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달라진 어버이날 풍경, 마음의 거리만큼은 ‘밀착’

  • 입력 2020.05.08 16:47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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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모 자녀들 “다시 태어나도 현재의 부모·자녀로 태어나고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됐다. 하지만 최근 클럽 등 다중밀접접촉업소를 통한 감염 사례가 발생하는 등 안심할 수 없는 시국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에는 어버이날 풍경 역시 여느 해와는 달랐다. 코로나 확진자가 다수 발생했던 지역에 거주하는 부모들은 한사코 자녀들의 방문을 만류하고, 코로나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녀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선물·현금 대신 마음만 받겠다는 부모들도 많았다.

이런 가운데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부모 중 55%는 ‘다른 집처럼 자녀를 뒷바라지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나 66%의 부모들이 자녀를 경제적으로 여유로움 속에서 키우지 못한 아쉬운 마음이 컸으며, 자녀에게 물려줄 재산이 없는 것(56%), 경제적으로 결혼까지 뒷받침할 자신이 없는 것(46%)에 대해 아픈 마음과 미안함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런 부모들의 마음을 자녀들은 얼만큼 헤아리고 있을까. 87%의 자녀들은 ‘부모님이 나를 위해 얼마나 희생했는지 잘 알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자녀들을 위해 번 돈을 모두 쓰셨으니 물려줄 재산을 기대하는 건 지나친 욕심’이라고 생각하는 자녀들도 74%에 달했다.

자녀들에게 자립심과 독립심을 심어주는 서구의 부모들과 달리 한국의 부모들은 대체로 헌신적인 태도로 양육에 임한다. 그래서일까. ‘다시 태어나도 내 자녀의 부모로 태어나고 싶다’고 응답한 한국의 부모는 69%, ‘다시 태어나도 현재 부모님의 자녀로 태어나고 싶다’는 응답 역시 65%로 부모 자녀 간 상당한 신뢰 관계에 있음이 조사 결과를 통해 나타났다.

가족 간 신뢰감 높은 반면 ‘불통’과 ‘갈등’의 문제는 해결해야 할 숙제

한국의 부모 자녀들은 서로에 대한 신뢰감이 높은 반면 ‘소통’에 있어서는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모의 경우 66%가 ‘자녀와 대화가 잘 통한다’고 응답했으나 자녀의 경우 57%만이 ‘부모와 대화가 잘 통한다’고 응답해 10% 이상 낮은 비율을 보였다. 67%의 부모들과 78%의 자녀들은 ‘상대방이 자신들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한다’고 응답한 점을 비추어 볼 때, 부모 자녀 간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긴 하지만 대화와 소통에 있어서는 경청과 배려보다는 자기주장을 더 내세우고 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특히나 이해 부족과 갈등 유발에 대한 지적은 ‘아버지’에게 향해 있었다. 자녀들 47%는 아버지의 존재감이 약하다고 응답했고, 그 이유로는 ‘아버지가 가족과 잘 소통하지 못함’ ‘대화가 잘 통하지 않음’ ‘경제력 없음’ ‘정신적 물질적 든든함을 주지 못함’ 등의 이유를 꼽았다.

소통의 문제와 갈등이 주로 발생하는 지점은 부모 입장에서는 ‘생활습관/식습관의 차이’였고, 자녀 입장에서는 ‘사회문제’와 ‘결혼/출산’에 대한 인식 차이를 가장 크게 지적했다. 자녀들의 생활 패턴과 소비 활동 차이가 부모의 걱정과 잔소리로 이어지고, 정치 사회적 인식 차이가 의견 충돌로 이어져 갈등을 촉발시킨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답자들은 가족의 의미에 대해 ‘없어서는 안 될’(52%), ‘힘이 되는’(49%), ‘든든한’(48%), ‘고마운’(47%), ‘따뜻한’(43%), ‘행복한’(41%), ‘기대고 싶은’(33%) 등으로 표현했다.

한국교회, 각 가정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는 사명 감당해야 할 것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이 같은 조사결과자료들을 통해 교훈을 삼고, 오늘날 가정의 위기를 극복해야 함을 시사했다. 연구소는 “‘시집살이한 며느리가 나중에 자신의 며느리를 시집살이 시킨다’는 옛말이 있듯이 자녀들은 좋은 남자,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버지를 통해 배운다”며 “가정에서 아버지의 존재가 약하다면 자녀들은 그것을 배울 수 없게 되고, 나중에 자신들의 아버지를 답습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행복한 가정이 되기 위해서는 상호 이해가 절대적이다. 더군다나 가족 형태나 가족관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를 애써 외면하고 지금껏 해 오던 대로 가족을 바라본다면 가정의 위기는 줄어들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부모와 자녀 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사회에서 얻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교회는 가능하다”며 “교회에서 전문가를 초빙하여 부모와 자녀를 한 자리에 모아 교육을 하는 동시에 부모와 자녀가 진지하게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한다면 가족 간 이해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연구소는 또 “각 가정에서 가정예배를 드리며 서로 기도해 주는 것 이상의 소통과 이해의 장은 없을 것”이라며 “한국교회가 5월 가정의 달에 각 가정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는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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