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주는 사람(1)

  • 입력 2021.02.18 10:30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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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민 목사.jpg

하성민 목사 (소망전원교회)

 

 

 

 

 

성질이 못된 남편을 만나 마음 편히 살 수 없던 아내는 남편이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을 져야 했습니다. 아내를 사랑할 줄도 자식들을 돌볼 줄도 모르는 남편이지만 생활비라도 벌어오니 용서하고 살아줬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자주 넘어지고, 수저를 놓치기도 하고, 잘 들고 다니던 가방을 떨어트리고, 지갑을 놓치기도 했습니다. 병원에 가서 진찰을 해보니 ‘소뇌 위축증’이라는 병이었습니다. 운동능력을 점차 상실하게 되고 결국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병든 남편을 대신해서 아내는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집을 팔고 작은 가게를 얻어 근근이 밥은 먹고 살 수 있었지만, 남편의 병을 간호하느라 생활은 점점 어려워져갔습니다. 남편의 병은 계속 악화돼 시력까지 상실하게 되었고, 아내는 가장의 역할에 성장하는 아이들 뒷바라지에, 혼자서는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남편까지 돌봐야 했습니다. 남편은 그렇게 8년을 앓다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떠나고 말았습니다. 아들은 학비가 없어서 군대를 가야 했습니다. 아내를 고생만 시키다가 간 남편은 병이 들어 보살핌을 받으면서도 미안하단 말, 고맙단 말 한마디 할 줄을 몰랐습니다. 등록금이 없어 아들을 학교 대신 군대로 보낸 것을 생각하면 정말 영혼 이혼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남편이 떠난 후 유품을 정리하는데 남편이 매일 꺼내서만지고 있던 책 사이에서 종이쪽지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무심하고 인정머리 없던 남편이 아내에게 써놓은 편지였습니다.

“잘 한 게 하나도 없는 못난 사람을 이렇게 돌봐줘서 고맙소! 너무 미안해서 미안하단 말도 하지 못하겠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도 너무 늦었구려! 용서받고싶지만 나는 당신에게 용서받을 자격도 없는 사람이오! 나를 용서하지 마오! 나는 당신에게 원망을 받아야 마땅한 사람이오! 죽어서라도 당신을 다시 만나면 그때는 잘 하겠소! 일평생 고생만 시켜서 미안하오!” 편지를 읽고 난 아내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아무도 들을 수 없는 허공을 향해 이야기했습니다. “에이그! 불쌍한 인간 고마운 건 알고 갔네! 고마운 건 알고 갔어!”남편의 편지를 읽으며 아내는 평생 억울했던 마음이 풀어졌습니다. 평생 고생시키고, 따뜻한 말 한마디 안 해주고, 몰인정했던 남편에게 아내가 가장 바랐던 것은 알아주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고생하고 힘들고 괴롭고 속상한지, 남편잘못 만나서 고생하고 살았는지, 병든 남편 대신 가정을 책임지기가 얼마나 고된지를 알아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그런 말 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편지로만남기고 떠났습니다. 아내는 그렇게 편지를 통해서라도 남편이 얼마나 고마워하고 있었는지를 아는 순간 평생 살면서받은 아픔과 상처가 씻어졌습니다.

내가 스데바나와 브드나도와 아가이고가 온 것을 기뻐하노니 그들이 너희의 부족한 것을 채웠음이라 그들이 나와 너희 마음을 시원하게 하였으니 그러므로너희는 이런 사람들을 알아주라

【고린도전서 16:17~18】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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