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 주었잖아

  • 입력 2017.02.16 11:29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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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도현 목사 (아름다운교회)
[프로필]
▣ 순복음 신학교 교수
▣ 前 일기연, 42대 고양시기독교연합회장
▣ 사랑이 있는 마을 담임
▣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 
▣ 웰 다잉 전문 강사, 암을 이기는 건강세미나 강사 

마음 착한 산(山) 사람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산 사람의 아내는 산 사람이 좋아서 조건 없이 결혼하였고, 밥 세끼는 꼭 해주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몸이 좋지 않아서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건강 회복 후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아파 누웠을 때 당신은 나에게 무엇을 해 주었습니까?” 그러자 남편은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굶어 주었잖아.” 남편의 대답에 아내는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요리를 잘 하지 못해도 잘 먹어 주었고, 밥 달라 하지 않고 굶어 주었던 것입니다. 남편으로서는 아내를 위해 소극적이지만 뭔가를 했던 것입니다.

15년 암 환우들을 돌보는 사역을 하면서 보게 된 남편들의 공통된 모습이 있습니다. 그것은 부부가 아플 때 대부분 아내는 남편을 지극하게 보살피지만 남편은 아내를 잘 보살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왔던 부부는 아내가 3개월 밖에 못 산다고 하자 충격으로 공황장애가 왔고 함께 누워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남자들은 결혼하면 대부분 아내의 돌봄을 받으면서 의존적이 되어버립니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은 아담을 위해 여자를 만드시고 아담의 ‘돕는 배필’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사용된 ‘돕는’이라는 히브리어는 ‘에제르’입니다. 이 단어는 시편에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돕는다고 할 때 사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돕는 배필’이라는 말에는 하나님의 도움이 아니면 이스라엘이 쓰러질 수밖에 없는 것처럼 아내의 도움이 없으면 남편은 쓰러질 수밖에 없다는 대단히 강력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아내에게 인정받는 사람은 밖에 나가서 당당합니다. 그러나 아내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유능해도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경쟁에서 밀리게 됩니다.

종교 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너무 일이 어렵고 막막하여 몹시 실망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 저는 더 이상 이 일을 못 하겠습니다”하며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아내가 남편 앞에 상복을 입고 나왔습니다. 아내의 모습을 본 루터는 “여보, 오늘 누가 돌아가셨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루터의 아내는 “네, 돌아가셨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누가 돌아가셨는데?” “하나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아내의 대답에 루터는 화를 내면서 “당신, 말을 가려서 해야지. 그런 막말이 어디 있소?”하고 소리쳤습니다.

그 때 루터의 아내는 남편을 향하여 말했습니다.

“여보, 하나님이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왜 이렇게 실망하고 있어요? 당신에게 처음 진리를 깨닫게 해 주신 분도 하나님이셨고, 어렵지만 그 모든 싸움에서 승리케 하시고 여기까지 오게 하신 분도 하나님이십니다. 그 분이 당신과 동행하고 계신데 하나님이 죽지 않으셨다면 왜 이렇게 실망하고 있지요?”

그 때 루터는 아내의 말을 듣고 정신을 차려 다시 힘을 내서 위대한 종교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습니다.

남편들은 아내의 도움으로 삽니다. 그러면 남편들은 아내를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몸을 주셨듯이 아내를 위해 헌신하고 죽기까지 사랑하고 또 사랑해야 합니다.

부부가 결혼하여 오래 살다보면 서로를 당연한 존재로 여기고 등한시 할 수 있습니다. 서로의 존재가 얼마나 귀한 줄 모르고 지냅니다. 얼마 남지도 않은 삶을 살면서도 서로 옥신각신 다투며 평생 원수처럼 지내는 노부부들이 많습니다. 그러다가 누군가 먼저 세상을 훌쩍 떠나가 버린다면 그 허전함은 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살아있을 때 ‘좀 더 참을 걸, 좀 더 잘해 줄 걸, 좀 더 사랑할 걸’하고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 현실에서는 아내보다 남편의 후회가 더 큰 것입니다. 그러므로 남편들은 아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좀 더 사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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