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교부 금언

  • 입력 2016.10.20 10:00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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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병국 목사 (한소망교회)  
 [프로필]
▣ 협성대학교 신학과 졸업
▣ 감리교신학대학교 선교대학원 졸업
▣ 서울남연회 강동지방 감리사 역임
▣ 온맘 닷컴 “목회칼럼” 연재
▣ 한소망교회 담임목사

   

목회를 시작한지도 십 수 년이 흘렀다. 그동안 늘 씨름을 하고 있었던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교회를 어떻게 하면 성장, 부흥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다른 하나는 어떻게 하면예수님을 따라 살아가 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런 후자의 모델을 살았던 사람을 기독교 역사에서는 어떤 사람들을 들 수 있을까? 아마도 3~4세기 살았던 사막의 교부들일것이다. 이들은 기독교 영성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들이다. 오늘날 이들의 삶, 기도하는 가운데 얻어진 교훈들이 기록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사막교부들의 금언집』이다. 이 책은 사막에서 금식하며 기도하던 기독교 교부 특히 동방교부들의 삶과 지혜와 같은 것들을 역은 묵상집이다. 이것을 초기 교회사에서는 귀중하게 여기며 어느 학자는 기독교의 원천이라고 평을 한다. 몇 년 전 모 기독교 출판사 편집자가 이 책에 대해서 이렇게 기술한바가 있다. “신앙서적 편집자로 지내면서 독자들로부터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 불교 승려들이 지은 책들은 불교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많이 봅니다. 법정의 『무소유』나『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는 불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많이 보기 때문에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습니까?

 

그 책들을 보면 불교용어가 거의 없고 일상의 쉬운 언어로 삶의 도리를말해주고 있습니다. 기독교에는 그런 책이 없습니까? 왜 기독교 책들은 한 결 같이 일방적인 훈시조로 흐르고 있습니까? 깊은 깨우침에서 나오는 글들과 일상의 용어로 삶의 근본 도리를 풀어 기독교신자나 비신자나 인생지침으로 삼을 수 있는 그런 책을 출간해 주십시오” 이런 채무의식을 늘 지니다가 만난 책이 곧 사막교부들의 금언집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책 이름을 『깨달음』으로 출판했다. 이런 수도자의 삶을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 금언들은 21세기 우리들에게 잔잔한 감동,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앞으로 그런 이야기들을 당분간 이어 가려고 한다.

인간에게 있어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타나는 것 중 하나가 명예라고 한다. 명예는 누구나 누리려고 한다. 권세욕도 대단하겠지만 남들에게 인정받고 칭찬을 듣는 명예, 우러러보는 대상이 된다는 것은 정말이지 매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성서에 눈을 조금만 돌린다면 명예에 대한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명예와 상은 가급적 누리지 말라는 것이다. 왜인가? 이 세상에서 누리는 상급과 인기와 칭찬은 상대적으로 천국, 하나님 나라에서우리가 누리고 받을 상급과 칭찬을 반감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떤 수도사가 아바 모티우스에게 물었다. “만약 제가 다른 곳에 가서 산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특별한일로 유명해 지려고 하지 말게. 예를 들어 ‘나는 성찬식에 참석하지 않는다’ 혹은 ‘나는 애찬을 들지 않는다’ 하는 등의 말을 하지 말게나. 이런 일들은 자네로 헛된 유명세를 타게 해 준다네. 그런 유명세는 처음에는 좋은 듯하지만 나중에는 그것 때문에 고통을 당하게 되지. 사람들은 그런 실천들을 행하는 사람들에게 몰려가게 되어 있어”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아바 모티우스는 다시 대답해 주었다. “그대가 어디에서 살든지 다른 사람을 만나거든 그 사람이 사는 방식으로 살게. 그러면 평화를 얻을 테니까. 자신을 남들과 똑같이 여기는 것이 바로 겸손이야. 그대가 한계를 넘어가지 않는 것을 사람들이 보게 되면 그대를 다른 사람들과 동일하게 여길 것이고 어느 누구도 그대를 괴롭히지 않을 것이네”(모티우스 1)노출되어 있는 보물이 그 가치를 잃어버리듯이 알려진 덕목도 마찬가지로 사라진다. 불 곁에 초를 두면 녹듯이 영혼도 칭찬에 의해 훼손되고 애쓴 모든 노력의 결과를 잃어버리게 된다.(신클레티카 21)어느 유명한 수도사에게 어느 날 로마의 황제가 방문하였다. 황제가 사막에까지 온 것이다. 수도사와 만난 황제는 여러 궁금했던 영적인 문제들을 상담하면서 자신의 신분이 무엇인지 아는가를 물었다. 수도사는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황제는 자신이 황제임을 밝혔다. 당황한 수도사는 황제에게 예의를 표하고 계속 대화를 하였다. 그러나 다음날 그 수도사는 사람이 미치지 못하는 더 깊은 사막으로 들어가 버렸다. 유명해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이들과 오늘 나를 한번 돌아본다. 과연 나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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