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길을 막는 최후의 보루 ‘하나비젼실버홈’

  • 입력 2018.01.18 15:53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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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찬양은 오직 하나 544장 ‘잠시 세상에 내가 살면서’

“다른데 안 가요. 죽을 때까지 여기서 살 거예요”

 

“하나님께 순종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게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강한 고집쟁이 군인을 순종의 종으로 바꿔놓으셨죠. 내가 제일 잘났고, 내가 최고라고 생각했고, 지는 것을 제일 싫어했던 제가 많이 깨지고 부서지면서 하나님밖에 모르는 사람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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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의 까다로움이 안전하고 깨끗한 공간으로

광주광역시 대인동 하나비젼실버홈에서 어르신들을 섬기는 원장 선종철 목사와 김정 사모. 평생 군인으로 살던 선 목사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인생의 마지막을 앞둔 어르신들을 위한 이삭줍기 영혼구원 사역에 매진하고 있다.

하나비젼실버홈은 대지면적 423.3㎡에 연면적 819.48㎡, 지상 4층 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정원 29명의 중형 요양보호시설이다.

기본적으로 2인실과 3인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휴게실과 목욕실, 세탁실, 상담실, 주야간보호실, 물리치료실, 조리실, 식당, 간호사실을 갖춰 의료와 복지의 복합체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사랑과 봉사, 겸손, 인간존중을 바탕으로 고통스럽고 아픈 기억의 조각일지라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바꾸어 살아가도록 의료, 복지,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제공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사회 노인복지 증진과 영혼구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더욱이 뼛속까지 군인이었던 선 목사의 까다롭고 원칙중심적인 성격은 하나비젼실버홈의 구석구석 세심한 부분까지 미쳐 고용노동부장관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CLEAN 사업장 인정서’를 받을 정도로 깨끗하고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현재 정원 29명 중 25명의 어르신들이 입소해 생활하고 있으며, 전원 요양원 내에 위치한 하나비젼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며 인생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가꿔가고 있다.

 

입소하면 건강해지는 놀라운 체험

2010년 11월5일 우여곡절 끝에 하나비젼실버홈을 처음 개원할 당시만 해도 어르신들이 없어 심각한 운영난에 시달렸다. 군인시절 모아놓은 재산들도 2년 가까이 매월 500만원씩 쏟아부으면서 빈털터리가 됐다.

하나님께 부름받아 사명을 받은 선 목사는 중도에 포기하지도 못하고, 시쳇말로 ‘상남자’였던 그가 “어떻게 하느냐”며 하나님께 엎드려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리고 오직 하나님만 부르짖었던 그의 기도를 들으셨을까. 홍보 한 번 한 적이 없는 요양원에 어느 순간부터 보호자 가족들의 입소문만으로 어르신들이 속속 입소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8년이 지나 오늘에 이르게 됐다.

어르신 보호자들이 하나비젼실버홈을 입이 마르게 칭찬하는 이유는 단 하나. 사망선고를 받은 부모님이 이곳에 입소하면서 건강하게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체험이다.

이곳의 프로그램은 물리치료와 건강체조, 미술치료, 작업놀이, 음악듣기, 통기타 등 여타 요양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별한 것이 있다면 ADL훈련이라 불리는 ‘일상생활동작훈련’이다.

이는 신체가 불편한 어르신들의 상태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각 부위의 기능을 훈련을 통해 유지시키거나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어 식사를 할 때 손을 잘 사용하지 못하거나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하여 요양보호사가 떠먹여주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여 계속해서 팔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선 목사는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니 역사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어르신이 ‘콧줄’을 꽂게 되면 얼마 안 가 소천하실 분이라는 의미인데, 여기만 오시면 4~5년을 건강하게 더 사신다”며 “콧줄 꽂고 마지막으로 목사님께 기도나 받고 가시라고 보호자들이 모시고 오지만 여기서 생활하시다 보면 지팡이를 짚고 걸어 다니신다. 이 모습을 본 보호자들이 어찌 안 좋아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선 목사는 어려운 운영살림에도 불구하고 매 끼니마다 어르신들께 빠짐없이 돼지고기를 식단에 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복, 생새우, 낙지, 바지락 등 다양한 재료로 죽을 만들어 풍족하게 제공하니 어르신들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다. 매년 두 차례씩 가지는 보호자 간담회 때 건의사항을 말하는 시간이 있는데 어르신들이 불편한 점이 없다며 오히려 간증을 해버릴 정도라고.

취재가 진행되던 중 얼마 전 다른 요양원에서 옮겨왔다는 한 어르신이 짜장면이 먹고 싶다며 보호자를 호출하는 일이 발생했다. 선 목사가 “여기서는 규칙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예전 요양원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하자, 그 어르신은 “다른데 안 가요. 다시는 안 가요. 나 죽을 때까지 여기서 살 거에요”라며 규칙을 잘 지킬 것을 약속했다. 다른 어떤 말보다 이 어르신의 한 마디가 하나비젼실버홈의 높은 만족도를 여과없이 보여줬다.

 

글은 몰라도 예수만 알면 ‘OK’

하나비젼실버홈에 입소한 어르신들은 모두 하나비젼교회에서 매주 수요일과 주일에 예배를 드리고 있다. 예배가 강요되진 않지만 재활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으며, 이곳에서 생활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예배에 참여하게 된다고.

94세가 되도록 평생 절에 다녔다는 한 어르신은 처음엔 절대로 교회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김정 사모가 수시로 방문해 복음을 전하고 건강을 위해 기도하면 통상적으로 한 달 정도 지난 후 예배에 참석하게 된다.

선 목사는 매번 예배 때마다 혼자 찬양을 불러왔다며 멋쩍게 웃었다. 빔 프로젝트로 악보와 가사를 띄우고 찬양을 인도해도 어르신들 가운데 무학력자가 많아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많고, 치매를 앓기도 하여 찬송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 목사는 다양한 찬송을 부르기보다는 찬송가 544장 ‘잠시 세상에 내가 살면서’ 하나만 반복해서 인도한다. 그리고 나선 “열린 천국문은 누가 들어가나요? 어떻게 해야 들어가나요?”라고 질문한다. 그러면 어르신들은 “내가 들어가요.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을 믿어야 천국에 가지요”라고 대답한다. 이처럼 믿음을 입술로 시인하도록 인도하는 것이다.

선 목사는 “다른 목회보다 더 어렵다. 말씀을 전하면 받아들여지는 것이 보여야 힘도 나는데, 이분들은 여러 요인으로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예배를 인도하고 말씀을 전하고 나면 굉장히 지친다”면서도 “여기 마지막 소천을 앞둔 현장에서 마지막 이삭줍기를 한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더 잘 섬기기 위한 끊임없는 배움

선 목사는 어르신들을 섬기는 일보다 오히려 보건복지부와 세상의 왜곡된 시선이 더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종종 언론보도와 뉴스를 통해 어르신들을 학대하고 공금을 횡령해 유용하는 등 일부의 범죄행위가 알려지면서 주변의 인식이 좋지만은 않다는 것.

선 목사는 “사명감을 갖고 헌신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데 일부 잘못된 사람들 때문에 모두가 함께 오해를 받으니 괴로울 때가 있다”며 “건강하게 운영되는 요양원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양병원은 행위수가제이지만 요양원은 포괄수가제다. 예산에 맞게 운영해야 하다보니 넉넉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며 “요양원 운영하면 많은 돈을 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뛰어들려고 하는데 그것은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돈을 많이 버는 사업으로 생각한다면 시작하지도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선 목사는 오랜 군 생활 후 2007년 육군 중령으로 예편한 뒤, 뒤늦게 신학공부를 시작해 광신대 신대원을 졸업하고 (사)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았다. 2010년 하나비젼실버홈을 설립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그냥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하나 하나 다 하나님이 훈련시키신 거였다”고 고백하는 그는 어떻게 하면 어르신 한 영혼이라도 더 천국으로 보내드릴까 하는 생각 뿐이다.

선 목사는 요양원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지금도 어르신들을 더 잘 섬기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다니며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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