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교단 총회가 전주에서 있었습니다. 전주까지 가는 김에 우리 교회를 거쳐 간 교우들을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순천, 통영, 부산, 원주를 들르면서 보고 싶은 옛 교우들을 만나 대화도 하고, 식사도 하고, 기도도 해주고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일정을 진행하다보니 쉬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수요일 밤에 일산으로 돌아왔을 때 몸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오른쪽으로 약간 마비 증상이 생겼습니다. 아직도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보고 싶은 분들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장거리 여행 계획을 잡았을 때 가족들이 걱정하고 만류했습니다. 저도 근래의 건강 상태를 감안하면 무리한 여행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보다는 만나고 싶은 생각이 더 컸습니다. 이번 기회에 만나지 않으면 영영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인생은 만남이 중요합니다. 돌아보면 감사하게도 저의 인생은 좋은 만남의 연속이었습니다. 좋은 아내를 만났고, 좋은 자녀들을 만났고, 좋은 교우들을 만났고, 좋은 동역자들을 만났고, 사역에 필요한 전문가들을 만났습니다.
그 좋은 만남이 오늘의 목회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마틴 부버는 「나와 너」라는 책에서 인생을 만남이라고 정의하며, 바르게 만난 사람은 인생을 제대로 살지만 잘못된 만남을 이룬 사람은 인생을 잘 못 산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진정한 만남이란 ‘나와 그것’의 만남이 아닌 ‘나와 너’의 만남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행복을 꿈꾸며 좋은 만남을 원하지만 때때로 나쁜 사람을 만나 감언이설에 속기도 하고, 배반을 당하기도 하고, 괴로움을 받기도 합니다. 야곱의 경우 라반과의 만남은 잘못된 만남이었습니다. 야곱은 라반 밑에서 낮에는 더위, 밤에는 추위를 무릅쓰고 충성했지만 20년 동안 그에게서 속임만 당했습니다(창 31:40~41). 다윗과 사울의 만남도 잘못된 만남이었습니다. 다윗은 사울에게 충성을 다했지만 사울은 시기심 때문에 다윗을 죽이려 했고, 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다윗을 죽이려고 그를 쫓아다녔습니다. 이런 악연이 어디 있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꿈꾸며 결혼을 합니다.
그러나 가치관, 성격 차이 등 이런저런 이유로 만난지 몇 년 만에 이혼을 하기도 하고, 평생을 같이 살다가 황혼 이혼을 하기도 하고, 요즘은 졸혼을 하기도 합니다. 부부 간에 문제가 있는 경우 각각 만나보면 모두 괜찮은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서로 어울리지 않는 잘못된 만남이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만남을 추구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결혼에 대하여 “이제 둘이 아니요 한 몸이니 그러므로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 할지니라”(마 19:6)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한 집안에 한 가정 이상 이혼경력이 있을 정도로 이혼이 빈번해졌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닙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혼하지 말라고 설교하기도 조심스럽습니다. 저는 이런 현상을 보면서 인간의 연약함을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고 싶지 않은 성도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성경적 가치관과 너무나 멀어지고 있는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만을 붙잡고 살기에는 현실적으로 너무 힘이 드는 것입니다.
자신을 돌아보면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 것이 너무 많아 하나님 앞에서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지금이 율법 시대라고 한다면 구원받을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다행이 우리는 은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감사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연약함을 아십니다. 그래서 늘 강하고 담대하라고 하십니다. 우리의 부족함을 아시고 채워주십니다. 우둔함을 아시고 지혜를 주십니다. 이 세상에 좋은 만남이 많지만 최고의 만남은 하나님 아버지를 만난 것이고, 구주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