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聖役)’, 옳게 쓰는 말일까?

  • 입력 2015.01.11 16:18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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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에 와서 이것 먼저 해라, 저게 먼저다 할 만큼 한가롭지도 않은 것 같다. 분명 복음은 하나이고 하나님도 한 분이신데 무슨 연유에서 인지는 알 수가 없으되 세월이 지나오는 동안 한국의 교회는 너무나 많은 착오와 변질을 가져왔다는 사실 앞에 그렇지 않다고 말할 사람 별로 없을 줄 안다. 수많은 오류가운데 가장 먼저 손봐야 할 부분이 사람을 일러 ‘거룩하다’ 칭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출애굽 이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은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 지어다.’ 하고 말씀하셨으니 인간이라 하더라도 거룩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지금 한국 교회에 거룩하다 칭함을 받을 수 있는 목회자가 과연 있느냐 하는 것을 우리의 양심을 걸고 물어봄이 옳지 않겠느냐 하는 점이다.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하는 바, 성도들로부터 매우 부도덕하다 하여 아름답지 못한 뒤끝을 남기고 교회를 사임하였던 어느 목사가 자리를 옮긴 지 채 1년이 못 되어 아무개 목사 성역(聖役) 몇 주년 기념행사를 갖는다며 교계 신문에 광고를 한 것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하였던 기억이 있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성역(聖役)’이라는 말을 옳게 쓰고 있느냐하는 것이다.

 

글자 그대로 ‘성역’이라 함은 거룩한 일에 봉사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거룩한 일에 자리를 지켜왔다고 인정하기에는 수긍이 잘 가지 않는 사람이 성역 몇 주년 운운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모독함이 분명해 보인다.

 

인간의 무지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교만에서 오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분명히 자신들의 말로 하나님의 종(servant)이라 칭하였으면서도 성역(聖役)이라 말함은 무언가 개운치가 않은 느낌이 든다. 설사 단어가 갖는 의미를 떠나 거룩한 사역에 쓰임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그런 행사의 의미나 목적에서라도 더욱 겸손한 종의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 못내 아쉽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지 않으면 하나님이 영광을 받지 못하실까봐 염려가 되어 광고를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최소한 바라고 싶은 것은 누가 보아도 자신의 영광을 널리 알리기 위함이 분명해 보이는 이런 행태가 새해에는 좀 없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종은 주인이 맡겨주신 사명에 충실하였으면 그 이상 자신의 얼굴은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뒷자리로 물러나는 것이 도리에 맞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여자가 낳은 자 중에 세례요한보다 큰 자가없다”고 예수님이 칭찬하셨던 세례요한조차도 결코 자신의 사역을 성역이라 말하지는 않았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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