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함께 살리라

  • 입력 2018.06.28 11:52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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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목사.jpg
안도현 목사 (아름다운교회)
[프로필]
▣ 순복음 신학교 교수
▣ 前 일기연, 42대 고양시기독교연합회장
▣ 사랑이 있는 마을 담임
▣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 
▣ 웰 다잉 전문 강사, 암을 이기는 건강세미나 강사  

사랑이 있는 마을로 오갈 때 내면 사무소를 지나가게 되는데, 그 때마다 커다란 돌비에 눈길이 향합니다. 거기에는 ‘흙과 함께 살리라’는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어릴 적에 시골에서 살았고, 청년 시절 4H 운동을 했기 때문에 그 말이 더 마음에 와 닿습니다. 도시 사람들은 흙을 밟을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지만 시골에서는 농부들이 매일 흙과 함께 삽니다. 흙은 정직하고 겸손합니다. 모든 것을 감추어주고 포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흙을 가까이 하면서 살면 마음이 흙의 속성을 닮게 됩니다. 농부들은 순수합니다. 그래서 농심은 천심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불로소득의 심리적 노예가 되어 있습니다. 정직하게 땀 흘려서 얻으려 하지 않고 일확천금 하려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러나 흙은 이러한 인간의 욕망에 응하지 않습니다. 흙은 언제나 심은 대로 싹이 나게 하고 자라게 합니다. 흙은 심은 만큼 우리에게 되돌려 줍니다. 흙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중요한 진리 중의 하나는 심은 대로 거둔다는 것입니다. 콩을 심으면 콩을 거두고 팥을 심으면 팥을 거둡니다.

그래서 바울은 흙의 이 속성을 영적인 삶에 적용해서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자기의 육체를 위하여 심는 자는 육체로부터 썩어질 것을 거두고 성령을 위하여 심는 자는 성령으로부터 영생을 거두리라”(갈6:7~8)고 했습니다. 동물들에게는 회귀본능이 있습니다. 연어는 유난히 강한 회귀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에서 태어나서 바다로 나가고 바다에서 약 4년간 살다가 고향의 작은 시내까지 수천 킬로미터를 헤엄쳐 돌아옵니다. 그리고 자기가 태어났던 곳에서 산란을 하고 일생을 마감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날이 어두워지면 얼른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지고, 나이 들수록 예전에 먹던 음식 맛이 그리워지고, 고향이 그리워지고, 흙이 좋아집니다. 옛날에는 칠십 고개를 넘으면 여든을 바라본다고 해서 71세를 망팔(望八)이라고 불렀습니다. 옛 노인들은 망팔(望八)이 되면 넋두리 삼아 “흙냄새가 고소하게 느껴지니 어서 저 흙으로 돌아가련다.”라고 독백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첫 사람 아담을 향해 “너는 흙이니”라고 말씀하시고 흙으로 돌아가야 할 것을 거듭 말씀하셨습니다. 인간이 자신의 본래 모습을 안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자신의 시작을 알아야 끝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크세노파네스는 “만물은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고 했습니다. 우리 인간도 흙으로 지음을 받았기 때문에 결국에는 흙으로 돌아갑니다. 인간은 흙에서 왔습니다. 흙은 인간의 고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흙에서 살다가 다시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존재입니다. 흙은 우리 삶의 근원입니다. 먹이 사슬의 기초인 식물은 흙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모든 먹거리가 흙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우리 삶의 터전인 흙이 너무 심하게 오염되었습니다. 과다한 화학비료의 사용으로 인해 산성화되어 있고, 환경오염으로 인해 흙도 오염되어 생명력을 잃어가며 몸살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흙에서 건강한 식재료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얼마 전 봄나물이 중금속 범벅이라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흙이 오염 되었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현대인의 온갖 질병은 흙의 오염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입니다. 흙이 병들면 사람도 병들고, 흙이 건강하면 사람도 건강 하게 되어 있습니다. 총체적으로 기울어져 가던 18세기의 덴마크를 일으켜 세운 지도자 그룬투비는 덴마크 국민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습니다. “덴마크 국민들이여, 하나님을 사랑합시다. 나라를 사랑합시다. 흙을 사랑합시다.” 그룬투비가 내세운 3애(三愛)정신은 곧 덴마크 국민의 구호가 됐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흙의 소중함을 모릅니다. 흙 수저라는 말이 있듯이 흙을 하찮게 여깁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이 흙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도 흙을 사랑해야 합니다. 흙을 사랑하는 것이 곧 나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오염된 흙을 다시 살려야합니다. 흙이 살아야 우리도 살 수 있고, 흙이 건강해야 우리도 건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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