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총회, 욱여쌈을 당해도 침묵할 것인가

  • 입력 2017.01.12 10:12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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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와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정서영 목사)의 통합 논의가 진행될 때면 어김없이 등장했던 조건이 있다. 바로 ‘다락방 개혁’의 한기총 회원권이다. 이 중심에는 여러 교단에서 교류금지 결정을 내린 바 있는 류광수 목사가 있다.

한국교회총연합회 출범의 주역인 이영훈 목사가 대표회장으로 있는 한기총의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는 지난달 세계복음화전도협회에 대해 임원회에 행정보류를 건의했다. 류광수 목사는 세계복음화전도협회 이사장이다. 그런데 교계 모 일간지는 다음날 ‘한기총이 세계복음화전도협회를 행정보류했다’고 오보를 내면서 ‘연합기관 통합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보도했고, 이 여파는 일파만파 번져갔다.

한 술 더 떠서 한기총이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명의로 몇몇 주요 교단에 ‘이대위 결의 사항 알림과 협력 요청의 건’ 제하의 공문을 발송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한기총은 이 공문에서 “본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는 2016년 12월15일 제27-4차 위원회 회의를 통해 1) 세계복음화전도협회(회장 정은주 목사)… 3) 류광수 목사에 대하여 한국교회연합과 언론에서 이단성을 지적하는 바 소위원회를 통하여 조사하고, 조사 종결 시까지 단체와 개인에 대하여 행정보류하기로 결의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본회는 한국교회를 이끌어가는 귀 교단과 협력하여 하나님의 선하시고 높으신 뜻을 함께 이룰 수 있기를 소망하며, 귀 교단이 본회로 복귀하시어 한국교회 발전과 본회에서 큰 역할을 감당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라고 정중히 요청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흘러가자 세계복음화전도협회는 지난 9일 한기총에 탈퇴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탈퇴이유서 내용에 따르면 자의가 아닌 명백한 타의에 의해 이뤄진 탈퇴였다. “본 협회에 탈퇴하라는 뜻으로 알고 겸허히 수용하고자” 한다는 내용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문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정중한 어조로 담담하게 탈퇴의사를 밝혔다.

세계복음화전도협회는 2015년 12월31일 제26-2차 실행위원회에서 단체회원으로 가입했다. 실사위원회를 거쳐 이단성이 없다는 한기총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진 정상적인 가입이었다. 그런데 한교총의 출범과 연합기관의 통합 물살 앞에 갑자기 ‘행정보류’라는 철퇴를 얻어맞았다. 한교연과 주요 교단들이 요구했던 ‘이단성 회원 배제’ 조건이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졌다.

이어서 10일 열린 한기총 제27-3차 실행위원회에서는 이대위가 건의한 행정보류의 건은 다뤄지지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복음화전도협회가 알아서 탈퇴해줬기에 다룰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대신 안건토의의 ‘기타안건’에서 세계복음화전도협회 한기총 탈퇴의 건에 대해 받아들였다.

이 자리에서 김송수 목사는 항의하며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다. 이대위가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행정보류부터 건의했으니, 그런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타당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이영훈 대표회장은 잘못 보도한 언론과 언론에 이를 잘못 알린 실무자를 탓했을 뿐 사과나 유감 표명은 전혀 없었다. 그렇게 세계복음화전도협회의 한기총 탈퇴는 이뤄졌다. 한기총이 주요 교단들에 공문을 발송했던, 다분히 의도적인 행위로 이해되는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은 거론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더 이해되지 않는 점은 산하 단체격인 세계복음화전도협회가 이처럼 당하고 있는데도 개혁총회(총회장 최정웅 목사)는 초지일관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앞서 이러한 교단의 무대응 상황에 대한 언론들의 지적이 이어졌고, 이것이 단초가 되어 마련된 9일 기자회견에서 부총회장 조경삼 목사는 당당하게 이의를 제기할 것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한기총 실행위에서는 김송수 목사만이 그것도 소극적인 이의제기를 했을 뿐 현장에 있던 최정웅 총회장, 조경삼 부총회장, 정학채 증경총회장 등 개혁총회의 중진들은 한 마디 입을 떼지도 않았다. 세계복음화전도협회만 탈퇴하면 개혁총회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처럼.

하지만 애초에 한교연과 주요 교단이 제기했던 조건은 세계복음화전도협회가 아니라 개혁총회였다. 세계복음화전도협회 탈퇴와는 무관하게 처음부터 그들의 시선은 개혁총회를 향하고 있었다.

한기총이 정말로 연합기관을 통합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이제 화살은 개혁총회를 정조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교연과 주요 교단들은 ‘구 다락방’과 ‘류광수 목사’를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때 가서도 총회장과 부총회장 등 임원진은 지난번처럼 꿀 먹은 벙어리마냥 침묵할 수 있을까. 산하단체인 세계복음화전도협회가 욱여쌈을 당할 위기에서 ‘자진탈퇴’라는 수를 두기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던 그들이 개혁총회를 향해 탈퇴 압박이 가해져도 ‘탈퇴하라는 뜻으로 알고 겸허히 받아들일’ 것인가. 개혁총회는 애초에 세계복음화전도협회가 압박을 받을 때 정면돌파를 선택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젠 침묵해도, 침묵하지 않아도 비난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개혁총회 임원진 스스로 자초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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