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구름을 탓하지 않는다

  • 입력 2014.08.22 09:51
  • 기자명 컵뉴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로마가톨릭의 수장 프란치스코 교황(敎皇)이 우리나라를 다녀갔다. 장안의 언론들은 ‘역사적’인 방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여가며 마치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신 것으로 착각을 일으킬 만큼 그 의미를 매우 높이 평가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일부에서는 마치 그가 지금 당면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든 난제(難題)들을 일순간에 다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처럼 과잉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특정 종교의 수장에 대한 기대치고는 좀 지나치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우리가 다 보았다시피 이번 교황의 방문을 환영하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가 조금은 심상치 않았다. 가톨릭 신자들이야 물론 말할 것도 없지만 대다수가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더욱 열광적으로 환영을 했다는 것은 우리 기독교(개신교)인들로서는 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더욱이 지금까지 공공장소에서의 종교행사를 갖기 위해서는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니 혹은 차별이니 하는 말로 온갖 고초를 겪어야 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특혜 중의 특혜이다. 언론 또한 마찬가지이다. 까딱하면 비난이나 쏟아내던 종교행사를 이번만큼은 찬사가 일색이다. 우리는 여기서 무언가 성찰이 있어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하는 점을 발견하게된다.

 

여기서 우리 한국교회가 교황의 방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떠냐에 앞서 우리는 가톨릭과 어떻게 다르며, 또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하는 점을 분명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성경적으로, 혹은 신학적으로나 교리적으로 가톨릭이 안고 있는 모순과 오류가 크다 하더라도 그것만을 강조하기에는 한국인의 오늘날 정서상 교회는 외면당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광화문에서 시복식 미사가열리던 날에도 보았듯이 주변에 자리를 잡고 ‘적그리스도’를 외치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었지만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지나가는 사람들 눈에는 웃음거리 밖에 되지 않았음이 이를 증명한다.

 

프란치스코가 이끄는 지금의 가톨릭은 적어도 5백여 년 전 개혁의 대상이었던 중세 기독교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한다. 머리에 황금으로 만든 관을 쓰고 최고의 권위를 상징하는 제의(祭衣)를 입은 모습으로 낮은 자리를 찾아 그들의 볼에 입 맞추는 그의 행보가 가식적이며 외식하는 자의 모습일지라도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오히려 그것에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 개혁의 대상 이었던 중세시대의 가톨릭을 기억하거나 대입하려는 이는 찾아볼 수가 없다. 한국교회 내에 이번 로마가톨릭 수장의 방한을 보는 시각도 다소 여러 가지로 나뉜 줄 안다. 가톨릭을 철저히 배척해야 한다는 주장과 또 한편 우리와 다르기는 하지만 존중하고 자성(自省)하자는 주장들이다.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기본적으로 가톨릭을 기독교가 아니라고 하는 주장 또한 이미 오래전부터교회 안에서는 힘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편 비성경적인 전통과 교리가 분명히 있음에도 프란치스코는 ‘가난한자와 낮은 자를 위한 교회’를 외치는 훌륭함을 지닌 사람으로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신앙인의 자세는 배워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새겨들어야 할 일이다. 따라서 차제에 한 가지 분명해져야 할 것은 우리가 남의 종교의 수장을 비난하고 비판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는 얼마나 낮아지고 있으며, 따뜻함과 거룩함을 지니고 있느냐 하는 것을 돌아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다른 종교를 말하기에 앞서 우리가 잘해야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르쳐 주신 삶의 자리와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잘 헤아려 주님이 지셨던 십자가를 단단히 붙들고 묵묵히 주님의 길을 걷는 것만이 이 시대 우리가 실천하고 준행하여야 할 목표요 방향인 것이다. 산은 결코 구름을 탓하지 않는다. 교회가 성도들을 빼앗길까봐 지레 겁을 먹고 남의 종교를 비난하거나 그들의 수장(首長)을 욕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그것은 마치 산이 자신의 앞을 가린다고 구름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 것과 같다. 산은 말없이 있어서 산이다. 구름은 시간이 지나면 걷히게 마련이다. 오직 진리만이 영원할 뿐 진리가 아닌 것은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