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날개로 비상하는 독수리(1)

  • 입력 2020.09.10 09:46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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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민 목사 (소망전원교회)

상처 입은 독수리 한 마리가 벼랑 끝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날개에 입은 상처로 인해 다른 독수리처럼 빠르게 날 수가 없었습니다. 독수리는 바람처럼 날아서 사냥을 해야 하지만 날개의 상처로 인해 그는 더 이상 독수리답게 날지 못합니다. 날 수 없는 독수리로 사는 것보다 차라리 죽고 싶었습니다. 벼랑 아래로 뛰어내리기만 하면 그는 더 이상 날개의 상처를 고민하지도, 날지 못하는 독수리라는 불명예에 시달리지 않아도 됩니다. 마지막 결정을 내리려는 순간 대장 독수리가 번개 같은 속도로 날아와 그의 옆에 앉았습니다. 역시 대장 독수리의비행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빠르고 완벽했습니다. 옆으로 다가온 대장 독수리가 상처 입은 독수리의 마음을알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형제여! 왜 죽으려고 하는가?”“날개를 다쳤습니다. 더 이상 독수리답게 날 수가 없습니다!” “독수리답게 난다는 건 뭐지?” “번개처럼 빠르고 화살처럼 정확하게, 구름처럼 높이 나는 것입니다!” “어떤 독수리가 그렇게 날 수 있을까?” “바로 대장님입니다!” “아니야 나는 그렇게 날지 않아! 그렇게 보일 뿐이야!” “아닙니다! 대장님은 가장 빠르게 높게 나는 분입니다. 가장 완벽한 날개를 가지셨습니다!”

상처 입은 독수리의 말을 들은 대장 독수리가 자신의 날개를 펼쳐 보여 주었습니다. 대장 독수리의 날개엔 수많은 상처 자국이 있었습니다. 군데군데 깃털이 빠져 속살이 보이는 곳도 있었습니다. 자신의 상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많은 상처를 본 젊은 독수리는 깜짝 놀랐습니다. 대장 독수리가 상처 입은 독수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나는 더 이상 날 수 없을 것 같았을 때도 계속 날았네! 때론 하늘에 떠 있는 것조차 고통일 때도 있었지. 땅에서 날아오를 수가 없어 기어서 벼랑을 오른 적도 있네! 높이 날 수가 없어서 낮은 곳만 날아다닌 적도 있었지! 하지만 낮은 곳을 날다 보니 다시 높은 곳을 날 수 있게 되었고 구름 위까지 솟아오를 수도 있게 되었어! 그리고 이 날개의 상처는 사실 아무 것도 아닐세! 마음의 상처에 비교하면. 나뿐 아니라 모든 독수리는 상처가 있네! 다만 날개를 접고 있어서 보이지않을 뿐이지! 상처 없는 독수리는 나는 법을 배우기 전에 죽은 독수리뿐이야!” 상처 입은 사람을 가장 잘 치료하는 사람은 상처를 입었던 적이 있는 사람입니다. 상처를 입은 경험이 다른 사람의 상처를 치료하는 자격이 됩니다. 한 번도 상처를 입은 적이없는 사람은 상처가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상처에 대한지식이 있어서 치료하고 처방을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상처가 주는 아픔을 알 수 없기에 상처 입은 사람을 동정하거나 공감하는 대신 비난하거나 책망하게 됩니다. 상처를 입는 것을 좋은 일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상처를 입은 것이 나쁘기만 한 것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상처를 통해 저항력을 키울 수 있고, 상처 입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고, 아픈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을 갖게 되고, 상처 입은 사람을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일반적인 용어가 된 “상처 입은 치유자”라는 말에는 이런 뜻이 담겨 있습니다. 상처를 입거나 아픔과 괴로움을 경험하는 것들을 긍정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치유의 자격을 따기 위한 수련의 과정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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