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종합뉴스, 사실확인 안 된 제보 그대로 게재해

  • 입력 2021.08.29 19:35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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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사실확인을 거치지 않은 제보가 기사화되어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했다.

기독교종합뉴스(발행인 박기성 목사)에는 8월28일 새벽 12시28분에 <H교회 A목사 기사에 관한 공개사과문>이 게재됐다.

해당 사과문은 “본사에서 기사 받은 제보를 읽고, 글 작성자의 안타까운 마음과 녹취파일도 있다는 제보자의 글을 접하면서 그 답답한 마음을 기사화 하되 익명으로 처리하면 당사자에게 직접적인 손해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과 단순제보처리라는 안일한 자세 등으로 ‘H교회 A 목사에게 불편한 마음과 불쾌한 마음을 가지게 한 점에 관하여 이미 홍보담당’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본사의 기사를 통하여 다시 한번 사과의 뜻을 전합니다. 추후 보도에 있어서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더 세심하게 살피는 기회로 삼겠습니다”라는 짤막한 내용이다.

기독교종합뉴스는 사과문과 함께 “H교회 A목사 관련 기사를 작성함에 있어서 제보자가 작성한 글을 이름만 익명처리하고 단순제보로 처리하려는 생각으로 보도를 하게 됐다. 실명이 아니면 명예의 훼손이나 실질적인 피해는 없다는 생각과 익명이기에 사실확인까지는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기독교종합뉴스가 사과하게 된 기사는 <특별제보 - 여자와 엄마의 마음으로 눈물의 호소를 합니다.>(https://www.pota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73)이다. 해당 기사가 누구에게 얼마나 뿌려졌는지는 그 규모는 확인할 수 없지만 본지 기자에게도 8월24일 오후11시21분에 위 링크가 카카오톡을 통해 전해진 바 있다. 카카오톡 링크 유포자는 A목사의 실명과 교회명, 학교이름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8월24일 게재된 기사는 현재 내려진 상태다.

“서울 서초구의 H교회 담임목사이자 모 학원 이사장인 A씨와 그 측근 인물들이 멀쩡한 가정을 무참히 파괴해 가는 과정을 고발합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특별제보>는 A 목사가 멀쩡히 잘 살고 있는 B집사와 C집사의 재산에 눈독을 들이고 좋지 않은 소문을 퍼뜨리며 이혼을 유도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 과정에서 A목사가 B집사의 약점을 잡아놓고 C집사에게 투자를 권유했으나 응하지 않자 좋지 않은 소문을 퍼뜨렸으며, 측근들을 시켜 협박까지 일삼았다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이러한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만일 사실로 확인될 경우 사회적 비난과 함께 목회직이 위태롭게 되지 않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사실로 확인될 경우’이다.

기독교종합뉴스는 ‘익명으로 단순제보 처리’라고 사실 확인 없이 제보 그대로 기사를 올렸지만, 문제는 익명이라고 해도 A목사가 워낙 인지도가 높아 적지 않은 이들이 어렵지 않게 특정할 수 있을만한 내용이라는 점이다.

기사가 게재된 다음날인 25일, 모 언론이 이러한 사실에 대해 지적했고, 기독교종합뉴스는 기사를 내리고 사과문을 발표한 상태다.

기독교종합뉴스 발행인 박기성 목사는 “제보 내용이 허위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사회 공익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제보의 내용에 나오는 당사자에게 확인을 일일이 하지 못한 잘못은 있지만 제보가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제보자가 녹취록까지 있다고 했다”고 항변했다.

그는 제보자는 A목사의 전처인 E씨라고 털어놨다. <특별제보>는 C씨 입장에서 작성해 제보한 것처럼 문장들이 구성되어있으나, 실제 제보자는 A목사와 이혼한 전처 E씨인 셈이다. E씨는 A목사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목사는 “기독교종합뉴스는 사실 확인도 없이 매도하는 기사를 쓴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B와 C 집사 사건에 개입한 적이 없는데 나에 대한 허위사실을 지어내 음해하고 있다. 검증도 없이 기사화하여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혔다. 교인들과 학생들까지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이 기사 내용을 근거로 또 다른 목사가 동영상을 제작해 유포하는 등 2차 가해까지 이뤄지고 있다”고 피해의 심각성을 전했다.

박 목사는 기사를 게재한 이유를 묻는 본지의 질문에 “A목사가 전국장로회연합회 강사로 초빙이 되었고, A목사 문제로 여러 소리가 나오게 되자 주변에서 질문도 많았다”고 언급했다. 박 목사는 기독교종합뉴스 발행인이기도 하지만 예장합동교단 장로신문 편집국장이기도 하다.

박 목사는 “장로신문 편집국장이라는 직함이 있기에 이 문제를 알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섣불리 기사화할 수 없”었다면서도 “제보자의 글을 보고 가슴이 시리게 아팠다. ‘같은 여자로써 또 엄마로써 눈물의 호소를 드린다’는 부분이 제 마음을 움직였다. 실명은 공개할 수 없어서 익명 처리했다”고 했다.

언론사에는 ‘사실인가’ 싶은 드라마같은 제보들이 종종 접수된다. 더러는 공분을 일으키는 내용들이 있어 사실확인 절차를 거치지만 많은 경우 ‘팩트’가 아닌 주장에 그치고 말아 보도가 이뤄지지 않는다.

박 목사는 <특별제보>를 그대로 게재하게 된 까닭이 ‘공익적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칫 잘못된 판단으로 무고한 사람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언론의 무서움이다. 여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통과시키려는 시기에 언론들의 신중한 보도가 더욱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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