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제를 지낸 사람들

  • 입력 2016.09.29 13:08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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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 같이 겪은 일이지만 지나간 올해여름은 유난히도 폭염에 시달려야 했다. 8월 한 달의 폭염일수가 역대 최고인 16.7일을 기록했다고 기상청이 밝힌 바 있다. 통상 폭염은 일 최고 기온이 33도를 넘었을 때를 가리킨다고 하니 가히 짐작할 만한 더위가 아닐 수 없다. 폭염이 유례없이 길어지는 사이 강수량은 예년의 1/4 정도로 떨어져 제한급수까지 단행해야 했던 곳도 있었다. 물 부족 국가로서 우리도 이제는 치수(治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온 것이 아닌가 한다.

 

후일담이기는 하지만 결코 웃을 수 없는 얘기가 실제로 있었다고 한다. 가뭄이 오래 계속되다 보면 가장 속 타는 사람들은 누구누구 해도 역시 농사를 짓고 사는 이들일 것이다. 논밭의 작물들이 말라 시들어가는 광경을 보는 농민의 마음도 함께 타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듯 타들어가는 농심(農心)을 달래고 위로해주기 위한 기도회가농촌의 작은 교회들에서는 수시로 열리고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경황 중에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장들은 아마 딴 계산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매일 매일의 날씨 정보를 꼼꼼히 챙기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것을 자신의 인기관리나 정치적 자리보전을 위해 이용했다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 것이다. 가뭄이 계속 되는 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3~4일 후에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뜨자 갑자기 이곳저곳에서 기우제(祈雨祭)를 지낸다고 법석을 떤 지자체의 장들이 과연 무슨 계산을 하고 있었겠느냐 하는 것이다. 얄팍한 꼼수로 또 한 번 차기를 노리는 ‘기우제를 지낸 사람들’을 백성들은 잘 기억 해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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