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50주기, CBS 특집 다큐 ‘기독청년 전태일’ 방송

  • 입력 2020.11.10 08:22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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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시장의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하다가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요구하며 불꽃으로 생을 마감한 전태일. 50년 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세상을 향해 외친 23살의 기독청년 전태일의 삶, 그리고 고난받는 자들의 곁을 지킨 기독교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특집 다큐멘터리 <기독청년 전태일>이 13일 방송된다.

청년 전태일은 주일학교 교사로 헌신했던 기독청년이었다. 이번 다큐멘터리에서는 그의 풀빵전신은 기독교의 사랑에서 비롯됐으며, 전태일의 일기 속에는 기독교 사상과 신앙고백이 담겨 있다는 새로운 접근이 눈에 띈다.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CBS TV는 기독교적인 시각에서 전태일의 삶과 죽음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에서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쳤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가 기독교인이었음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 있는 전태일의 묘비명은, 삼백만근로자의 대표 ‘기독청년 전태일’이다. 그리고 그의 묘비 뒤편에는 요한복음 12장 24절 말씀(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이 쓰여 있다. 대한민국 노동운동의 씨앗이 된 노동자 전태일의 삶에는 기독교 신앙이 녹아있음을 다큐멘터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태일과 함께 교회에 다녔다는 장순심 권사는 “교회에서 무슨 일만 났다 하면 앞장섰고, 교회에서 어린 애들의 주일학교 선생을 했다. 추운 겨울에 아이들이 맨발로 다니면 자신이 신던 양말을 벗어서 신겨줬다”고 기억했다.

전태일의 일기에도 그의 신앙고백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기에는 “나이 어린 자녀들은 하루에 16시간의 정신, 육체노동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나이가 어리고 배운 것은 없지만은 그도 사람 즉 인간 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생각할 줄 알고 좋은 것을 보면 좋아할 줄 알고 즐거운 것을 보면 웃을 줄 아는 하나님이 만드신 만물의 영장 즉 인간입니다. 다 같은 인간인데 어찌하여 빈한 자는 부한 자의 노예가 되어야 합니까? 빈한 자는 하나님께서 택하신 안식일을 지킬 권리가 없읍니까?” 등의 내용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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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독청년 전태일> 다큐멘터리는 내레이션 설명을 과감히 걷어내고 대부분을 인터뷰로 구성했다. 전태일의 시대를 살아낸 당시의 친구들과 여공들, 그리고 70년대 기독교인들의 입을 통해 전태일의 삶과 의미를 다룬다. 인터뷰 인원만 30여명, 50여 시간 이상을 촬영했다.

이형준PD는 “전태일에 대해 정말 많은 분들이 이야기해주셨다. 그 많은 이야기를 1시간 안에 녹여낸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50주기를 맞아 대가없이 오직 전태일을 기억하는 일을 위해 인터뷰에 나서준 모든 분들이 또 다른 전태일이었으며 이 인터뷰들은 사료적으로도 가치가 매우 높을 것”이라며 다큐에 동참한 이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분신으로 생을 다한 1970년 11월, 전태일은 독실한 기독교인이었지만 그의 죽음이 자살이란 이유로 교회에서 장례를 거부당하기도 했다. 교회의 냉담함 속에 결국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경기도 남양주 허허벌판에 묻히자 당시 경동교회 강원용 담임목사는 기독청년 전태일의 생애와 죽음을 주일 설교 시간에 다룬다. 다큐멘터리는 ‘자살은 죄’라며 교회 속에 갇혀 어려움 속에 놓인 자들을 외면하는 기독교의 반성과 행동을 촉구한 강원용 목사의 설교 육성을 최초로 공개한다.

이형준 PD는 “50년이 지났지만 기독교 안에서 전태일은 여전히 입에 올리기 불편한 단어이다. 전태일을 통해 오늘의 한국교회에 질문을 던지고 기독교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모두가 하나가 돼서 고민하고 해결해야할 문제들에 대한 화두를 던질 것”이라고 연출 소감을 밝혔다.

전태일 50주기 특집다큐멘터리 <기독청년 전태일>은 오는 13일 CBS TV를 통해 방송되고 이후 유튜브로도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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