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예환 칼럼] 오직 하나님만 바라며

  • 입력 2021.09.10 09:18
  • 기자명 컵뉴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예환 목사.jpg

조예환 목사(갈보리교회) 

[프로필]

▣ 총회부흥사회 대표회장 역임

▣ 한국기독교영풍회 대표회장 역임

 

 

 

언제까지 아내와 둘이서 예배드릴 수도 없는 일이고, 교회 간판 걸었다고 교인이 그저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어쨌든 전도를 해야 하는데… 혼자서라도 나는 날마다 전도를 나갔다. 맨 처음 전도한 것은 교회학교 아이들 두 명이었다. 부모가 서울로 멀리 교회를 다니느라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 힘들다고 우리 교회에 맡겨 주셨다. 1호 교인이다. 얼마나 기쁜지 시작이 반이라고 했는데, 이제 시작된 것이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당시에는 장소를 정해 찍어두고 그곳을 돌며 기도하여 함락하는 여리고성 돌기 기도들을 많이 하였다. 나도 동네를 돌아다니며 어느 집을 전도하나 탐색을 하다가 맨 먼저 우리 동네에서 가장 큰 슈퍼를 두고 기도하기로 정했다. 매일 새벽기도를 마치면 나가서 셔터가 내려진 슈퍼 문을 잡고 “이 사업장의 주인이 우리 교회에 등록하게 해 주시옵소서” 기도했다. 기도로 준비하고 또 준비하고서 드디어 전도하려고 마음을 먹고 나가보니, 그 사이 슈퍼가 팔려 주인이 바뀌어 있었다. 너무 실망이 되고 힘이 쭉 빠지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기도하고 온 일인데 물러설 수는 없는 일이다. 슈퍼에 들어가 물건을 하나 사고 계산대에 앉은 새 주인에게 내 소개를 하며 ‘그동안 이렇게 기도했는데 오늘 보니 주인이 바뀌었다. 그러니 우리 교회 나오시라’고 했더니 무뚝뚝한 표정의 주인은 “그러죠. 뭐” 하고 너무나 쉽게 대답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그녀는 우리 교회에 나왔고 내 목회에 큰 힘이 되는 일꾼의 역할을 해주었다. 준비 기도의 힘이다 싶었다.

이렇게 되자 나는 새 힘을 내서 동네 여기저기 다니며 상가들을 찍어두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정말 기도의 응답이 이루어져 제과점에도, 식당에도, 여기저기 교패를 붙이고 성도들이 등록하게 되었고, 또 선교원에도 새 학기가 되자 아이들을 입학시키러 온 자모들이 하나둘씩 등록을 하여서 차츰 성도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나중에 그 슈퍼의 주인이 또 바뀌어도 우리 교회에 등록을 했고 성도가 집사가 되도록 지금도 신앙생활을 잘하고 있다. 기도로 점 찍어둔 탓이었을까… 반지하 교회. 아직 창문에 유리도 끼지 못하고 비닐이 쳐진 그곳에 어울리지 않게 선교원은 날로 잘되어갔다. 나는 아침 일찍 선교원 차량 운행을 하고, 아내가 교사와 수업을 할 동안 방에서 아이와 지내다가 또 수업을 마칠 때는 차량 운행을 나갔다. 이제 돌도 되지 않은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 교대로 아이를 보면서 아내는 오전에는 선교원에 오후에는 미술과 피아노 지도까지 하고 나는 저녁이면 또 학교에 가야 했다. 틈틈이 심방도 해야 했다. 우리는 정말 쉴 틈 없이 바빴다. 어디에 누구에게 징징거릴 데도 없었고 기댈 데도 없으니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아이는 낮 동안 편안하지 못해서였는지 밤이면 그렇게 잠을 자지 않고 칭얼거렸다. 아내가 업고 성전을 돌면서 찬송을 부르던지 내가 유모차에 태워 동네를 돌든지 해서 겨우 재워도 자다가 또 일어나 우유를 먹여야 했고,

그러다 보면 새벽기도 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불평하고 원망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여유가 있어서이다. 미워하고 분노하는 사람들도 그만한 여유가 있어서이다. 외롭다고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것은 진짜 여유가 있어서이다. 매 순간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절박하고 절실한 환경에서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어쨌든 한 달은 금방 돌아오고 우리는 주인에게 월세를 내야 했기 때문이다. 정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개척하고 아무것도 없이 출발했지만 우리는 한 번도 월세를 거른 적도 밀린 적도 없었다. 그리고 어디에서도 누구에게서도 선교비를 지원받은 일 없이, 오히려 1주년부터 시작한 선교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해외로도 선교의 손길은 나날이 뻗어가고 있다. 도움을 기다리기보다 도우려고 노력하는 자에게 도울 힘을 주시는 하나님이심을 더욱 깨닫게 되었다. ‘하나님께 무릎 꿇으면 사람에게 무릎 꿇을 일이 없도록 해 주신다’는 말이 역시 맞았다. 사람에게 손 벌리고 사정하지 않아도 하나님은 모든 것을 이렇게 이루어 가셨다. 물론, 눈물 나게 힘들고 심장이 벌렁거리고, 두렵고 초조하여 가슴 졸였지만, 하나님은 한 걸음씩 나아가게 하셨고, 그럴 때마다 마음도 한 단계 단단해져서, 믿음도 확신도 한 걸음씩 성장하고 있었다. ‘공짜는 없다.’ 이것이 무엇보다 확실한 신앙의 법칙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