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조부(2)

  • 입력 2020.05.21 09:43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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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훈 목사 (예수나라공동체)

“교회에 나가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축호 전도를 나갔을 때 농아인 할머니가 수화로 한 말이다. 헌금 없는 예배를 드린다고 하였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회도 돈이 필요하며 헌금해야 대우를 받는다고 하였다. 틀린 말이 아니다. 예배는 하나님에 대한성심의 표현인바 예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복적 십일조나 의례적 헌금은 하나님께서 가증히 여기신다. 송양지인(宋襄之仁)의 어리석은 대의명분이 아니라 인애하신 하나님의 마음을 바로 아는 일이다. “개신교 사장님들, 영업 몇 주만 멈추세요!”코로나19로 불교와 천주교는 정부의 방침에 따랐으나 일부 개신교가 협조하지 않고 문제를 야기하자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금세 검색순위 상위에 링크되었다. 부끄럽고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예배는 돈에 비길 수 없는 숭고한 가치가 있지만 교회를 영업소로 만든 사람들의 책임은 클 수밖에 없다. 조부는 나무꾼으로 늘 지게를 지고 다녔다. 들에서 일하고 돌아올 때도 항상 나무를 지고 왔다.

가시투성이 아카시아, 속고갱이 소나무 밑둥치, 비틀어지고 꾸불꾸불한 잡목이었다. 그런 나무가 화력이 좋았다. 어떤 것은 패지 못해 모탕으로 사용하였다. 어설픈 가시덤불을 손도끼로 토막토막 쪼아 가지런히 쌓아두고 손수 군불을 땠다. 상방 아궁이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불을 지피던 조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손도끼는 얼마 전까지 아버지가 쓰다가 지금은 알 도끼로 남아 있다. 조부의 유일한 유품으로 고철장수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 어릴 때 누렇게 바랜 백부의 사진을 보았다. 벚꽃이 만발한 동경의 어느 거리에서 007가방을 들고, 금색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뭔가 상념에 젖어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눈망울이 또록또록하고 잘 생긴 청년이었다. 하지만 학수고대하던 조국 해방을 목전에 두고 26세의 나이로 1944년 세상을 등졌다. 조부는 그를 뒷밭에 묻었고, 나는 그의 양자로 아버지와 함께 산소를 돌보았다. 조부는 장날마다 좋은 장작만 골라 한 짐 지고 6㎞ 남짓 떨어진 읍내에 팔러 갔다. 지인들과 탁주를 마시며 세상이야기를 나누다가 해질녘 돌아왔다.

지겟가지에는 항상 간고등어 한 손이 짚에 묶여 매달려 있었다. 어머니는 매일 아침 반 토막씩 구워 조부의 밥상에만 올렸다. 한번은 조부가 전방에 나왔다. 할머니와 내가 살고 있는 신작로 판잣집이다. 할머니가 뭐라고 나무라자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만 한 대피우고 돌아갔다. 조부는 작은 곰방대와 부싯돌을 늘 허리에 차고 다녔다. 내가 기억하는 조부모의 만남은 그것이 전부였다. 돈은 사상이나 이념을 떠나서 만사에 영향을 미친다. 사회생활의 원리와작동이 돈으로 시작하여 돈으로 끝난다. 세상에는 1%의 부자가 50%의 부를 차지한다. 사탄은 더 많이 벌어 더 많이 가지라고 부추긴다. 하지만 돈 만큼 위험한 물질도 없다. 참 부자는 많이 벌어 멋대로 쓰는 사람이 아니라 적게 벌어 제대로 쓰는 사람이다. 그래서 성경은 돈을 사랑하는 것이 일만 악의뿌리이며, 돈을 사랑하는 사람치고 돈으로 만족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세상은 ‘쩐의 전쟁’이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는 속담도 있고, 돈 많은 놈이 장땡이라는 속어도 있다. 결과가 좋으면 다 좋다는 식의 자본주의 논리다. 하지만 교회는 달라야 한다. 어떻게 모으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나누느냐가 중요하다. 하나님께서 현세 교회의 난맥상을 모조리 들춰내 뜯어고치실 것이다. 우리는 복잡다단한 부자가 아니라 단순하고 순결한 빈자로 살면서 자족하기를 배워야 한다. 청부(淸富)는 희소하고 성부(聖富)는 희귀하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보다 밧줄이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쉽다는 말씀을 되새겨야 한다.‘저 가난한 과부가 어느 누구보다도 더 많은 헌금을 하였다.’(마가복음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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