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문입니다”

  • 입력 2016.09.29 13:05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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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오래된 얘기지만 한때 한국 사회 전반을 잠시나마 술렁이게 했던 말 중에는 ‘내 탓이오’라는 일종의 캠페인성 구호(?) 비슷한게 있었다. 알려지기로는 어느 종교의 지도자가 제안을 했다 하여 덩달아 그 사람의 인기도 꽤 높아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실상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게 우리 사회 전반에 이렇다 할 변화는 가져오지 못했던 것 같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너 때문이다.’, ‘다 네 탓이야!’의 함정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치판도 그러하고, 산업현장도 물론이다. 노사정(勞使政) 어느 쪽도 자신들 쪽으로 탓을 돌리는 이가 없다.

 

이렇듯 모든 탓은 남에게, 그리고 이권이나 명예는 자신에게 돌리는 행태는 종교계라고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남의 이야기는 일단 접어두고 우리가 속한 교회 안의이야기만으로도 할 말이 적지 않을 것으로 안다. 그런 중에도 특별히 우리가 주의해야할 것은 고난을 당한 이웃에게 탓을 돌리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거기에는 대부분 정죄(定罪)의 손가락질이 함께 한다는 사실이다. ‘당신의 믿음이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다.’느니 ‘당신들이 예수를 믿지 않아서 생긴 일 아니냐?’는 등의 말이다. 얼핏 믿음 좋은 사람의 권면이나 충고 같으나 실상은 교만이 가득한 정죄의 말이다.

 

우리가 잘 아는 성경 요나서에는 하나님의 명을 어기고 다시스로 가는 배를 탄 요나를 볼 수 있다. 중도에 배가 폭풍을 만나위기의 순간이 닥쳤을 때 모두들 뱃전에 나와 이것이 누구 때문에 생긴 일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제비뽑기를 한다. 제비가 요나에게 뽑히는 순간, 요나는 믿음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 너희가 이 큰 폭풍을 만난 것이 나 때문인 줄을 내가 아노라…(욘1:12).” 이 순간의 주인공이 요나가 아닌 오늘날의 우리였더라면 어떠했을까? 대부분의 믿음 좋은 사람들은, ‘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고 기도하는 사람인데 왜 그게 나 때문이란 말이냐? 당신들이 하나님을 믿지 않아서 생긴 일 아냐? 당신들 어서 회개하고 하나님 믿어!’ 하고 그들을 정죄하였으리라 짐작된다. ‘나 때문입니다.’라는 말,참 하기 어려운 말이다. 그러나 해야 한다.올 가을 각 교단 총회 자리에서 이런 말이 많이 들려오기를 기대한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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