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회장 압박한 11인 자격정지 등 중징계

  • 입력 2015.06.16 18:13
  • 기자명 임경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00000.jpg
 

‘한기총 공동회장단’이란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이영훈 대표회장을 압박하고, 직무정지가처분을 제기했던 이들에게 징계조치가 내려졌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지난 16일 제26-5차 긴급임원회를 열어 11일 기자회견 주최자 12명 중 11명에 대해 자격정지와 개인제명, 교단에 징계 요청 처분을 내렸다.

명예회장 조경대 목사(개혁)와 이승렬 목사(개혁총회), 공동회장 김노아 목사(성서)와 김인식 목사(개혁정통), 강기원 목사(예장), 이건호 목사(중앙), 서금석 목사(개혁), 조갑문 목사(합동중앙), 김경직 목사(기독교시민연대)는 자격정치 처분을 받아 임원으로서의 권한은 물론 대의원권 등 모든 자격이 정지됐다.

공동회장 진택중 목사(보수)는 기자회견과 직무정지가처분,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 내용증명 등 여러 건이 가중되어 제명 처리됐으며, 조창희 목사(예장 증경총회장)는 임원이 아닌 관계로 회원교단에 통보해 징계를 요청하기로 했다. 기자회견 명단에는 올랐으나 현장에 참석하지 않은 백기환 목사(중앙)는 임의로 명단이 추가됐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징계에서 제외됐다.

00.jpg
 

 

경찰 구급대원 출동 극심한 혼란

이날 긴급임원회는 시작 전부터 긴장감과 위화감이 감돌았다. 회의에 앞서 예배를 드리기도 전에 발언권을 요청하는 등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시작됐다.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는 의장인사를 통해 “나에게 어떠한 이야기도 없이 가처분이 들어왔다. 많은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며 “일부 인사들에 의해 일어난 일은 묵과할 수도 없고 명명백백히 밝혀야하기에 시급히 모이게 된 것”이라고 긴급임원회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상정한 안건만 처리할 수 있다. 난동과 소란으로 회의 진행을 방해하지 말라”고 경고한 이 대표회장은 “발언권을 드리면 말하라. 회의 진행에 필요한 경우에만 발언권을 주고, 토의 없이 찬반을 물어 결정하겠다”고 알렸다.

이러한 대표회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건호 목사는 발언권을 얻지 않은 채 “사회자를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그 즉시 질서위원들이 이 목사를 회의장 밖으로 끌어내려 했고, 몸싸움이 벌어지고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이건호 목사가 바닥에 넘어져 드러누웠다.

이 과정에서 회의장에 앉아있던 흰색 옷을 입은 신원미상의 젊은 남자가 거듭 소리를 지르며 분위기를 험악하게 조성했다. 이 남자는 임원도 아니고 목사도 아니고 관계자는 더욱 아니면서도, 임원들 외에는 기자들까지 회의장 밖으로 모두 퇴장당한 상황에서도 내부에 남아 위화감을 조성했다. 이를 두고 임원회에 용역까지 동원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의혹이 번지기도 했다.

결국 이날 임원회에는 경찰이 출동해 현장을 정리했으며, 119 구급대원들이 이건호 목사를 싣고 퇴장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0000.jpg
 

 

압도적 표결로 징계 결정

이날 ‘특별기자회견 및 대표회장 직무정지가처분 관련의 건’에 대한 안건토의가 시작되자마자 찬반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이 대표회장은 정관 7조를 낭독하며 징계 처분을 내릴 수 있음을 공지하고, 대표회장 명예훼손과 관련한 안건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징계 대상자들의 이름과 함께 징계 내용까지 차례차례 거명해 나갔다.

이에 이승렬 목사는 “WCC는 신천지보다 100배 나쁜 집단이다. WCC를 찬성하면서 무슨 동성애 반대냐. 어불성설이다”라며 “이영훈 목사는 직전 대표회장과 합의한 선언문을 지키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회견은 이영훈 목사 개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 한기총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태근 목사(여의도총회)는 “여의도총회는 WCC에 가입한 적도 없다. 지금도 WCC의 신학노선을 반대하고 이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반박했다.

이영훈 대표회장도 “WCC에 가입한 적 없다. 허위사실 유포”라고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한 번도 천주교 신앙과직제일치협의회에 간 적도 없고 회의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또 “윤덕남 총무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다시 총무로 재임용된 것이고, 박중선 목사는 2014년 4월17일 홍재철 목사가 대표회장 당시 회의를 통해 제명 해제했으며, 그리스도교회협의회는 교단적 교리의 문제이므로 그 교단의 예식을 따르는 것이 맞다”고 기자회견 반박 내용들을 정리해 발표했다.

이날 임원회에는 이례적으로 다수의 증경총회장들이 참석했다. 최성규 목사, 이용규 목사, 길자연 목사 등은 한 목소리로 “한기총 밖으로 문제를 끌고 나가 프레스센터에서 일방적인 기자회견을 했다는 것과 대표회장을 상대로 직무정지가처분을 신청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용규 목사는 “한기총이 아니라 이영훈 목사를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했다고? 이런 말이 어딨나”라며 “기자회견은 너무 잘못된 일이다. 다른 질문 없이 전체 의견을 들어서 처리하라”고 재촉했다.

이 대표회장은 징계 건에 대한 표결을 물었고, 그 결과 찬성 37표, 반대 4표로 기자회견 주최자들의 징계가 결정됐다.

0.jpg
 

 

30억 모금 사용처 조사위 구성

이날 임원회에서는 ‘후원금조사특별위원회 구성의 건’도 첨예하게 다뤄졌다.

지난 19대 대표회장 선거 당시 후보로 등록했던 엄기호 목사는 자신이 납부한 발전기금 1억원이 정직하게 사용됐는지 알고 싶다며 조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엄 목사는 “선거 출마했을 때 1억을 발전기금으로 냈다. 이 돈이 과연 정직하게 발전기금으로 쓰여졌는지, 상대 후보는 1억을 냈는지 알고 싶다”며 “분명히 내가 먼저 후보로 등록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호 2번을 받았다 이 모든 것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발언권을 요청한 홍재철 목사는 “1억은 한기총 발전기금이 아니다. 그 돈은 선거관리위원들 활동비로 사용된다. 당시 한기총에 돈이 너무 없어서 월급도 못 줄 판이었다. 직원들 월급 주고 밀린 월세도 내고 했다. 하지만 모두 한기총에 사용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 목사가 “왜 거짓말을 하는가. 등록할 때 분명히 발전기금으로 돼있다. 서류도 가져올 수 있다”고 맞서자 홍 목사는 “인정한다. 선관위에서도 썼다”고 답했다.

한편 홍 목사가 임원회에서 “임원회 회비가 약 1억5000만원 밖에 안 들어온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내가 임기 동안 30억 이상을 썼다. 이 돈은 내가 여기저기서 후원금을 받아서 거지거지 왕떼거지와 같은 일을 했다”고 발언한 것을 근거로 이를 조사하기로 했다.

이용규 목사는 “홍 목사가 한기총이 어려울 때 30억 모금했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가. 과연 수입이 어떻게 장부에 적혀있고 쓰였는지 보고, 잘했으면 표창하고 못했으면 책임을 물으면 된다”며 “조사위 구성 여부만 결정하자”고 촉구했다.

이 대표회장은 “조사위 구성하여 오해가 없도록 하자. 그리고 관련 조사가 끝날 때까지 홍재철 목사는 한기총 모든 회의에 참석을 금지하는 안건”이라며 찬반을 물었고, 찬성 38표 반대 0표로 후원금조사특별위원회 구성이 결의됐다.

조사위는 홍재철 목사가 30억을 누구에게 어떤 경로로 받아서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며, 조사위 구성은 이 대표회장에게 위임됐다.

이날 임원회는 경찰과 119 구급대가 출동하는 등 정회가 선언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의 극심한 혼란을 겪었으나 예정된 안건을 결국 처리하고 회의를 끝까지 마쳤다.

한기총 관계자들은 일부에서 제기한 대표회장 직무정지가처분이 기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징계처분으로 일단락된 만큼 이단 재심 등 진행중인 사업들이 다시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