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뜰 편지(30)

  • 입력 2017.02.16 11:14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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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선 목사 (암환자쉼터사랑뜰)

사랑뜰 편지 <30>

 

친구의 마지막 콘서트

금년 들어 1월 한 달은 산속쉼터의 행사를 쉬기로 하고, 서울에서 만나는 암 친구 분들과의 일일 초청모임을 준비하며 주로 서울에서 머물렀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에 계시는 몇 분의 암 친구 분을 돌아보고 싶었고, 그 중에서도 특별히 꼭 만나고 싶었던 암친 한 분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작년 11월 서울에서의 일일모임에 부인과 함께 처음 참석하셨던 50대 후반의 남자분이신데 그 분은 그 날 모임에서 이렇게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이름은 강O수이며, 힐링 노래 강사이고 지금은 간경화에서 진전 되어진 간암 말기로 병원에서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이며, 모임에 참석하게 되어 기쁘고, 이젠 목사님 따라다니며 노래 봉사하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

12월6일 양평에서 1년 동안 함께 만났던 암 친구 분들의 송년모임이 있었는데 그날 오셔서 함께 노래하자고 약속하고 헤어졌습니다.

양평에서의 2016년도 마지막 송년회로 모이는 날, 전국 각지에서 암 친구 분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고 40여명 더 되는 암친님들이 함께 했습니다. 제 눈과 마음은 온통 강O수 님이 들어오시는 것에 쏠려 있었지만 오전 시간이 끝나고 점심식사를 시작했는데도 그 분은 오시지를 않았습니다.

점심식사가 끝나갈 무렵 한 달 전보다 더욱 쇠약해진 모습이었지만 그는 아내와 함께 기타를 들고 들어오셨습니다.

송년모임을 위해 양평호스피스 대표인 친구 목사님과 봉사원들의 지극정성으로 차려진 풍성하고 맛난 점심을 마치고 우리는 마을 강변교회의 카페로 옮겨서 작은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한강이 보이고, 따듯한 햇살이 들어오는 작고 예쁜 교회의 카페였습니다.

강O수 님의 리드로 우린 손잡고 사랑을 노래했고, 치유를 노래했고, 소망을 노래했습니다.

그렇게 음악회를 마치고 헤어져 왔지만 나는 알 수 있었습니다. 강O수님의 이 땅에서의 여명이 그리 많지 않으리라는 것을. 천주교 냉담신자라던 그 분을 꼭 다시 한 번 더 만나서 손잡고 천국의 소망을 기도해주고 싶었습니다.

찾아가 만나기 위해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러나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그 분이 아니라 아내분이 대신 소식을 전해주십니다. 작년 12월6일 양평모임 참석하시고 3일후 응급실로 가셨고 12월13일 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아내분의 목소리

“목사님 그러나 너무 감사해요. 꼭 한 번 모임에 찾아뵐 거예요. 짧은 시간 만남이었지만 목사님 만나고 우리 남편 참 행복해 했습니다. 밝고 환히 웃으며 반겨주시던 우리 모임의 모습에서 남편은 기쁨을 찾았고, 할일이 생겼다고 좋아했었습니다. 냉담신자였던 남편이 신앙도 되찾고 신부님 축복 속에 고통 없이 하나님나라로 갔습니다. 양평모임에도 도저히 갈 수 없는 체력이었지만 너무나도 가고 싶어 해서 기타를 싣고 제가 운전해서 모시고 갔던 겁니다. 그런데 그 날 목소리도 잘 안 나오던 남편이 노래를 하고 얼마나 행복해 했는지 모릅니다. 음악회 마치고 어디서 힘이 났는지 집에 돌아올 때는 자신이 운전까지 하고 왔습니다. 목사님 감사합니다. 우리가 마지막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셔서…”

그랬습니다. 그래서 양평의 친구 목사님은 그토록 지극 정성으로 우리를 대접했고 평소보다 더 많은 암친님들이 함께 모여서 노래를 불렀던 것입니다. 그랬습니다. 그날은 그의 마지막 콘서트였던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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