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

  • 입력 2018.07.19 10:39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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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조 목사(주님기쁨의교회)
 
 
 
 

‘쉼’에 대한 묵상을 하다가 <우선멈춤> 이란 책을 만났다. 30년간 몽골 선교사로서 광야에서 긴 삶의 시간 속에 만난 하나님을 소개하고 있었다. 저자가 깨달은 것은 ‘속도가 아닌 방향의 중요함’이었고 거기에 한 가지 더,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것은 ‘우선멈춤’이었다고 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고 내 힘으로 잘 되는 것 같아도 때로 낙심하여 삶을 포기하고 싶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절망의 순간에도 ‘우선멈춤’은 하나님의 축복이었다고 고백했다. 하나님은 창조를 마치신 후 일곱째 날 멈추고 쉬셨다. 왜 그러셨을까? 창조주로서 피조물들을 돌아보며 더 많은 일을 하실 수 있고 게다가 하나님은 쉼이 필요하지 않으셨을 텐데. 예수님도 세례요한에게 나아가 굳이 세례를 받으셨다. 왜 하나님이신 예수님이 인간에게 세례를 받으셨을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을 하나님도, 예수님도 직접 삶으로, 행함으로 보여주셨다는 사실이다. ‘멈춤’도 바로 그런 맥락에서 이해한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속도 전쟁’이다. 핸드폰도 최대한 빨라야 하고 컴퓨터는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건축물도 공사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빨리 빨리를 외치며 남보다 앞서는 것이 최고라고들 말한다. 많은 경우 ‘느림’은 게으름이요 어리석음이요 때로 무능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그러하기에 ‘멈춤’은 용기가 필요하다.

가던 길을 멈추고 쉬는 것은 보통의 결심으로 되지 않는다. 내가 쉬면 다른 것이 앞질러 나가 나는 뒤로 쳐질 것 같은 불안감과 일에 파묻혀 있을 때야만 비로소 살아 있는 듯 한강박과 그런 비슷한 습관과 생각에 오래 갇혀 있으면 끝내 쉬는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래서 멈춤은 ‘쉬는 용기’다.‘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은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책의 내용도 그렇지만 그 제목은 너무도 잘 지었다. 어쩐지 멈추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손해 볼 것 같아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데, 그래야 인정받을 것 같은 피곤하고 바쁜 현대인들에게 멈출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었다. ‘멈추면 보인다고? 나도 한번 멈추어 볼까’ 하는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리라. 나 역시 그 제목이 마음에 와 닿았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사정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쉼 없이 달려온 목회의 여정에서 잠시 떠나 주님이 말씀하신 ‘멈춤’, 안식월의 여유 공간을 누릴 용기를 낸다. 나의 생각이 아닌, 나의 때가 아닌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면서. 하나님은 나의 ‘멈춤’의 시간에 일하심을 믿음으로 붙잡는다. 내가 멈추어야 보이는 하나님의 역사하심과 광야에서만볼 수 있는 별을 기대하며 쉼의 시간을 용기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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