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인 중에 상처 받은 크리스천들이 참 많아요. 얼마나 상처가 크면 페북에서는 제발 교회 이야기 하지 말아달랍니다. ‘좋아요’만으로도 그들의 마음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이라도 되찾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페북에서 미술인들의 거대한 공동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인터넷 경매가 이루어지는 ‘페이스북 미술품경매’(이하 페미경)의 운영자이자 조각가인 이종희 집사(복정동 선한목자교회)의 말이다. 이 작가는 2011년 12월 페이북에 ‘페미경’ 그룹을 만들어 예술품 장터이자 예술가들과 대중들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폐미경을 시작한 계기
사람들은 예술가들이 우아하고 멋진 삶을 산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포트폴리오를 들고 다니면서 발품을 팔았다. 그나마도 작품의 성격이나 갤러리, 큐레이터와 맞지 않으면 전시가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작가들이 돈을 싸들고 전시회를 하는 것도 아닌데 관객이 없는 경우가 많다. 우리 현실은 선물로 주면 받지만 굳이 제값 지불하고 작품을 산다는 개념은 없는 것 같다. 작품이 팔리지 않아 소득이 제로에 가까워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작가들이 80-90%이다. 아이 우유 값이 없어 날품을 팔아야 하는 눈물겨운 얘기들도 많다.
크라우드펀딩 같은 후원방식
페이스북 경매는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처럼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자본이나 인맥이 없는 예술가를 돕는 특별한 자금조달 방식이다. SNS를 이용한 활발한 정보공유도 중시되는 소셜펀딩으로 보면 된다.
재미삼아 페이스북 담벼락에 작품 사진 하나를 올리고 1000원이라고 매겼다. 그런데 어느 분이 2000원이라고 댓글을 달면서 굉장히 미안해 하셨다. 곧바로 좋아요 개수가 늘어나고 금세 5,000원, 10000원이 됐다. 결국 그 작품으로 50000원에 팔렸다. 이거다 싶었다. 후원이 필요한 작가들을 밀어줄 수 있고 후원에 참여한 사람들은 리워드 형태로 다양한 보상이 선물처럼 주어진다.
소셜미디어 활용 소통의 도구로
오프라인 전시회에서는 대게 작품을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 서로 얼굴도 모른 채 거래가 된다. 하지만 페미경의 작가들은 자신들이 사진이나 영상을 직접 찍어 올리고 작품에 깃든 그들의 철학이나 삶, 만들어지는 과정들이 소개된다.
작가들은 누가 자신의 작품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댓글로 확인 할 수 있다. 대중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가가 어떤 작품을 하는지 궁금해 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들은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작가의 재미있는 일상도 올라오기 때문에 작가와 대중들은 더 친밀해 질 수 있다.
페미경에서 거래된 작품들은 누가 자신의 작품을 샀는지도 알 수 있다. 구매자들이 작품과 함께 인증 샷을 찍어 올리기 때문이다. 그 자체가 품질보증서가 된다. 작가들은 자식과도 같은 자기 작품이 어디로 시집갔는지, 잘 살고 있는지 금방 알 게 된다. 실시간 SNS로 이뤄지다보니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도 참여해 최대 800만원까지 거래가 성사된 적이 있다.
작가들 간이 네트워크도 형성
작품 활동에만 집중하다보니 사회성이 떨어지는 작가들이 많다. 그들이 동일하게 하는 말이 있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작품을 쓸쓸히 작업하고 있다는 것이다. 페미경은 오프라인 모임도 진행하고 있다. 예술가들끼리 서로 친분을 쌓고 대중과 소통하며 예술 정보를 공유하여 대중들이 예술작품들을 쉽게 다가가고 있다. 미술 뿐 아니라 조각, 공예, 동양화, 서양화 등 70여개의 그룹이 형성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동전시회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영역도 훨씬 더 넓어졌다. 작가들은 우리도 남을 도울 수 있지 않느냐는 섬김의 마음으로 오프라인 몇 차례 ‘동행’ 전시회를 열었다. 수익의 40%를 더 어려운 분들에게 보냈다. 제1회 ‘동행’전에서는 1000만원의 수익 중 절반에 가까운 490여 만 원을 낙도 독거노인들에게 보냈고, 재소자들과 함께 하는 교도소 벽화 그리기 프로젝트도 기획했다.
작가들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시작된 페미경은 현재 2만여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좋은 콘텐츠가 주는 흡인력, 문화 창조 산업의 변화, 관객과 아티스트의 폭넓은 소통, 둘 사이의 경제적 가치도 창출하고 있다. 페미경의 대표 이종희 조각가는 “댓글과 좋아요 로만으로도 붓을 꺾었던 작가들이 돌아와 흔들림 없이 작품 활동을 하는데 많은 힘과 응원이 된다”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