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칼럼] “지금, 파파게노 효과를 일으켜야 할 때입니다”

  • 입력 2021.07.25 07:55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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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에덴교회가 코로나 19 선제방역을 위하여 설치한 메디컬처치

정부가 4단계 방역을 2주 더 연장했습니다. 예배 회복이 신기루처럼 보이다가 다시 멀어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광야를 걸으며 모두 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정부가 예배를 간섭하는 일은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전염병 창궐이라는 특수적 상황만 아니라면 한국교회가 예배를 축소하고 온라인예배로 전환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한국교회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합니다. 예배의 존엄성을 지킴과 동시에 방역에도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죠. 가장 이상적인 것은 방역을 잘 하면서 현장예배를 드리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는 작년에 코로나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한국교회가 선제적으로 자율방역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부가 예배를 간섭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한 번도 가보지 않고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기에 결단을 미루는 상황에서 예배의 주도권을 정부에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한국교회가 방역 매뉴얼을 만들어 놓고 선제적으로 자율방역을 하며 정부의 예배제재를 최소화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앞으로는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하나되어 그 어떤 바이러스가 와도 자체적으로 철저한 방역 매뉴얼을 지키면서 안전하게 예배드리는 길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종교개혁자 칼빈이 그랬지요. 중세 사제들은 흑사병이 창궐할 때 공간의 권위를 지키며 믿음의 힘으로 이겨보자고 했지만 오히려 성당이 감염의 온상이 되어 버리고 말았지 않습니까? 그때 칼빈은 제네바에서 ‘쿼런틴’(quarantine) 즉, 격리 시스템을 시작하였습니다. 오늘날로 말하면 창의적 상상력인 하이 콘셉트와 감성적 공감 능력인 하이 터치의 새 길을 모색한 것입니다. 오히려 칼빈은 구빈원을 만들어 전염병 환자들을 돌보며 정부 관리들에게 손을 떼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감염에 노출이 많은 분들은 교회로 모이지 말고 성직자들이 조심스럽게 찾아가 심방하고 예배를 드려주도록 했습니다. 당시 제네바 시민들이 볼 때 전염병을 대처하는 칼빈의 모습이 중세 사제들과 너무 비교가 되니까 칼빈을 응원하고 박수를 쳐 준 것입니다. 그래서 흑사병 이후에 중세 가톨릭은 몰락하고 종교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역사를 보더라도 흑사병이 결코 예배를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가톨릭처럼 무조건 모이라고 해서 이기자는 말이 아닙니다. 칼빈을 비롯한 종교개혁을 하였던 성직자들이 솔선수범하여 방역의 모범을 보이면서도 예배의 본질과 정체성을 지켰던 것처럼, 오늘 우리도 개혁주의의 전통을 따라 방역을 철저히 하면서도 예배를 지켜가야 합니다. 정부가 예배를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고 기분 나쁜 일입니다. 그러나 어떻게든지 우리는 코로나를 이겨낼 것입니다. 방역에도 애를 쓰고 기도를 함으로써 코로나는 아웃이 되거나 감기수준으로 약화되고 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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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에덴교회가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해 선한소통상품권을 유통해 소비운동을 일으켰다.

그런데 코로나가 종식되면 우리가 정말 해야 될 것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예배와 교회 운영에만 몰두했지 교회 이미지나 브랜드는 신경 쓰지 않았지 않습니까? 제가 늘 강조하는 바이지만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회사의 이미지나 브랜드가 나쁘다면 현대인은 그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것처럼, 아무리 우리가 유일무이한 주님의 복음을 전해도 사람들이 교회로 오지 않으면 교회의 미래는 없는 거지요.

이제 우리는 우리만의 이너워십이나 카르텔을 벗어나서 행복 바이러스, 파파게노 효과를 이웃에게 퍼뜨려야 합니다. 파파게노 효과는 모차르트가 작곡한 오페라 <마술피리>에 나오는 ‘파파게노’라는 인물에게서 유래가 된 말입니다. 주인공 파파게노는 연인인 파파게나가 죽자 같이 자살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천사들이 나타나 파파게노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자 파파게노는 자살하지 않고 다시 힘을 내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흔히 파파게노 효과는 베르테르 효과와 대비해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유명한 연예인들이나 정치인들이 자살하면 동조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베르테르 효과인데, 이와 대비되어 파파게노 효과는 절망과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어 행복한 삶으로 인도합니다.

이제 조금만 참으면 코로나는 쇠약해져 갈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누군가로 부터 위로를 받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러한 때, 한국교회가 위로 바이러스,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파파게노 효과를 일으켜야 합니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헤어졌던 성도들, 또 코로나 이전부터 떠났던 사람들이 위로를 받기위하여 교회로 돌아오도록 교회는 지금부터 그들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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