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에 협조해온 교회, ‘집회 자제’ 칼 빼든 국회

  • 입력 2020.03.09 15:50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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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교총 “예배 결정권은 개별 교회에…불필요한 오해 낳는 결의안”

미사 중단한 천주교는 22일 재개 희망…교회 선택에 귀추 주목

 

국회가 종교시설에서 예배 등을 통해 코로나19 감염증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종교집회 자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7일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안민석 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제안한 것으로, 여러 명이 동시에 폐쇄된 공간에서 예배나 미사 등을 보는 종교시설의 특성상 2·3차 감염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재석의원 157명 중 146명의 찬성, 2명의 반대, 9명의 기권으로 의결됐다.

발의자 안민석 의원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코로나 예방·방지에 효과적이므로 국민 안전과 생명 보호를 위해 종교계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종교 집회를 자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발언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을 검토하고 있다며 네티즌의 의견을 구하는 글을 게재해 파문이 일었다.

이 지사는 “종교행사의 특성으로 인해 종교집회가 감염취약 요소로 지적되고 실제 집단 감염 사례도 나타나고 있으나,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활동자유의 제약이라는 점에서 쉬운 문제가 아니”라며 경기도 관내 교회 가운데 56%에 해당하는 2858곳의 집합예배 강행에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종교집회를 강제금지할 경우 엄청난 반발과 비난이 예상된다”면서도 “주말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후 경기도내 종교집회 금지명령을 심각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힌 뒤 조언과 제안, 비판을 요청했다.

이에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김태영 류정호 문수석, 이하 한교총)은 논평을 통해 ‘유감’의 뜻을 표했다. 한교총은 먼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그간 회원 교단을 통해 예배와 집회 중단 및 온라인 예배를 시행하도록 권고하면서, 교회들의 자발적 결정을 통해 대형교회들을 포함한 많은 수의 전국교회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은 예배 및 집회의 결정권을 갖고 있는 개별 교회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한 쉽지 않은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일부 교회가 예배를 드리는 것이 마치 국민 불안을 야기하는 주된 원인인 것처럼 불필요한 오해를 낳는 결의안을 채택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전국의 6만여 교회 중 극소수의 교회에서 확진자가 나왔음에도 한국교회는 자발적 집회 중단에 협조하고 있다. 한교총은 “다중이 모인 시장이나 백화점, 극장과 학원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전국의 동종 업체들에게 무리하게 문을 닫도록 요청하지 못하는 국회에서 신천지와 교회를 구분하지 않고, 마치 교회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줬다”며 무책임한 결의라고 비판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이번 결의안을 두고 “말이 ‘종교’이지 실상은 기독교를 겨냥한 것”이라고 분개하며 “마치 기독교의 예배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염의 주 원인이라도 되는 듯한 결정이다. 즉 슈퍼전파자로 지목된 신천지와 기존 교회를 동일선상에 놓고 평가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 검토’에 대해서도 “불필요하게 신천지와 같은 이단 단체와 기존 기독교를 싸잡아서 강제적인 ‘명령’으로 예배를 중단하려는 위험한 발상은 버리기 바란다”며 “이는 매우 획일적이고, 사회주의적인 발상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언론회는 한국교회가 예배를 ‘강행’하고 있다며 교회가 해서는 안 되는 잘못된 행위를 한다는 듯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었다. “우리나라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기독교에서 생명처럼 여기는 예배를 정부나 권력을 가진 집단들이 ‘쥐락펴락’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는 것, 교회가 예배드리는 것이 당연한데 이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잣대”가 문제라는 것이다.

언론회는 “기독교는 지금까지 국가와 국민,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을 견지해왔다. 코로나19로 인해 변형된 모습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은 초유의 사태”라며 “앞으로 국가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교회 예배 형태를 바꿀 것인가. 예배는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며, 하나님과의 약속이다. 그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민족사랑운동본부(대표본부장 권태섭 목사) 역시 긴급 성명서를 통해 한국교회가 바이러스 전파의 온상인양 취급되고, 이로 인해 교회의 주일예배마저 여론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실태를 개탄했다.

이들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인터넷 등의 방법으로 가정에서 예배하는 것을 예배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공예배의 대체수단일 뿐”이라며 “인터넷이나 영상 송출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교회들과 노인들이 대부분인 농어촌지역의 교회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조건적인 예배 중단은 더 큰 영적 재앙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족사랑운동본부는 “한국교회는 지역사회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전적으로 앞장서서 동참하고 협력할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공예배를 중단하는 일은 차원이 다르다”며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히 10:24)라고 하신 성경 말씀 앞에 비추어 과연 옳은 일인지는 하나님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런 가운데 천주교 서울대교구 염수정 추기경은 담화문을 통해 3월22일부터는 미사를 재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염 추기경은 “각 본당에서도 이와 같은 교구의 결정에 따라 미사 재개에 필요한 준비를 해 주기 바란다”며 “장차 코로나 19로 인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지만, 하루빨리 국가와 사회가 안정되고 교회의 일상적인 사목이 회복되도록 기도를 청한다”고 바랐다. 

개신교계는 각 연합기구와 교단들이 앞장서서 온라인 예배를 독려해온 바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고, 교회를 폐쇄할 수만은 없는 실정. 국회마저 ‘종교집회 자제’를 결의한 가운데 오는 15일 주일 전국의 교회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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