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정치인의 타종교예식 참여, 어디까지 가능하고 무엇이 안 되나

  • 입력 2021.10.14 12:48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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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으로 알려진 공직자 또는 정치인이 타종교의 행사에 참석하여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단순 참석을 넘어 특정 종교의식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어 정치인들의 신앙 문제가 제기되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래목회포럼(대표 오정호 목사)이 1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독교인 공직자와 타 종교예식 참여’라는 주제로 제17-5차 정기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상원 박사(전 총신대 교수)는 “기독정치인이나 기독공직자는 어떤 경우에도 타종교의 신들에 대한 숭배의식이 분명한 자리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 마음으로는 이방신을 숭배하지 않고 다만 현실적인 필요 때문에 형식적으로 행동으로만 참여했을 뿐이라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을 확인하면서 “기독 공직자는 타종교 관계자에게 솔직하고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고 신 숭배의식에 참여하는 것을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라고 정리했다.

이 박사는 “기독정치인이나 기독공직자가 정치적 목적이나 공무수행을 위해 타종교가 믿는 신을 경배하는 행위를 해도 되는 것인가. 행위로는 불가피하게 경배하는 행위를 하긴 하지만 마음으로는 경배하지 않는 것은 행위로 경배하는 행위와 구별되어야 하는 것인가 등의 질문들에 답변하기 위해 제1계명을 소개한다”며 “모든 기독교인들에게는 어떤 경우에도 다른 신을 예배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못박았다.

다만 “타종교 관계자들을 예방하거나 국가의 정책수행을 위해 필요할 때 자문을 구하거나 교제를 나누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합장을 하는 것도 통상적으로 불교계에서 인사법으로 정착되어 있으므로 사찰의 문화관습을 존중하여 합장으로 불교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은 정당한 일”이라고 판단한 반면 “같은 합장이라도 신상이나 신위 앞에서 하는 합장은 금한다”고 했다.

타종교의 장례예식에 있어서도 “조상숭배사상이 잘 알려져 있는 한국 사회에서 절을 통해 고인에 대한 조의를 표하는 것은 의도와 상관없이 귀신숭배 행위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신을 숭배하는 목적이 아니라 유족을 위로한다는 의미에서 조문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나아가 과거 일제 치하의 신사참배도 ‘행위’에 중점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 이 박사는 “제1계명을 거스르는 결단을 요구하는 행동에 대해 기독정치인과 기독공직자는 정치적 이득을 잃을 각오를 하고, 또한 직을 걸고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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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박사는 가능하면 타종교의 숭배의식에 단지 관전자로서 참여하는 것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권면했다. 믿음이 약한 사람들로 하여금 시험에 들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사도바울이 고린도전서 10장에서 기술한 행동지침에 의한 것이다.

이 박사는 “기독정치인이나 기독공직자가 타종교의 예배의식에 참여했다는 소식 그 자체를 듣고 상당수의 믿음이 연약한 자들이 한편으로는 평신도 지도자가 어떻게 타종교 숭배의식에 참여할 수가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독교인이라 할지라도 타종교의 예배의식에 자유롭게 참여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기독정치인이나 기독공직자는 타종교 관계자에게 솔직하고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고 신 숭배 의식에 참여하는 것을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다. 그러면 타종교 관계자들도 이해를 할 것이며, 이런 태도가 장기적으로 타종교와 관계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자리에는 김신호 전 차관(교육부)과 이관직 교수(총신대 신대원 은퇴), 윤성민 교수(강남대 목회영성리더십학과)가 패널로 참여했으며, 설동주 목사(미래목회포럼 실행위원)의 기도, 박병득 목사(사무총장)의 광고로 포럼을 마쳤다.

특히 이관직 교수는 ‘합장’에 있어 이 박사와 견해의 차이를 드러냈다. 이 교수는 “합장의 의미가 단순히 불교의 인사법에 지나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합장의 행동에는 불교의 정신이 함축되어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며 “오히려 공직자가 독실한 기독교인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사회 공통 인사법인 목례나 악수를 하는 대신 불교적인 의미가 내포된 합장의 인사를 하는 것은 오히려 ‘자기중심적’이며 무례한 행동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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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포럼에 앞서 인사말을 전한 대표회장 오정호 목사는 공직문화를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 요청했다.

오 목사는 “우리 교회는 대전 행정타운에 있어서 공직자들이 많기에 수년 전부터 이 주제에 주목해 왔다. 정치의 계절을 앞두고 이 문제로 성도들을 보호함과 동시에 타종교인들에게도 우리의 매뉴얼을 알려줘서 쓸데없는 갈등을 방지하는 것도 우리가 할 일이라는 판단에서 오늘 포럼을 마련했다”며 “기독공직자들의 타종교예식 참여 문제가 아름답게 매듭지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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