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빙글리와 불링거의 스위스 종교개혁은 재세례파 개혁자(급진적 혹은 근원적 종교개혁자)들의 개혁으로 도전을 받고, 프랑스 출신 칼뱅의 제네바 개혁으로 탄력을 받게 된다. 본 시리즈에서는 재세례파 개혁이 비록 먼저 일어난 운동이지만 신학적 동질성을 보여주기 위하여 칼뱅의 개혁을 재세례파보다 먼저 다루고자 한다. 칼뱅은 1509년 7월 10일 프랑스 느와용에서 태어났다. 느와용은 파리에서100Km 북쪽에 있는 도시로, 칼뱅의 생가는 현재 박물관이 되어 칼뱅을 연구하거나 칼뱅을 알고 싶어 하는 전 세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데 특별히 한국 기독교인들이 많이 찾고 있다. 이 도시는 현재의 위상과는 달리 16세기 당시는 상당한규모의 도시였던 것으로 보인다. 느와용은 6세기 초 이후부터 주교구도시가 되었고, 768년에는 샤를마뉴가 프랑크왕국의 왕으로 즉위하는 대관식을 가졌다. 칼뱅이 7살 되던 해인 1516년에는 프랑스 국왕 프랑소와 1세와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5세가 느와용협정(Treaty of Noyon)에 서명하여 당시 이태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양자간의 전쟁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칼뱅의 아버지 제라르 코뱅(Gerard Cauvin)은 칼뱅이 시편주석서문에서 어느 정도 암시된 것처럼 비교적 세속적이고 목표를 향해 열정적으로 성실하게 나아가는 소시민이었다. 칼뱅의 어머니는 장 르 프랑(Jeanne le Franc)이었는데 경건한 여성이었으나 칼뱅이 6살이었던 1515년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 칼뱅에게는 형 샤를(Charles)과 동생 프랑소와(Fran Cois)와 안토완(Antoine)이 있었다. 형 샤를은 노와용에 머물며 사제의 길을 걸었으나 결국 가톨릭교회를 떠난 것으로 본다. 동생 프랑소와는 어릴 때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안토완은 칼뱅과 함께 제네바로 가서 칼뱅의 조력자로 지냈다. 아내를 잃고 어린 아이들과 남겨진 제라르는 재혼하여 두 딸은 얻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들 중 마리(Marie)는 제네바로 온 것으로 칼뱅전기 저자 코렛(Corret)은 추정한다.
칼뱅과 그의 가족이 신앙생활을 했던 느와용의 노트르담주교좌성당을 좀 살펴보자. 이 성당은 12세기에 건축된 성당으로 고딕 스타일 건물로는 파리의 성 드니수도원 (Saint-Denis Abbey) 예배당 다음이지만, 주교좌성당 건물로는 처음이라고 한다. 칼뱅이 이 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이 도시를 떠날 때까지 교회를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하였다는 사실은 그가 받았던 신앙적인 영향을 짐작할 수 있는 하나의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 성당의 크기는 물론 부속건물들 역시 성당의 위상을 짐작하게 한다. 특별히 성당의 앞부분 밖에 있는 도서관이 인상적인데, 이 도서관은 프랑스에서 유일하게 남겨진 중세시대의 도서관이다. 칼뱅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던 노트르담성당과 도서관을 수시로 지나다니고 그곳에 들어가 영적인, 또한 지적인 혜택을 누렸을 가능성이 컸을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칼뱅은 그형 샤를과 함께 이러한 아버지의 뜻에 순종했다. 카페트 콜레쥬(Capettes)에서 기본적인 공부를 하고 12살 때부터는 교회의 성직록을 받는 특권을 누렸다. 14살 (1523년)이 되었을 때 그는 파리로 유학을 떠났고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전도양양한 성직자가 되는 탄탄대로를 밟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칼뱅의 유학길은 느와용 주교의 세 자녀들이 동행하였다. 칼뱅은 자신의 첫 번째 작품, 『세네카의 관용론 주석』을 이 자녀들 중 하나인 클로드(Claude)에게 헌정하며 자신이 이 가정에 어떻게 빚졌는지를 말하고 있다. 16세기 대학교육은 현대교육체제와는 달리 한 학교에 입학하여 일정한 커리큘럼에 따라 수학하고 학위를 취득하는 방식이 아니라, 스승을 따라다니며 공부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공부방식은 칼뱅이 젊은 나이에도 한 분야의 전문가로 우뚝 설 수 있는 배경이 되었을수도 있겠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