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해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엇이 유익한가”(전 1:2~3).
전도자는 말문을 열자마자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고 합니다. 여기서 ‘헛되다’는 히브리어로 ‘헤벨’이라는 단어인데 ‘실속이 없다’, ‘비어 있다’는 뜻입니다. 즉 인간의 삶은 겉으로 보기에는 대단한 것 같아도 실제로 그 안에 알맹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로마의 전성기때, 케사르 황제가 전쟁에서 승리하고 본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로마가 온 세계를 장악했다고 말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황제는 군중들의 환호성과 함께 큰 영광을 얻었습니다. 이때, 그는 번쩍거리는 면류관을 벗으면서 이렇게 말을 했답니다. “겨우 이것이 전부냐? 도대체 이게 무엇인데 사람들이 이것 때문에 생명을 바친다는 말이냐?” ‘이것이 전부냐?’ 그렇습니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인간이 목숨을 걸고 추구하는 부귀, 영화, 권세, 대단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정말 별것 아닙니다. 앗시스의 성자 프랜시스가 산중 깊은 곳에 가서 기도 하다가 눈 오는 겨울날이 되었습니다.
결혼도 하지 않고 외로이 사는 수도사인지라 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하얀 눈 뭉치를 데굴데굴 굴려서 예쁘장한 여자 눈사람 하나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아내라고 하였습니다. 또 눈 뭉치를 굴려서 아들과 딸을 만들어 놓고 하루를 그 눈사람과 가족과 함께 즐겁게 지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날 찾아와 보니까 쨍쨍 내리쬐는 태양 볕에 모두 흉하게 녹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인생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헛되고 헛된 것입니다. 우리는 인생의 헛됨을 알고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헛된 일에 목숨을 걸지 않게 됩니다. 구약 성경은 하나님이 살아 계신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대개 ‘여호와께서 이르시되’라는 말씀으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전도서는 ‘만일 세상에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가정에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전도자가 전제로 하고 있는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 세상에 대한 표현이 ‘해 아래서’입니다. 인생을 보는데 있어서 두 가지의 눈이 있습니다. 하나는 자연인의 시각입니다. 즉 거듭나지 못한 자의 시 각입니다.
또 하나의 눈은 영적인 눈입니다. 이 영적인 눈은 하나님께서 계시해 주신 것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면을 볼 수 있는 눈으로서 이 눈을 가지면 바라보는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솔로몬이 ‘해 아래서’라고 말하는 것은 자연인의 시 각에서 보는 것을 말합니다. ‘해 아래서’ 사는 인생의 최종 결론은 헛되다는 것입니다. 인생이 헛되니, 그 인생이 ‘해 아래서’하는 모든 일들도 다 헛되다는 것입니다. 해 아래 사는 인생은 자신이 왜 태어났으며, 무엇 때문에 살며,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합니다. 어떤 사람이 밤늦게 공원 벤치에 홀로 앉아 사색에 잠겨 있었습니다. 자정이 지나 그곳을 순찰하던 경찰관이 수상히 여겨 물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요? 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이요?”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 사나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도 바로 그것이 알고 싶소! 나는 누구입니까? 대체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입니까?” 이 사나이가 바로 세계적인 대철학자 쇼펜하우어였습니다. 경찰관이 물어본 두 가지 질문은 대철학자도 제대로 답하지 못한 질문입니다. 인생의 목적을 모르면 한평생 방황하며 살게 됩니다. 철학자가 아니어도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 심각하게 인생에 대해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진지하게 고민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