 오른손 근육이 말라가고 있습니다.(눅6:6) 한 몸에 정상적인 손과 근육이 모두 빠져서 힘없고 볼품없이 오그라진 손이 같이 있습니다.‘손이 말라버린 이 사람’은 그 오른손을 옷 품속에 넣기도 하고 무엇으로 가려서 잘 보이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신앙을 비웃는 것 같아 싫습니다. 과연 그 손에 기적이 일어날 것인가(막3:2) 빗나간 관심들이 싫습니다. 이 사람은 사회적 신분이나 혈통으로 볼 때 유대인으로 대우를 받고 있는 사람입니다. 육체에 이런 흠이 있는 사람은 당시 유대 문화에서는 정결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됩니다. 그것은 고립을 의미합니다. 저주받은 인생이라는 오명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예배의 자리에 나올 수가 없는 사람이 됩니다(레21:17). 마른 손을 가진 이 사람은 그동안 수없이 많이 예배에 참석하였지만, 점점 말라가는 오른 손을 가리는 일에 마음을 쓰면서 그저 조용히 왔다가 공허한 마음, 상한 마음, 낙심된 마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며 자신의 이렇게 반복하는 습관적인 예배, 의식적인 예배에 만족할 수 없어 내면 깊은 곳에서의 갈급한 마음과 함께, 습관과 전통과분위기에 싸여 적당히 은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녔습니다.

 

주일, 그날도 사람들 틈에 섞여서 마른 손을 가리며 회당 중간쯤 눈에 띄지 않는 자리를 찾아서 앉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사람들 틈에 섞여 앉아있는 이 사람을 불러 일으켜 세웁니다. 그리고 애써 숨기며 가리고 있던 그 손을 내어 밀라고 말씀하십니다(막3:5 / 눅6:10). 회중 속에 숨어있던 그 손 마른사람은 예수님의 말씀대로 회중 가운데서 당당히 일어서서 예수님을 향하여, 말씀을 향하여 그 가리고 숨기고 있던 오른손을 내어 밀었습니다.

 

예수님은 예배의 회중에 있는 우리들의 마음을 아십니다. 우리의 가리고 싶은 것들이 무엇인지도 아십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다 아십니다. 그 가리고 싶은 것들이 동시에 고침 받고 회복되고 싶은 마음의 간구라는 것도 아십니다. 나의 불가능을 드러내며 간절히 구하고 싶은 소원과 반대로 가리고 싶은 모순된 믿음의 존재인 것도 아십니다. 웃음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둔 영혼의 통증을 알고 계시기에 그 아픔을 아프다고 부르짖으라 하시는 것입니다.

 

그 외로움 을,그 두려움을 마음 안에 가두지 말라는 것입니다.“일어나 한 가운데 서라 하시니 그가 일어나 서거 늘, 그 사람에게 이르시되 네 손을 내밀라 하시니 그가 그리하매 그 손이 회복된지라(마12:13/막3:5/눅6:8,10)” ‘제가 손이 마른 그 사람입니다. 제가 영혼에 통증을 가지고 있는 그 사람입니다. 제가 제 손으로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나누지 않았고, 연약한 이들의 손을 붙잡아주지 않았고, 이끌어주지 않았기에 믿음의 모든 권위를 잃어버린, 말라버린 오른손을 가지고 있는 그 사람입니다. 말라버린 오른손과 정상적인 왼손이 내 몸에 같이 붙어있는 이 지극한 모순의 존재가 바로 나입니다’하고 예수님 앞에 일어섰을 때 우리는 반드시 회복됩니다. 고쳐지는 것입니다.

 

회당의 이 자리에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함께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예배공동체 안의 연약 하고 마음 아픈 성도들에게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예수님이 이 사람들을 고치는 가 아닌가, 예수님이 자기들의 기득권을 무너뜨리실 것인가 아닌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람들은 마음이 고갈되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은혜가 말라버린 사람입니다.

 

유대인의 오른손은 권위와 능력을 상징합니다. 그 오른손이 말랐다는 것은 믿음의 권위를 잃어버렸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회당의 리더들에게서 말라버린 영혼의 오른손을 보셨습니다. 진정 권위의 오른손, 능력의 오른손이 마른 사람은 ‘그들(눅6:9)이었습니다. 선과악, 생명을 구하는 것과 죽이는 것의 분별을 잃어버린 교회의 리더들이 그 오른손이 말라버린 사람들입니다. 오늘 한국 교회 안에서 손이 말라버린 증상들은 무엇이겠습니까?

 

권위를 잃어버린 말씀선포, 경건의 모양에 치우쳐있는 화려한 예배 퍼포먼스, 경건의 능력을 잃어버린 설교자의 삶, 아볼로에게로 바울에게로 갈라져 ‘육신에 속하여 사람을 따라 행하는 사람’(고전3:3)들의 당 짓는 모습들이 그런 심각한 상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예수님께서 ‘일어나 한 가운데 서라’ 말씀 하실 때‘겉옷을 내버리고 뛰어 일어나 예수께 나아’(막10:50)가야 하는 사람이 바로 그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어야 했습니다. 오늘 우리 교회의 목회자들이 바로 그 손 마른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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