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의 고통과 감정에 적극적으로 경청하라”

  • 입력 2019.05.30 09:54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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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 자료에 따르면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24.3명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자살률 2위 국가이다. 2016년까지 1위를 기록하던 추이가 2017년 들어 2위로 하락하긴 했으나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자살 유가족들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그렇다면 자살과 관련된 문제에서 교회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전 세계적으로도 그렇지만, 특히나 한국 기독교 내에서는 ‘자살=지옥’이라는 정서가 팽배하다. 누구나 삶의 위기를 만났을 때 한 번쯤 생각해보았을 법한 문제지만, 이런 민감한 주제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교회 내 공동체를 찾아보기란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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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회 신촌포럼은 ‘위기의 시대, 그 대응과 방안’을 주제로 성도와 목회자조차도 쉽게 떨쳐내기 힘든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대안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강사로 나선 유영권 교수(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상담학)는 ‘성도의 위기 어떻게 할 것인가? - 돌봄의 공동체조성을 위하여’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먼저 자살의 원인을 정신분석적 입장과 인지주의적 입장, 개인적 요인에서 분석하고, 가족의 해체,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실업과 신용불량, 자기애적 문화 등 자살을 촉진하는 사회 문화적 요인을 짚어나갔다.

유 교수는 “한 생명이 그가 속한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책임성이 결여되어 있는 사회가 됐다. 개인화된 죽음은 책임성이 결여된 죽음으로 이어져 나 혼자만 죽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연결되어 자살을 더욱 더 쉽게 만든다”고 진단했다.

결국 자살의 근본적인 원인은 ‘소속감의 부재’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소속감을 가지고 공동체의 누군가에게 관심과 돌봄을 받으면 충분히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 그 역할을 감당하고 성도에게 ‘숨 쉬는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 곳이 교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 교수는 “이런 가운데 기독교 내에서는 이미 성서 전체에 걸쳐 기본적으로 생명 존중사상이 있기 때문에 굳이 자살행위 뒤에 부연설명을 할 필요성을 가지지 못해 자살행위에 대한 가치판단이나 해석을 기록하지 않고 있다”며 기독교인들에게도 예외가 될 수 없는 자살행위에 대한 올바른 해석을 성서적 기반 위에서 내놓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살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살하는 사람은 정상적이며 미친 사람이나 정신질환자가 아니다 △80% 이상의 시도자가 징조를 남긴다는 것은 우리의 관심으로 80% 이상의 자살을 막을 수 있다는 것 △자살 시도자들은 단지 자살을 통하여 현재의 고통을 끊고 싶어 하는 것 △자살에 대해 말하게 하면 자살 충동을 낮출 수 있다 △자살하려는 사람은 도움을 받으려 한다는 것 등이다.

유 교수는 교회 공동체 내에서 성도간의 교제를 통해 삶의 위기를 만나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는 성도의 고통과 감정에 적극적으로 경청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상대방의 말 뒤에 있는 감정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한숨을 쉬고 말을 잇지 못하는 등 비 언어적 매개체를 주목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평상시 좋은 관계를 유지하여 성도가 어려울 경우 허심탄회하게 다가와서 말할 수 있는 신뢰를 구축하고, 성도의 고민이나 감정을 대수롭게 넘어가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교회 공동체적으로는 △자살에 대한 성서적 해석과 교육 △우울증에 대한 예방 교육 △유가족 지탱 그룹 운영 등을 제안했다. 특히 자살유가족에 대한 돌봄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유 교수는 “교회와 목회자는 자살유가족이 정상적인 애도과정을 경험하도록 도와야 하며, 유가족 스스로 자살한 사람을 용서하도록 인도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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