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예환 칼럼] 감사의 충분한 조건

  • 입력 2022.07.28 16:36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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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환 목사.jpg

조예환 목사(갈보리교회) 

[프로필]

▣ 총회부흥사회 대표회장 역임

▣ 한국기독교영풍회 대표회장 역임

 

 

 

어느덧 설립 10주년이 되었을 때다. 설립 감사예배 설교를 하다가 갑자기 목이 메어 왔다.

개척 시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던 이곳에 지금 가득 성도들이 있고 성물들이 채워진 것을 보면서, 정말 무능한 나에게 이런 목장을 맡겨주시고 길러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가슴 벅차게 밀려왔다. 나는 그런 은혜에 무엇으로 보답할 것인가? 어떻게 감사할 것인가가 가슴 밑바닥에서 절실하게 울려 퍼졌다. 순간,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었는데 나는 그 자리에서 40일 금식기도를 선포하였다. 때로 어떤 이들은 문제해결을 위하여 금식하지만 나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한 데 드릴 것이 없어 생명을 드리는 마음으로 금식을 하겠다고 하였다. 그간에 21일 금식기도는 여러 번 하였지만 40일 금식기도는 처음이라 조금은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금식기도원으로 가서 지내면서 주말이면 교회에서 봉고차를 보내와 내려와서 주일설교를 하고 또 기도원으로 들어가는 생활을 반복하였다. 30 일이 되자 그것이 너무 힘이 들어 기도원에서 그냥 지냈더니 이전보다 그런대로 힘들지 않고 견딜 만하였다. 목사님들 여러분이 격려차 올라와 주셨다. 그분들의 한결같은 관심사는 이렇게 금식을 하며 내가 하나님께 무슨 은혜를 받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어떤 분은 두루마리 성경이 보였고 말씀이 깨달아졌다고 하셨고, 어떤 분은 강력한 신유의 은사를 받으셨다고 하셨다. 감사하는 마음을 드리고자 시작한 금식이라 처음엔 그다지 기도 제목을 가지지 않았었지만 다들 그렇게 이야기들을 하니 내심 나도 하나님이 어떤 은혜를 주실지 기대가 되었다.

그렇게 40일이 지나가고 내려와 보식하며 한 이틀 몸을 추스르자 마음이 복잡해지면서 난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 점점 견딜 수가 없어졌다. 정말 죽음보다 더한 고통의 시간을 지났는데, 생명을 건 날들이었는데 이렇게 허무할 수가 없었다. 나는 겨우 몸을 끌고 성전으로 가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다들 40일 금식기도를 하고 이런저런 은혜를 받았다는데 나는 왜 아무것도 안 주시는 겁니까?’ 가슴 밑바닥에서 서러움이 밀려오는데 참을 수가 없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비몽사몽간에 한 장면을 떠올리게 되었다. 기도원에서 37일이 되던 날이었다. 갑자기 호흡곤란이 찾아와 완전히 숨이 멎게 되었다. 목을 조르는 것처럼 숨을 쉴 수 없게 되면서 ‘아 이렇게 죽는 것이구나.’ 하 는 것이 분명히 느껴졌다. 나는 굳어지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머리맡에 항상 쓰는 노트를 집었다. 뭔가 죽기 전에 유언이라도 남겨야 할 것 같아서였다. 노트에는 가물거리는 눈에 희미하게 보이는 글씨들이 있었다. 내가 금식하면서 적은 기도의 제목들이었다. 첫째, 둘째… 무려 이십여 가지나 되는 그 기도 제목들은 대부분 ‘건물을 주시옵소서, 일꾼을 주시옵소서’ 등 주시옵소서 일색으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이었다. 나는 덜덜 떠는 손으로 억지고 그것들에 가위표를 긋고 흔들리는 손으로 겨우 맨 아래 한마디를 썼다. “살려만 주시옵소서…” 아… 하나님은 그 장면을 보여주시면서 말씀하셨다. ‘그래서 내가 살려 주지 않았니, 넌 뭘 바라는 거니? 이제 보따리도 내놓으라는 거냐?’

금식한 후 물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교회는 여전히 있던 자리에 있고 성 도들은 여전히 그 숫자로 있었다. 그러나 나는 생명을 던져 선교해야 한다는 새 사 명을 받았다. 그리고 중국에 가서 공안 당국에 잡혀 죽을 고비를 넘길 때도 있었는데 그때도 나는 확신이 있었다. 나를 살려 주시리라는……. 나는 알게 되었다. 살아만 있다면, 내가 존재하기만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최상의 감사를 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모든 것은 나를 통해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다. 나는 그 통로로서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은 이것이, 하나님 앞에 최고로 가까이 간 최대의 응답이 아니겠는가. 돌아보니 그때 적은 20개 항목도 거의 응답을 받았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성경이 파노라마처럼 한 장면으로 연결되고 보이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말씀이 달라졌다. 은사가 새로워졌다. 하나님의 마음이 더 가까이 느껴지게 되었다. 존재 의 비밀을 알게 하신 하나님은 다른 모든 것도 덤으로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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