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그땐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뭐에 씌웠었나 봐요’ 지나가 버린 시간들을 후회하는 분들의 비슷한 이야기를 듣는다. 한 순간의 감정과 판단의 흐름에 휩쓸려 혼돈 속에 분별해 내지 못했던 것들의 후회. 이것이 누구나 겪는 연약한 인간의 크레바스가 아닌가 싶다. ‘크레바스’는 빙하가 갈라진 깊은 틈을 말한다. 수십 미터에서 때로 천 길 낭떠러지로 매우 위험한 곳이다. 내린 눈으로 덮여있어 겉으로는 알기가 어렵다. 언젠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등정에서 한 유명한 산악인이 정상을 등정하고 하산 하는 길에 실종된 일이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어 찾아 나섰으나 결국은 찾지 못하고 그 지형에서 발견된 ‘크레바스’에 빠진 것으로 추정하던 기사를 보았다. 그래서 등반가들, 탐험가들은 눈 덮인 빙하위를 늘 한걸음 한걸음을 조심스레 내딛는다고 한다. 평소에는 눈으로 덮여있어 잘 보이지 않아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크레바스처럼 신앙의 여정도 비슷하다.
만남 속에서 큰 의미 없이 내뱉은 작은 한 마디의 말이 상대방을 삼키는 크레바스가 되기도 하고, 별 생각 없이 한 행동 하나, 작은 사건 하나가 원치 않는 크레바스가 되기도 한다. 고난의 인생길에 그 누구도 예외 없이 모두가 그 대상이 된다. 크레바스는 똑바로 뚫려 있지 않고 미로처럼 불규칙하게 되어 있어 바닥이 보이지 않아 거기에 빠지면 좀처럼 헤어 나오기가 어렵다. 크레바스에 사람이 빠지면 구조대원들이 가서 안전벨트에 하강기를 연결하고 여기에 로프를 걸어 조금씩 내려가면서 구조를 진행한다고 한다. 인생을 살아가다가 때로 크레바스에 빠졌다 하더라도 포기하면 안 된다. 다시 회복될 수 있다. 회복이 불가능한 사람은 없다. 하나님이 바로 그 회복을 위해 이 땅에 우리를 찾아 오셨기 때문이다. 또한 크레바스가 두려워서 인생의 걸음을 떼지 못하고 머뭇거려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