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성 연금공제회 사태, 구조적 문제로 방치된 사고

  • 입력 2017.08.20 20:40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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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 “1인 투자 결정과 운영 및 감사 소홀이 빚어낸 결과”

불안한 가입자들 ‘운영비 일체 매달 보고하라’ 요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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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들의 불안정한 노후를 보장하고자 교단마다 운영되고 있는 일명 ‘연금재단’과 관련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예장합동과 통합, 감리교 등 연금을 운영하는 대형 교단들 모두 비리와 운영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 심각성은 연금을 놓고 ‘눈 먼 돈’이라고까지 부르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손실된 원금 46억, 법적 조치 돌입해

이러한 가운데 근래 (재)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교역자연금공제회(이사장 이영훈, 이하 연금공제회)에서까지 문제가 발생했다. 연금공제회는 기하성 4개 교단 산하 1500여개 교회 2500여 가입 목회자들의 연금을 관리하는 기관이다.

더 안타까운 점은 이를 특정 개인들의 비위 문제로만 몰아갈 뿐,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극구 쉬쉬하려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기하성 연금공제회 문제는 2007~2009년 A 목사와 B 목사가 66억 상당의 변액보험을 해지했던 사실이 발견되고, 실무자 인수인계 과정에서 55억만 확인됐을 뿐 나머지 11억이 사라진 것이 뒤늦게 포착되어 불거지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진 조사에서 손실된 원금은 46억 상당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연금공제회는 내부 조사와 감사를 통해 이들이 금원을 횡령했다며 법적 조치에 돌입한 상황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연금공제회는 기하성 4개 교단 연금 가입자들을 상대로 7월25일 설명회를 열고 사고 경위와 이후 처리과정, 재판 상황 등을 보고하며 연금 운영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란 점을 강조해 설명했다.

연금공제회는 가입자들에게 “금번에 기하성교역자연금공제회 실무자 교체과정에서 전 이사장 시절 일부 기금이 불법 대출된 사실이 발견됐다”면서 “이사회에서는 7월22일 이사회를 소집하여 관련자 전원을 고발하고 손실된 기금을 전액 환수하기로 결의했다”고 알렸다.

또한 “현재 가입자 개인이 납부한 개인연금은 전액 보전되어 있으나, 조용기 목사님 설립기금으로 출연하신 금액이 전액 손실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손실된 금액은 관련자 전원에게 민형사간 모든 법적인 책임을 물어 사고 금액 전액을 회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모든 연금은 정상적으로 지급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급이 중지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모든 연금 가입 교역자님들께서는 동요가 없으시길 당부드린다”며 “앞으로 자금운용의 수익력을 극대화하여 연금자산이 지속적으로 증가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회계법인, 투자부터 관리·감독까지 총체적 문제 지적

이처럼 연금공제회는 연금 지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모든 책임을 특정 개인에게만 지우고 있다.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취약한 구조와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던 문제는 표면상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다.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는 연금공제회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사고 경위와 원인, 모든 재정 내역을 명명백백히 공개하라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연금공제회에 대한 불신이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비위자들에 대한 소송만 제기했을 뿐 사건이 발생하게 된 연금공제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진단과 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설명회 당시 현장에서는 삼정회계법인 박민규 상무가 2016 회계연도에 대한 회계감사 결과를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박 상무는 “사고가 터진 것이 1인 단독으로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과 관리가 이뤄진 데 원인이 있다. 투자 결정 과정과 투자 관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하고 “형식적으로 존재하는 기금운용소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운영되어, 투자 대상을 찾을 때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수익률과 리스크관리율 등이 기금운용소위원회에서 논의가 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내부감사가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하여 업무감사와 회계감사 두 가지가 이뤄져야 한다. 회계 기준부터 잡혀 있어야 한다”면서 “기금운용소위원회에서 실질적으로 논의되어 투자가 이뤄졌는지, 전문가의 고견을 받았는지 등 실질적 업무감사는 물론 회계처리에 대한 감사도 정확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1년간 입출금 관련해서 전표와 지출결의서가 없이 영수증만 첨부되어 있다”며 보완을 권고했다.

다시 말해 그동안 투자 결정에서부터 운영과 감독, 금전 입출금 증빙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게 없었다는 지적인 셈이다. 연금공제회는 회계법인으로부터 이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받았고, 개선할 것을 권고받았다.

이 자리에서는 연금공제회의 보고체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됐다.

 

‘부글부글’ 가입자들 “시스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상황에 이렇게까지 흐르자 기하성 내부에서는 비위를 저지른 인사도 잘못됐지만, 비위가 가능하도록 무방비로 방치된 시스템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2007년부터 수십 차례에 걸쳐 사고가 이어지도록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분통이다.

한 번 시작된 연금공제회에 대한 불신은 현재 실무진에 대한 감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회원들은 사무총장 최길학 목사에게 급여와 운영비 등 입출금 일체를 매달 보고하라는 요구까지도 제기했다. 매월 운영비와 인건비로 20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는 연금사무국의 보고마저도 명확히 확인하고자 하는 안전지향 및 보상심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연금공제회는 최근 교단별 간담회를 갖고 연금기금이 피해를 입게 된 데 대해 이사장과 전 이사들이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사회를 열어 삼정회계법인을 통해 매년 외부감사를 받기로 결의했다고 알리며, 향후 지속적으로 회계 법인을 통한 철저한 관리 감독을 통해 어떤 경우에도 연금이 손실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 감독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기하성 내부에서는 연금에 가입된 모든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질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장통합측의 연금가입자회와 같은 성격의 단체를 조직해 연금공제회의 건강한 운영을 감시하고, 정기적으로 보고 받으며, 연금공제회의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움직임이다.

지금 기하성은 연금공제회를 전체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여론 속에 보다 건강한 연금공제회 운영을 위한 진통을 겪는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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