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이런 겁니까?”

  • 입력 2016.10.20 10:12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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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해야 하지만 낯이 뜨거워질 뿐 답을 할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게 만드는 일이 또 벌어졌다. 한국교회가 자정능력을 상실한 지 벌써 오랜 된 일이라 달리 또 무슨 말을 한들 씨알이 먹힐 것 같지가 않아 참으로 답답할 뿐이다. 그것도 은밀히 알려진게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많이 시청하는 공영방송의 화면을 통해 우리의 낯을 뜨뜻하게 하는 장면이 여과 없이 송출되었다. ‘17년간이나 키워온 아들이 내 아들이 아닌 목사의 아들’이라는 한 남자의 교회 앞 1인 시위에 관한 얘기이다. 당사자들은 절대 불륜관계가 아니라거나 기도해서 얻은 아들이니 기적이 아니냐는 등의 말을 하고 있으나 프로그램을 시청한 사람들 가운데 이런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줄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더욱 서글프게 한다.

 

그것이 곧 예수님을 욕보이고 교회를 향한 비난의 강도만 더 확대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의 내용에 따르면, 택시기사인 남편이 일을 나갔다가 잊고 나온 물건이 있어 가지러 집에 들어갔더니 아내와 목사가 속옷만을 입은 채로 함께 있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결혼한 지 불과 2년이 지났을 때의 일이라는 것과 유전자 검사 결과 목사와 아들의 유전자가 99.9%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데 더 이상의 발뺌은 용납되지 않을 것 같다. 여기서 우리의 공분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은 당사자인 목사의 인격을 최대한 존중해준다 해도 현대과학이 증명하고 있는 유전자검사 결과를 앞에 놓고도 끝까지 ‘나는 기도해준 것 밖에 없다. 아이는 하나님이 주셨다.’라고 주장하는 뻔뻔함 때문이다.

 

차라리 자신의 과오를 솔직히 시인하고 목사의 자리에서 내려와 속죄의 길을 걷겠다고 고개를 숙였다면 하나님 앞에서나 세상에서도 용서를 구하기 쉽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더욱이 당사자인 여성이 목사의 사모가소천한 이후인 3년 전부터 꾸준히 이혼을 요구해왔다는 사실도 이들의 불륜을 더욱 확신으로 몰아가기에 충분해 보인다. 방송을 시청한 주변의 사람들이 교회가 이런 거냐고 비아냥대며 묻는 뻔한 물음에 달리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이런 사건이 다시는 우리 교계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하기 편한 말로 ‘하나님이 다 아십니다.’‘하나님이 죄를 물으실 겁니다.’라는 정도로 유야무야 넘어가는 지금의 행태로는 한국교회가 신뢰를 회복하기가 백년하청(百年河淸)이 되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교회가 하루속히 자정능력을 회복하여 다시는 이런 모습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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